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경남 김해시 B에 있는 ㈜C의 대표이사로서 상시 6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플라스틱 제조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근로기준법위반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하고,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3. 7. 1.경부터 2018. 10. 31.경까지 생산관리직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D의 2016. 8. 임금 차액 2,579,715원을 비롯하여 임금 합계 143,510,015원을 당사자 사이에 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하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3. 7. 1.경부터 2018. 10. 31.경까지 생산관리직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D의 퇴직금 33,474,667원을 당사자 사이에 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위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범죄의 증명이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증인 D의 법정진술을 포함하여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증거들에 의하면, 근로자 D는 피고인이 운영하던 회사의 경영사정이 어려워지던 상황에서 퇴직하기 약한 달 전에 체불임금확인서를 발급받아 자신의 밀린 임금과 퇴직금의 총액을 파악한 후 피고인과 사이에 위 임금과 퇴직금 전액이 변제될 때까지 매월 400만 원씩 지급받기로 구두로 합의한 사실, 피고인은 D가 퇴사한 이후 2018. 11. 6.부터 2019. 11. 20.까지 사이에 18회에 걸쳐 합계 약 4,800만 원 상당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데, 피고인과 D 사이에 있었던 위 구두합의는 밀린 임금 및 퇴직금(이하 임금 등이라 한다)에 대한 지급기일을 연장하는 합의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퇴직한 날로부터 14일이 경과하기 이전에 임금 등의 지급기일 연장에 대한 합의가 있었을 경우, 그 사용자를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에 근거하여 형사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다.
근로기준법 제3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의 모든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44조 제1호는 위 각 조항을 위반한 자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 제36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에 규정된 의무규정은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등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것뿐이므로,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에 의한 처벌대상이 되는 행위는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등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의무규정을 위반하는 행위에 한정되고, 각 단서 규정에 의해 기일연장에 대한 합의가 있은 후 그 합의에 따라 연장된 지급기일을 지키지 않는 경우까지 위반행위에 해당되어 처벌대상이 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제30조<1>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 사용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보상금 기타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기로 규정함으로써 퇴직 근로자 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법률관계를 조기에 청산하도록 강제하는 한편,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간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바, 위 임금 등 체불로 인한 근로기준법 제109조 위반죄는 그 지급사유 발생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하는 때에 성립하므로, 사용자는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근로자와 기일연장을 합의하여야 하고, 그 기간이 지나 근로기준법위반죄가 성립한 후에는 비록 합의가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이는 정상참작 사유는 될지언정 범죄로 되지 아니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1997. 8. 29. 선고 97도1091 판결). 위 법률조항의 문언 및 위 판결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근로자의 퇴직 등 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이 경과하기 전에 사용자가 근로자와 지급기일의 연장에 대한 합의를 한 경우에는 금품청산의무위반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대법원 1998. 10. 15. 선고 98도1759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도 이와 유사함).
위 대법원 판결의 설시에서 보듯이 위 각 법률조항의 취지는 퇴직 근로자 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법률관계를 조기에 청산하도록 강제하는 한편,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렇다면 퇴직 등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임금 등에 대한 조기청산을 위해 사용자로 하여금 사유발생일로부터 14일의 기간 안에 ‘임금 등의 지급’ 또는 ‘지급기일연장의 합의’ 중 적어도 하나를 이행하도록 강제하고, 그 둘 중 어느 하나도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만 사용자를 형사처벌하되, 적어도 사용자가 근로자와 협의하여 지급기일 연장의 합의라도 하는 경우 사후에 그 지급기일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한 책임은 민사적 분쟁해결절차를 통해 묻도록 하는 것이 사용자와 근로자의 이해관계를 적정하게 조정하는 해석이다.
만일 위와 같이 해석하지 않고 사용자가 퇴직 등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이 경과하기 전에 근로자와 지급기일의 연장에 대한 합의를 하고 그 합의된 지급기일을 지키지 않은 경우에도 근로기준법 또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을 적용하여 사용자를 형사처벌한다면, 지급사유 발생 후 장기간이 지난 후에 임금 등을 지급받거나 오랜 기간에 걸쳐 분할하여 지급받기로 합의한 경우 위 범죄의 성립시기 및 공소시효의 기산점이 불명확해지는 등 형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 및 법적 안정성과 관련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사건 공소사실은 ‘지급기일 연장의 합의 없이 위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당사자 사이에는 이미 지급기일 연장의 합의가 있었으므로, 위 공소사실은 실체적 사실관계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 피고인의 변호인은, 근로자 D가 2018. 12.경 진정 및 고소 취하서를 제출하면서 피고인에 대한 처불불원의사를 밝혔으므로 이 사건 공소는 기각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D가 제출한 위 진정 및 고소 취하서에는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가 명확하게 나타나 있지 않으므로,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
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되,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으므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공시의 취지를 선고하지 않는다.
판사 이종훈
각주1) 1 당시 근로기준법 제30조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보상금 기타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이는 현행 근로기준법 제36조와 거의 동일하다.
각주2) 증거목록1 증거목록2
각주3) 증거목록3 기록목록1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