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피고는 발전설비 제작 및 설치, 기계설비공사업, 발전설비 및 기타 산업설비의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사람들로서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임금피크제에 따라 감액된 임금을 지급받았다.
Z 주식회사(이하 ‘Z’이라고만 한다)는 2013년경 AA 주식회사(이하 ‘AA’이라고만 한다)로부터 원고들이 근무하던 AB 사업부(AB 사업부, 이하 ‘이 사건 사업부’라 한다)를 인수하였고, 이후 피고는 2016. 8.경 Z로부터 위 사업부를 인수하였다.
AA은 노동조합과 임금 교섭을 거쳐 2013. 8. 27. 이 사건 사업부 기술직 근로자의 정년을 56세에서 60세가 되는 해의 12월 31일까지로 연장하는 한편, 57, 58세의 임금은 기본급을 유지하면서 상여금을 기존 700%(정기상여금 500%, 명절상여금 200%)에서 400%(정기상여금 300%, 명절상여금 100%)로 조정하고, 59, 60세의 임금은 58세를 기준으로 기본급을 지급하되 상여금을 100%(명절상여금)로 조정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를 시행하기로 합의하였다.
Z이 AA으로부터 이 사건 사업부를 인수한 후 2014년부터 상여금의 명칭이 정기상여금의 경우 ‘생산성향상수당’으로, 명절상여금의 경우 ‘복지향상지원금’으로 각 변경되었고, 2014. 10.경부터는 이 사건 사업부 사무직 근로자에 대하여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되었다.
피고는 2016. 7. 15.경 Z로부터 이 사건 사업부를 인수하기로 합의하면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그대로 승계하였다.
피고는 2018년경 임금 협상을 통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내용을 일부 수정하여 57, 58세의 경우 생산성향상수당의 삭감 비율을 완화하여 400%를 지급하고, 59, 60세의 경우 생산성향상수당으로 200%를 지급하기로 합의하였다. 그 후 피고는 2021년경 임금 협상을 통해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폐지하기로 합의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 내지 5, 1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원고들을 차별하는 것이므로, 강행규정인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 제4조의4 제1항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라 감액함으로서 미지급한 임금 차액 및 이를 토대로 재산정한 미지급 퇴직금 차액을 합한 금액 중 일부로서 각 1,000만 원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 단
관련 법리
고령자고용법은 제4조의4 제1항에서 “사업주는 모집ㆍ채용(제1호),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제2호), 교육ㆍ훈련(제3호), 배치ㆍ전보ㆍ승진(제4호), 퇴직ㆍ해고(제5호)의 각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제1항을 적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외의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 및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6 제1항, 제4조의7 제1항, 제23조의3 제2항, 제24조 제1항의 내용과 고용의 영역에서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여 헌법상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는 고령자고용법상 차별 금지 조항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서 이에 반하는 내용을 정한 조항은 무효이다.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위 법리는 이른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한 것이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과 같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하여도 하나의 참고 기준이 될 수 있다.
구체적 판단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정년퇴직일로부터 4년 이전의 시점에 도달한 연령의 근로자들은 개별적인 업무 성과 등에 관계없이 오직 근로자가 일정한 연령에 이르렀다는 사정만으로 상여금(생산성향상수당, 복지향상지원금)이 감액되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에 관하여 차등을 두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나 위 기초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을 제13 내지 1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들 내지 사정들을 위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이나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위반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고령자고용법이 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면서, 근로 능력이 있는 근로자의 일할 기회를 보장하기 위하여 사업주로 하여금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하되(제19조),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하도록 하였다(제19조의2). 이는 정년 연장에 따라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이 증가할 것은 당연히 예상되므로,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신규 채용의 감축 등의 반작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사업주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의무로도 규정한 것이다. 따라서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하면서 정년 도래 4년 전부터 상여금의 일부를 삭감하기로 하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은 위 고령자고용법의 입법 목적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위 규정에서 예정한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에 해당한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의 합리적인 시행을 위해 도입된 조치로서, 정년 연장과 유기적 연관성을 가지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한다. 따라서 비록 원고들의 정년 연장이 법률 개정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기대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사실상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들을 비롯한 근로자들에게 유리한 정년 연장의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임금 감액만을 이유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원고들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하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원고들을 비롯한 피고의 근로자들은 원래 56세에 퇴직하였어야 하나 정년이 60세로 4년 연장됨에 따라 정년 연장과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모두 도입되지 아니하였을 때와 비교하면 임금 총액의 측면에서 더 많은 액수를 지급받게 되는 점, 이 사건 임금 피크제에 따른 임금 삭감의 정도가 특별히 과도하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대상 근로자들인 원고들에게 일방적인 불이익을 강요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이 사건과 같이 정년 연장에 연계하여 임금피크제가 시행된 경우 정년 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고,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업무량이나 업무강도 등에 관한 명시적인 저감 조치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서 원고들을 비롯한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에 대하여 연장된 정년기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퇴직금 중도산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고, 기존과 동일한 복리후생을 유지하는 등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들에 대한 불이익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신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