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피고는 각종 전자기기와 동 부분품의 제작, 판매, 직매, 임대, 서비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 소속으로 근무하다가 별지 목록 '②항 퇴직일' 기재 각 해당 일자에 퇴직한 근로자들이다.
피고는 2014. 3. 6. I 주식회사(이후 상호가 2015. 6. 29. 'J 주식회사'로 변경되었다가, 2018. 3. 23. 다시 'K 주식회사'로 변경되었다, 이하 'I'이라 한다)의 반도체 부품 사업(MDS, Micro Device Solution) 양수를 위하여 설립되었고(설립 당시 상호는 '주식회사 L'였다가, 2014. 9. 1. 현재의 상호로 변경되었다), 그 후 2014. 4. 30. I으로부터 위 반도체 부품 사업 일체를 양수하였다.
한편 I 소속 근로자들의 정년은 만 55세였는데, 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이 개정됨에 따라 근로자의 정년이 만 60세로 의무화되었고, 위 정년 규정은 2016. 1. 1.부터 I의 사업장에 적용되었다.
이에 I은 2014. 3.경 노사 합의를 통해 소속 근로자들의 정년을 만 55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하되, 아래와 같이 정년 도래 전 5년간 각 임금을 감액하여 지급하기로 하는 임금피크제(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를 2016. 1. 1.부터 시행하기로 합의하였다.
피고가 설립됨에 따라 I의 반도체 부품 사업부에 재직하던 근로자들 중 원고들을 비롯한 전적(轉籍) 희망자들은 I에서 퇴사함과 동시에 피고에 입사하게 되었는데, 피고는 2014. 3. 31. 위 전적 희망자들 대표와 사이에 I의 현행 정년 제도를 동일하게 적용하여 만 60세까지 고용을 보장하되, 이 사건 임금피크제도 또한 적용하기로 합의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2. 원고들의 주장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원고들을 차별하는 것으로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라 감액함으로써 원고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임금 및 퇴직금 적립금 중 일부로서 별지 목록 '①항 청구금액'란 기재 각 해당 금액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 단
관련 법리
고령자고용법은 제4조의4 제1항에서 "사업주는 모집·채용(제1호),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제2호), 교육·훈련(제3호), 배치·전보 · 승진(제4호), 퇴직·해고(제5호)의 각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제1항을 적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외의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 및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6 제1항, 제4조의7 제1항, 제23조의3 제2항, 제24조 제1항의 내용과 고용의 영역에서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여 헌법상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는 고령자고용법상 차별 금지 조항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서 이에 반하는 내용을 정한 조항은 무효이다.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위 법리는 이른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한 것이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과 같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하여도 하나 의 참고 기준이 될 수 있다.
구체적 판단
위 기초 사실에 의하면 피고의 근로자들 중 만 55세 이상의 근로자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정년인 만 60세까지 개별적인 업무 성과 등에 관계없이 오직 근로자가 일정한 연령에 이르렀다는 사정만으로 임금이 감액되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에 관하여 차등을 두는 경우에 해당하기는 한다.
그러나 위 기초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을 제4, 5, 10, 1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들 내지 사정들을 위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이나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위반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고령자고용법이 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면서, 근로 능력이 있는 근로자의 일할 기회를 보장하기 위하여 사업주로 하여금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하되(제19조),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하도록 하였다(제19조의2). 이는 정년 연장에 따라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이 증가할 것은 당연히 예상되므로,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신규 채용의 감축 등의 반작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사업주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의무로도 규정한 것이다. 따라서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하면서 정년 도래 5년 전부터 임금의 일부를 삭감하기로 하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은 위 고령자고용법의 입법 목적에 부합하는 것 으로서 위 규정에서 예정한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에 해당한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의 합리적인 시행을 위해 도입된 조치로 정년 연장과 유기적 연관성을 가진다. 따라서 비록 원고들의 정년 연장이 법률 개정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기대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을 비롯한 근로자들에게 유리한 정년 연장의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임금 감액만을 이유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원고들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원고들을 비롯한 피고의 근로자들은 원래 만 55세에 퇴직하였어야 하나 정년이만 60세로 5년 연장됨에 따라 정년 연장과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모두 도입되지 아니하였을 때와 비교하면 임금 총액의 측면에서 더 많은 액수를 지급받게 되는 점,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들에 대하여도 복리후생에 관한 사항을 종전과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는 점, 달리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른 임금 삭감의 정도가 특별히 과도하다고 볼 만한 별다른 사정을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원고들에게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일방적인 불이익을 강요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이 사건과 같이 정년 연장에 연계하여 임금피크제가 시행된 경우, 정년 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고,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업무량이나 업무강도 등에 관한 명시적인 저감 조치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에 의하면 '이 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하는 경우'는 연령차별금지의 예외에 해당한다. 정년 연장을 위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정년이 연장된 고령자에 대한 사용자의 인건비 부담을 경감시켜 사용자에 의한 고령자 조기퇴출 시도를 억제하고 연장된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고령자의 고용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므로, 고령 근로자 집단의 고용유지를 위한 지원조치로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의 연령차별금지의 예외에 해당하는 성질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절감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는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오로지 신규채용 근로자들의 인건비 확충만을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라고 할 수는 없으며, 달리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절감된 재원을 본래의 목적에 반하여 사용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나 자료를 찾아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절감된 재원이 본래 목적대로 사용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신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