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4. 4. 23. 선고 2023나207672 판결

2023

주문

1.

피고(반소원고)의 본소에 대한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반소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제1심은 원고의 본소청구를 전부 인용하고, 피고의 반소청구를 전부 기각하였는데, 피고가 본소에 대하여만 항소하였으므로, 이에 따라 본소와 반소가 모두 이 법원에 이심되기는 하였으나 이 법원의 심판대상은 그 중 피고의 항소가 제기된 원고의 본소청구에 한정된다.

2.

인정사실

가.

피고는 ‘C’라는 상호로 운수업을 영위하는 개인사업자이고, 원고는 피고 사업장에서 화물택배차량을 맡아 이를 운행한 화물운전기사이다.

나.

원고는 2019. 7. 1.부터 2022. 1. 4.까지 주식회사 D 금산대리점과 대전지점 사이 구간(이하 ‘이 사건 금산-대전 구간’이라고 한다)을 맡아 주 6일 화물택배차량을 운행하다 퇴직하였다. 원고는 2022. 1. 21. 피고를 상대로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체불금품 진정을 제기하였고, 담당 근로감독관은 체불근로자 및 사업주 진술, 기타 자료 등에 의거, 원고의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으로서 퇴직금이 발생한다고 판단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아래 표 기재와 같은 퇴직금 4,926,146원을 미지급하였다는 내용의 체불임금 등 사업주확인서를 2022. 8. 16. 발급하여 교부하였다.

다.

피고는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원고에게 위 나.항 기재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로 기소되어, 2022. 8. 19. 벌금 1,000,000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았다(대전지방법원 2022고약6341호). 피고가 위 약식명령에 대하여 대전지방법원 2022고정694호로 정식재판청구를 하였으나, 위 법원은 2022. 12. 21. 피고의 위 범죄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를 벌금 1,000,000원에 처한다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피고는 위 판결에 불복하여 대전지방법원 2023노141호로 항소하였으나, 2023. 7. 20. 항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었고, 이에 피고가 대법원 2023도11254호로 상고하였으나, 2023. 12. 15. 상고기각결정이 내려져 위 유죄 판결이 2023. 12. 20.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관련 형사사건’이라고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내지 7, 13, 14호증, 을 제3, 15, 1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3.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에게 고용되어 노무를 제공하다 퇴직하였는데, 피고에게 고용된 기간의 소정근로시간이 주 15시간 이상이므로 피고에 대한 퇴직금 채권을 갖는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퇴직금 4,926,146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원고는 주 6일을 근로하였는데 원고가 주당 15시간 이상을 근무하였다고 보기 위해서는 1일 소정근로시간이 2시간 30분 이상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원고가 운행한 이 사건 금산-대전 구간은 순수 운행을 위해 소요되는 시간이 편도 기준 30~40분에 불과하고, 원고가 대전지점에 도착한 후 택배 상·하차 작업이 진행되는 시간은 사용자인 피고의 실질적인 지휘·감독이 이루어지지 않는 시간으로서 대기시간이 아닌 휴게시간으로 보아야 하므로, 위 작업이 이뤄지는 시간은 원고의 근로시간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가사 이를 근무시간으로 보더라도, 하차 작업이 이루어지는 시간은 15분 정도에 불과하다. 이처럼 원고의 1일 소정근로시간은 2시간 30분 미만이므로 원고는 근로기준법 제18조 제3항에서 정하는 1주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로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4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퇴직금 지급 대상이 되지 않는다.

4.

본소청구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1)

사용자는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하기 위하여 퇴직급여제도 중 하나 이상의 제도를 설정하여야 하는데,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조 제1항). 여기서 ‘소정근로시간’이란 근로기준법 제50조, 제69조 본문 또는 산업안전보건법 제139조 제1항에 따른 근로시간의 범위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을 말한다(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8호).

2)

근로계약에서 정한 휴식시간이나 수면시간이 근로시간에 속하는지 또는 휴게시간에 속하는지는 특정 업종이나 업무의 종류에 따라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다. 이는 근로계약의 내용이나 해당 사업장에 적용되는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규정, 근로자가 제공하는 업무의 내용과 해당 사업장에서의 구체적 업무 방식, 휴게 중인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간섭이나 감독 여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 장소의 구비 여부, 그 밖에 근로자의 실질적 휴식을 방해하거나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와 그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9. 12. 선고 2018다22589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의 1주간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을 초과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이다.

살피건대, 이 사건 기록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주당 소정근로시간은 15시간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피고 제출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뒤집기 부족하다.

