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방송사업 및 문화서비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고, 원고 A은 2020.10. 31.에, 원고 B은 2022. 10. 31.에 피고에서 퇴직한 근로자들이다.
피고의 임금피크제 도입
피고와 피고 소속 근로자 중 과반수가 소속된 D노동조합 E지부(이하 '이 사건 노조'라 한다)는 2004. 12. 21. 다음과 같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로 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에 따라 도입된 임금피크제를 '최초 임금피크제'라 한다).
피고의 임금피크제 개정
피고와 이 사건 노조는 2008. 11. 6. 다음과 같이 임금피크제의 내용을 일부 변경하는 합의를 하고, 이를 피고의 보수규정 제37조로 규정하였다(이하 이에 따라 변경된 임금피크제를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
피고의 근로자 정년 변경
2013. 5. 22. 자 개정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 제19조가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하고(제1항),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제2항)'는 내용으로 개정되었고, 위 개정조항은 피고와 같이 상시300명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는 2017. 1. 1.부터 시행되었다. 이에 따라 피고는 취업규칙을 개정하여 근로자의 정년을 만 58세(만 58세가 되는 해의 생일 해당월 말일)에서 만 60세(만 60세가 되는 해의 생일 해당월 말일)로 변경하였다.
피고의 인사규정과 호봉 승급 체계
피고의 인사규정(2024. 12. 18. 개정된 것)은 호봉 승급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관계 법령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3, 4호증, 을 3 내지 6, 18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 주장의 요지
원고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호봉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므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2항의 연령차별에 해당한다. 나아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이른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로서, 그 도입 목적의 정당성 및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고,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임금 삭감의 정도가 과도하며,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도 없었고, 감액된 재원이 도입 목적에 부합하게 사용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등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그러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삭감된 임금 및 퇴직금으로 청구취지 기재 각 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다음과 같이 유효하므로, 원고들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령만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닌, 호봉 및 연봉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또한 2017. 1. 1.부터 정년이 만 58에서 만 60세로 연장되며 임금피크제 적용기간도 2년 연장되었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하고, 그 도입 취지에 비추어 보았을 때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의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유지 · 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하는 경우' 및 같은 법 제19조의2 제1항의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에 해당하므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에서 정한 연령차별로 볼 수 없다.
설령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연령차별로 보더라도, 피고는 인력 구조가 고령화되어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대내 · 외 경영사정이 악화되자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이고, 적용 대상자들에 대한 불이익이 과도하지 않으며, 안식년제도 실시, 교육비 지원, 임금인상률 적용 등 임금 삭감에 상응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고, 이로 인해 절감한 재원을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 및 신규 채용에 사용하였으므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정한 '합리적 이유'가 있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 따라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등에 위반되지 않는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효력 유무에 대한 판단
관련 법리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 · 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對償)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23다260088 판결 등 참조).
판단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연령차별 해당 여부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개별적인 업무 성과나 직무 가치 등에 관계없이 특정 연령(만55세) 및 호봉(29호봉 2년차<1>)에 도달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적용되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임금이 감액되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특히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는 피고의 인사규정에 따르면 피고 근로자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속기간 1년(24호봉 이상은 2년)마다 정기적으로 1호봉씩 승급하게 되므로, 연령 외의 기준인 호봉 역시 필연
적으로 근로자의 연령과 비례할 수밖에 없다. 결국 연령 기준에 앞서 호봉 기준의 적용을 받게 되는 경우에도 상대적 고령자들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 대상이 된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에서 정한 연령차별에 해당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 또는 같은 법 제19조의2 제1항에서 규정한 조치에 해당하므로 연령차별 자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제19조 제1항의 개정및 시행에 따라 피고 근로자의 정년이 만 60세로 연장되기 수년 전부터 시행된 점,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자체적으로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하는 조치를 포함하고 있지 않고, 그 시행의 일반적 전제로 적용 대상 근로자의 정년 연장 또는 정년에 이른 근로자의 재고용 조치를 수반하고 있지도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에서 정한 '이 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유지 · 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하는 경우' 및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에서 정한 '같은 법 제19조 제1항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연령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
앞서 든 증거들, 을 7, 8, 9, 19, 22, 2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및 사실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는 주식회사 F(이하 'F'이라 한다)의 지역 계열사 16개 중 하나이고, F으로부터 제공되는 방송을 송출하거나 방송광고 수입을 배분받는 등 F의 경영 상황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런데 F은 단일호봉제에 기한 임금체계에서 고령화에 따른 인건비부담이 가중되고 업무 생산성이 하락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조합과의 합의를 거쳐 2005. 1. 1. 자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고, 피고 외의 지역 계열사들도 이에 영향을 받아 순차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다. 피고 역시 인력구조 및 임금체계상 고호봉의 인력이 상대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매출 감소로 경영상황이 악화되자 인건비 절감을 위해 2005년 최초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게 되었다. 실제로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이후 2009년부터 2024년까지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하였고,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연속하여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였다. 이는 인터넷을 통한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 컨텐츠 제공자들의 출현 및 그들의 시장 지배로 인한 방송사업 환경의 변화에 따른 광고신탁 금액 등 전반적인 매출액의 감소로 인한 것이어서 단기적으로 개선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보이고, 방송사업의 특성상 피고가 지출하는 비용 중 인건비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점에서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이 큰 상황이었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이 인정된다.
