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피고는 선박의 건조, 판매 및 수출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 소속 근로자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사람들이다.
피고의 사업장에는 복수의 노동조합으로 B지회(이하 B 지회라고 한다)와 C 노동조합이 있다. C 노동조합은 2012년 B 지회와 사이에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었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고 한다) 제19조에서 사업자로 하여금 근로자의 정년이 만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할 것으로만 규정하던 것이 의무적으로 만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개정됨에 따라(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 피고는 그 시행일인 2016. 1. 1.부터 근로자의 정년을 기존 근로자의 정년인 만 58세에서 만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했다. 이에 피고는 2014. 9. 26. C 노동조합과 직원의 정년을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하되 만 58세와 59세 근로자의 임금을 일부 삭감하여 지급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고 한다)를 도입하기로 하는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B 지회는 C 노동조합 등을 상대로 위 단체협약에 대한 무효확인 및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6. 7. 21. 원고(B 지회)의 피고(C 노동조합)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4가합60526). B 지회는 위 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은 2017. 8. 18.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6나2057671). 이에 B 지회는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2020. 10. 29. 상고기각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17다263192, 이하 관련 사건이라고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1, 5, 10, 11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 주장의 요지
고령자고용법의 개정에 따라 2016. 1. 1. 이후 피고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정년은 만 60세로 보장되는 상황이었으므로, 그 이후 만 58세의 연령에 도달한 원고들에 대하여 적용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정년의 연장 없이 임금 삭감 조치가 수반된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한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원고들을 포함한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 근로자들을 임금 지급 측면에서 차별하는 것이므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을 위반하여 무효이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피고 소속 근로자 과반이 반대하였음에도 C 노동조합이 소수노조 조합원들의 의견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체결한 이 사건 단체협약에 의하여 도입된 것이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에 대한 판단에 고려되어야 한다.
위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2 기재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없었더라면 지급하였을 임금과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에 따라 감액된 임금, 퇴직금의 차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성격
임금피크제는 기존의 정년을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동안 삭감하는 형태의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와 기존의 정년을 연장하면서 해당 기간 동안의 임금을 피크 임금의 일정 비율만큼 감액하는 형태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로 구분된다.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하면서 이와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특정 연령집단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형태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개정 고령자고용법 시행일인 2016. 1. 1.부터 시행된 임금피크제라 하더라도 노사협의 하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시점을 기준으로 기존보다 정년을 연장하였다면 이를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만약 원고들 주장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성격을 규정한다면, 개정 고령자고용법 시행일인 2016. 1. 1. 당시를 기준으로 만 58세 이상의 근로자들에게는 정년을 연장해주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인 반면 같은 시기 만 58세 미만의 근로자들에게는 법적으로 보장된 정년을 재확인해주는 것에 불과한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되어 동일한 내용의 임금피크제에 대하여 각 근로자의 연령에 따라 달리 보아야 하는 불합리가 발생한다.
원고들은 고령자고용법이 개정되기 이전 시점에 이미 피고에 고용된 상태였고, 그때까지 자신의 정년을 만 58세로 여기고 있었으나 고령자고용법의 개정 및 이에 상응하여 체결된 단체협약에 의하여 그 정년이 만 60세로 연장되었다.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는 법정 정년의 연장에 따른 사업주의 부담을 경감하려는 취지에서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예정하고 있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 또한 기존에 만 58세였던 근로자의 정년이 만 60세로 연장되는 것에 대응하여 인건비 상승 등의 부담을 완화하고자 시행된 것으로 보인다.
연령차별금지원칙 위반 여부
관련 법리
고령자고용법은 제4조의4 제1항에서 “사업주는 모집·채용(제1호),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제2호), 교육·훈련(제3호), 배치·전보·승진(제4호), 퇴직·해고(제5호)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제1항을 적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외의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 및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6 제1항, 제4조의7 제1항, 제23조의3 제2항, 제24조 제1항의 내용과 고용의 영역에서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여 헌법상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는 고령자고용법상 차별 금지 조항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서 이에 반하는 내용을 정한 조항은 무효이다.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1>
구체적 판단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됨에 따라 일정 연령에 도달한 근로자들은 그러한 사정만으로 임금이 감액되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에 관하여 차등을 두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 및 을8호증의 1~3, 을9호증의 1~4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함으로써 강행규정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근로자의 정년 연령을 기존의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함과 아울러 정년이 연장된 기간 동안 고령에 이른 근로자들의 급여를 감액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며, 고령자의 고용안정성을 높이고 사용자인 피고는 근로능력이 있는 근로자에게 일할 기회를 추가적으로 부여함과 동시에 풍부한 경험과 숙련도를 갖춘 인력을 경제적인 인건비로 고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도입된 것이다.