1)

이 사건 금산-대전 구간의 거리는 편도 46km인 점, 원고가 운행한 차량이 택배물품을 적재한 14톤 장축 카고 트럭인 점, 원고의 차량 운행 시간이 일부 출퇴근시간과 겹치는 점, 관련 형사사건에서 피고가 수사기관에 제출한 진술서와 E의 확인서에 운행시간이 편도 약 50분 정도 소요된다고 기재되어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의 1일 운행시간은 최소 왕복 100분 이상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2)

원고는 저녁 6~7시 사이에 D 금산대리점에 출근하여 화물이 실리는 대로 바로 대전지점까지 차량을 운행하고, 대전지점에 도착하면 도착 순서에 따라 하차도크에 정차하고 택배 하차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차량에서 대기하다 하차작업이 마무리되면 다시 차량을 상차도크로 이동시켜 정차하였다. 원고는 이튿날 오전에 물품 상차작업이 시작될 즈음 차량의 문을 열어주고 상차작업 도중 필요한 경우 차량을 다른 상차도크로 이동시키기도 하였으며, 상차작업이 종료되면 차량을 다시 금산대리점으로 운행하였고, 하차 작업이 완료되면 금산대리점에 차량을 주차하고 퇴근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대전지점에 도착하여 하차작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하차 작업이 완료되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관계로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 외에는 차안에서 계속 대기해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원고는 위와 같이 대기하는 시간 동안에도 현장에서의 사고처리, 다른 차량의 주차작업 등을 지원한 경우가 있다고 관련 형사사건에서 증언하였는바, 위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대전지점에 도착하여 상하차작업이 이뤄지는 대기시간 동안에도 택배운송 업무에서 벗어나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하차 및 상차와 이를 위한 대기 및 정차 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하는 것이 상당하다.

3)

설령 피고의 주장과 같이 원고가 대전지점에 도착한 후 하차도크에서 하차가 이루어지는 시간 동안 원고에게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근처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시간이 부여되었다고 하더라도(피고는 하차시간 동안 운전기사는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을 제18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관련 형사사건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시간을 정해서 휴게시간을 부여하거나, 휴게공간을 따로 정해준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사유로 실질적인 휴식 및 자유로운 시간이용이 보장받지 못한 채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은 시간이라고 보인다<1>.

4)

한편 을 제11, 18, 2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하차 및 상차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대기 및 정차 시간 등 고려)은 최소 60분 이상으로 보이고, 관련 형사사건에서도 피고가 인정하는 바에 따라 하차 및 상차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이 최소 60분 이상으로 인정되었다.

5)

원고의 1주간 근무일이 6일이라는 사실에 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바, 하차작업 종료 후 상차도크에 정차시킨 때로부터 다음날 상차작업이 개시될 무렵까지의 시간을 휴게시간으로 보더라도 원고의 1주간 소정근로시간은 최소 16시간[= 160분(= 왕복 운행시간 100분 + 상·하차시간 60분) × 6일] 이상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6)

한편 피고는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할 당시 원고에게, 피고 사업장에서의 구간운행업무의 소정근로시간이 1주당 15시간 이내여서 원고는 퇴직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고지하였고, 원고도 이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 없이 동의하였다고 주장하나,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와 같은 사실이 있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 4,926,146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퇴직한 날로부터 14일째 되는 날의 다음날인 2022. 1. 19.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본소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본소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현정(재판장) 강애란 임수정

각주1) ○ 한편 피고는 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3다28926 판결의 판시내용(서울시 버스기사들이 구간 운행을 마치고 다음 운행을 시작하기까지 1시간 정도의 대기시간이 근로시간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을 들어 이 사건 원고의 대기시간도 근로시간에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피고의 항소이유서 제5면 참조), 피고가 들고 있는 버스기사 사건의 경우에는 다툼의 대상이 된 1시간의 시간이 서울시 버스운송사업 조합과 기사들 사이에 체결한 임금협정 상의 1일 근로시간 산정에 이미 반영된 점, 반면 버스기사들이 임금협정을 통해 이미 근로시간에 반영된 1시간을 초과하여 청소, 차량점검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점, 버스기사들의 경우에는 다음 운행버스의 출발시각이 배차표에 미리 정해져 있었으므로(즉, 운행시작 및 휴식종료 시간이 일정함) 위 대기시간을 휴식시간으로 활용하는 데 무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이를 근로시간에 편입시키지 않았다. ○ 이처럼 위 대법원 사건과 이 사건 사이에는 기초되는 사실관계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바, 단지 위 각 사건들이 ‘운수업 종사자’에 관한 판결이라고 하여 위 판시내용을 직접 이 사건에 적용하여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