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1. 5. 26. 선고 2020구합102418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0. 3. 10. 원고에 대하여 한 노동조합 규약 시정명령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시정명령의 경위

가.

원고는 B 주식회사의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설립된 기업별 노동조합이다.

나.

원고의 규약 제13조 제2항은 ‘파업기간 중 협정근로자 및 안전보호시설 근무자는 발생된 초과 근무수당을 투쟁기금으로 납부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2019. 3. 8.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파업기간 중 협정근로자 및 안전보호시설 근무자는 임금 및 발생된 초과 근무수당을 투쟁기금으로 납부한다’는 내용으로 개정되었다(이하 ‘이 사건 규약조항’이라 한다).

다.

피고는 2020. 3. 10. 이 사건 규약조항 중 ‘임금’ 부분이 쟁의행위 참가 조합원들에 대한 경제적 배려, 협정근로자가 정해지는 구조, 협정근로자가 얻는 반사이익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법이 정하는 합리성을 넘어선 것으로 보여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44조 제1항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노동조합법 제21조 제1항에 따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의 의결(C)을 거쳐 원고에게 2020. 4. 10.까지(이후 2020. 4. 16.까지로 연기됨) 이 사건 규약조항 중 ‘임금’ 부분을 시정할 것을 명령하였다(이하 ‘이 사건 시정명령’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 을 제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시정명령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임금 전액지급 원칙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및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규정한 노동조합법 제44조 제1항은 개별 근로자와의 관계에서 임금지급의무가 있는 사용자를 규율하는 규정이고, 노동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조합비 납부의무와는 무관하므로, 특별조합비(투쟁기금) 납부에 관한 이 사건 규약조항이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또는 노동조합법 제44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이 사건 규약조항 중 ‘임금’ 부분은 노동조합법 및 원고의 규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적법하게 개정되었고, 투쟁기금을 조성하여 파업기간 임금을 받지 못하는 파업 참가 조합원을 포함한 전체 조합원들에게 생계비로 안분 지급하여 단결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서 형평의 원칙에 부합하고 조합자치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 해당하며, 그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 조합원은 언제든지 자유롭게 원고를 탈퇴할 수 있으므로 조합원들의 기본적 인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시정명령은 부당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에 의하면,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을 말하는데,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은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임금의 통화지급, 직접지급, 전액지급 원칙을 정하고 있다. 이는 근로자의 생계수단인 임금이 확실하고도 신속하게 근로자 본인의 수중에 들어가게 하여 그의 자유로운 처분에 맡기고 나아가 근로자의 생활을 보호하고자 하려는 것이다(대법원 1988. 12. 13. 선고 87다카2803 판결 참조). 또한 노동조합법 제44조 제1항은 ‘사용자는 쟁의행위에 참가하여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그 기간 중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규정하여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2)

앞서 든 각 증거와 갑 제8, 9, 1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규약조항 중 ‘임금’ 부분이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및 노동조합법 제44조 제1항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시정명령은 위법하다.

①

헌법 제33조에 의해 보호받는 노동조합은 근로자들이 스스로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하여 국가와 사용자에 대항하여 자주적으로 단결한 조직이므로, 노동조합은 국가나 사용자 등으로부터 자주성을 확보하여야 하는바(헌법재판소 2015. 5. 28. 2013헌마671 등 결정 참조), 조합규약이 강행법규인 노동관계법령이나 노동조합의 본질에 명백하게 위반되지 않는 한 행정관청이 규약의 시정명령을 통하여 조합 운영에 과다하게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②

노동조합법 제11조 제9호는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그 조직의 자주적·민주적 운영을 보장하기 위하여 당해 노동조합의 규약에 조합비에 관한 사항을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고는 규약 제13조에서 조합원들의 조합비 납부의무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이 사건 규약조항을 두었다. 원고와 B 주식회사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 제68조에 의하면, 위 규정에서 정한 협정근로자는 쟁의행위 중이라도 업무에 임하여야 하는데, 쟁의행위 기간 중에도 정상적으로 근로 제공을 하여 임금과 수당을 지급받는 협정근로자 및 안전보호시설 근무자(위 단체협약 제68조는 안전보호시설 근무자도 협정근로자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바, 이하 ‘협정근로자’라고만 한다)에게 이 사건 규약조항에 따라 그 임금 등을 특별조합비의 일종인 투쟁기금으로 납부하도록 하고, 위 투쟁기금을 쟁의행위에 참가하여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조합원들을 비롯한 전 조합원(협정근로자도 포함된다)에게 생계비 명목으로 균분 지급함으로써 원고의 단결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노동조합의 주된 목적활동인 단체협약의 체결 및 근로자의 권익향상이 조합원의 단결력에 따라 그 결과가 좌우된다는 점에서 노동조합에게 단결력 강화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볼 때 이 사건 규약조항이 협정근로자가 쟁의행위 기간에 받은 ‘임금 전액’을 특별조합비로 납부하도록 규정하였다고 하여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③

이 사건 규약조항은 협정근로자에 대하여 쟁의행위 기간 중 지급받은 임금 등 상당액의 특별조합비 납부의무를 부과하고 있을 뿐, 사업자로 하여금 협정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임금을 원고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하거나(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위반) 쟁의행위에 참가하여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근로자에게도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노동조합법 제44조 제1항 위반) 내용이 아니다. 원고의 조합원들은 자유로이 원고에 가입 또는 탈퇴할 수 있고, 이 사건 규약조항은 조합원들의 민주적·자발적 의사에 따라 개정된 것인 점 등을 고려하면, 임금이 근로자 본인의 자유로운 처분 아래 놓이도록 하려는 위 근로기준법 규정의 취지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다.

④

피고는 이 사건 규약조항 중 ‘임금’ 부분이 협정근로자의 행복추구권(헌법 제10조), 평등권(제11조), 자유권(제12조), 재산권(제23조) 등을 침해한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규약조항은 노동조합의 단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되고, 쟁의행위에 직접 참가하는 대신 이 사건 규약조항에 따라 특별조합비 납부의무를 부담하는 협정근로자 또한 쟁의행위의 결과물을 함께 향유하는 점이나 언제든지 자유롭게 원고로부터 탈퇴하여 이 사건 규약조항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또한 인정되므로 협정근로자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헌숙(재판장) 유현식 장민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