고령자고용법은 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면서, 사업주로 하여금 정년을 만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하되(제19조),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하였다(제19조의2). 이는 정년 연장에 따라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이 증가할 것이 당연히 예상되므로, 정년 연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신규인력 채용의 감축 등의 반작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사업주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의무로도 규정한 것이다.
고용보험법령 역시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이 시행되기 전부터 정년 연장에 따른 근로자의 임금 삭감 제도를 예정하고 이에 대한 지원금 제도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었으며(고용보험법 제23조,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8조), 정년 연장이 시행될 무렵에는 고용보험법 시행령에 제28조의2를 신설하여,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55세 이후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2018. 12. 31.까지 일정한 지원금을 지원하도록 규정하였다.
이처럼 관련 법령에서는 법정 정년 연장에 대응하여 일정 연령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와 같은 임금체계 개편 조치를 이미 예정하고 있었는바, 정년을 연장하면서 정년 도래 2년 전부터 임금의 일부를 삭감하기로 하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의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의 합리적인 시행을 위해 도입된 조치로 정년 연장과 유기적 연관성을 가지므로, 비록 원고들의 정년 연장이 법률 개정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기대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에게 유리한 정년 연장의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임금 감액만을 이유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원고들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기존 정년인 만 58세까지는 기존 임금체계에 따른 임금을 그대로 지급하고, 정년 연장된 기간인 만 58세부터 만 59세까지는 직전 기준연봉의 95%를, 만 59세부터 만 60세까지는 직전 기준연봉의 80%를 각 지급하는 내용으로, 피고의 기존 임금체계에 비추어 볼 때 그 삭감의 정도가 크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노사합의의 결과물이며,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됨에 따라 기존 정년인 만 58세까지의 근무로 인한 임금이 삭감되지 않으면서도 그 이후 근로의 제공 및 임금 수령의 기회가 생겼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 이전보다 임금 총액 측면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되었다.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이 사건과 같이 정년연장에 연계하여 임금피크제가 실시되는 경우 정년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고,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라고 볼 수 있는데,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 근로자들에게 반드시 별도 직군을 부여하거나 업무강도를 경감하여 줄 법적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 40년 장기근속자에 대한 포상을 추가함으로써,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는 고령 근로자가 해당 기간 동안 삭감된 임금을 지급 받는 대신 장기근속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들의 업무량이나 업무강도 등을 명시적으로 감소시키지 않았다거나 삭감된 임금을 근로자를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여부
일반적으로 정년연장에 따라 임금피크제가 실시되는 경우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이후 2015. 3. 2. 피고의 경영사정에 의하여 휴업 중이던 생산직 인력을 복귀시키고, 2015년 114명, 2017년 17명을 신규 채용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피고가 감액된 재원을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 목적에 부합하지 않게 사용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사건 단체협약의 민주적 절차 위반 주장에 대한 판단
원고들은 C 노동조합이 소수노조의 의사를 무시하고 민주적 절차에 반하여 이 사건 단체협약을 강행처리하였으므로 이 점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유효성 판단에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련 사건에서 대법원은 C 노동조합이 이 사건 단체협약의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하면서 B 지회 소속 조합원들에게 동등하게 해당 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거나 그들의 찬반의사까지 동등하게 고려하여 잠정합의안에 대한 가격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더라도 절차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 바(을10호증의 3), 이 사건 단체협약이 위법하게 체결된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단체협약에 의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 역시 위법하여 그 효력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소결론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하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령차별금지원칙 위반되어 무효라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효력이 없음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러므로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한다.
판사 남재현(재판장) 박정미 길선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