특히 피고의 임금체계는 호봉제로서 실제 업무능력이나 성과와 무관하게 실질적으로 나이, 근속연수에 따라 급여가 우상향하는 연공급제 임금체계에 해당하는바, 임금피크제는 이러한 연공급제 임금체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이므로,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들의 업무생산성 · 목표수준이 비대상자에 비하여 떨어진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비록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당시 정년 연장 조치가 수반되지는 않았지만,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후 고령자고용법의 개정으로 2017년부터 정년이 만 58세에서만 60세로 연장됨에 따라 결국 원고들의 경우 모두 위와 같은 정년 연장의 혜택을 받게 되었으므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준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원고들이 받은 불이익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정년 연장으로 인해 2년간 추가로 임금을 지급받게 되었다는 사정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 근로자들도 임금 인상률은 동일하게 적용받는 점, 기본급에 더하여 지급되는 각종 수당은 감액 없이 종전과 동일하게 지급되는 점까지 고려하면 원고들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입은 불이익의 정도가 아주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는 2014. 3. 10. 안식휴직제 시행규정을 제정하여 피고에 재직하고 있는 직원의 재충전 및 직무역량 개발, 퇴직 설계 준비 등을 위한 목적으로 안식휴직제를 도입하였다. 위 제도는 피고의 직원이 휴직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하지 않음에도 급여 및 상여의 각 60% 내지 70% 상당액을 지급하고, 경조금, 학자금, 입원진료비 등은 휴직과관계 없이 지급하며, 휴직기간이 근속기간 및 승호소요기간에 포함되는 등 보상적 성격을 가지고 있어, 공기업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 공로연수 제도와 유사한 측면이 있는바, 대상 조치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2> 또한 피고는 원고들이 피고와 제휴한 외부 업체에서 퇴직 설계 준비 등을 위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비를 지원하기도 하였다.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이후 오히려 업무량 또는 업무강도가 높아졌다고 주장하나, 원고들은 직급만 부국장이 되었을 뿐, 이 사건 임금피크제 이후에 새로운 보직을 맡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이전에 비하여 업무량 또는 업무강도가 높아졌다고 볼 수 없다.
피고는 최초 임금피크제가 도입된 2005년부터 2024년까지 합계 72명을 신규 채용하였는데, 이는 같은 기간 동안의 퇴직 인원 48명(= 정년퇴직 17명 + 명예퇴직 31명)을 넘어서는 수치이다. 또한 피고는 퇴직한 근로자들 중 13명을 촉탁직으로 재고용하였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사용으로 인해 절약한 인건비를 그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중 · 장년 근로자들의 신규 채용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들어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서 사용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임금피크제는 근본적으로 고령자 근로자의 조기 퇴출을 막아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고용을 유지하려는 데 목적이 있고, 이로 인한 신규 채용의 감소는 필연적인바, 연령차별금지의 예외사유인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의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유지 · 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는 고령자 근로자 고용을 위한 지원조치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청년층 근로자 고용을 위한 지원조치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피고가 일방적으로 도입한 것이 아니라, 피고의 경영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이 사건 노조와 피고 사이의 대등한 협상을 통해 도출된 합의의 산물이다. 또한 임금피크제는 고령자 근로자들의 고용 유지 및 안정, 청년층들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및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일환에서 도입된 것으로, 고령자 근로자들의 임금을 일부 축소하는 대신 이들의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한편, 이로써 절감되는 재원을 신규 고용 창출에 제공하여,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여 모든 세대의 상생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퇴직한 원고들은 모두 피고에서 정년까지 재직함으로써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보장받았고, 퇴직자 수를웃도는 수치의 신규 채용도 이루어졌다.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와 유사한 G 주식회사, H 주식회사, I 주식회사, J 주식회사(이하 'G 등'이라 한다)의 각 임금피크제가 법원에서 무효라고 판단되었으므로(대구고등법원 2024. 6. 19. 선고 2024나10304 판결,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2025. 2.13. 선고 2023가단50258 판결,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2024. 11. 14. 선고 2023가합10004 판결,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25. 6. 10. 선고 2023가단53581 판결), 이 사건 임금피크제도 동일하게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G 등의 각 임금피크제와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적용 시점, 삭감률, 대상조치, 신규 채용 및 촉탁직 재고용 규모,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본래 목적으로 사용되었는지 여부 등의 사정이 모두 다르므로, 위 각 임금피크제의 효력에 관한 결론이 그대로 이 사건에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
소결론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강행규정 위반으로 무효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 론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한다.
판사 유기웅
각주1) 피고 보수규정 제37조에 따르면, 29호봉 1년차가 되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익년 1월 1일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므로, 실질적으로 29호봉 2년차가 진입일이 된다.
각주2) 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4다218619 판결은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가 정년퇴직일 직전 6개월 또는 1년 동안 근로를 제공하지 않으면서도 급여 중 80%를 지급받을 수 있는 공로연수 제도가 임금피크제로 인한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