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여객자동차 운송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원고 소속 승무직 근로자들(이하 ‘이 사건 운전기사들’이라 함)은 2023. 1.경, 2023. 2.경 및 2023. 5.경 피고에게, 원고가 근로기준법 제55조 제2항에 따라 추가된 유급휴일에 근무한 것에 대해 근로기준법 제56조 제2항에 따른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여야 함에도 이를 지급하지 않고 있으므로, 이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는 취지의 진정을 각 제기하였다(이하에서 통틀어서 ‘이 사건 각 진정’이라 함).
이 사건 각 진정에 따른 내사 결과, 피고 소속 근로감독관 B은 원고가 근로기준법 제56조 등을 위반하였다고 보고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는 2023. 8. 22.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원고 사업장에서 법정공휴일과 대체공휴일 중 하루에 대해서만 유급휴일로 인정하여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이 사건 운전기사들 중 36명에 대한 임금 합계 31,002,415원을 임금정기지급일인 매월 12일에 미지급하였다.”고 보고, 원고에 대하여 위 위반사항을 2023. 9. 6.까지 시정할 것을 지시하였다(이하 ‘이 사건 시정지시’라 함).
원고는 2023. 9. 5. 이 사건 시정지시에 따라 임금 지급을 완료하고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 관련 법령은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제4호증, 을제1호증 내지 을제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음)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운전기사들은 기준 근로일수에 관한 단체협약 및 임금협정의 아래 내용에 따라 4일 근무, 2일 휴무를 원칙으로 하되 근로자 본인이 원하는 경우 5일째 근로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 사건 운전기사들에게 토요일과 일요일은 휴일에 해당하지 않고, 따라서 이들은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근무하더라도 별도의 휴일근로수당을 지급받지 않는다. 다만 단체협약의 아래 규정(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함)에 따라, 이 사건 운전기사들은 특별유급휴일 근무 시 유급휴일수당을 지급받는다. 이 사건 규정에 따른 특별유급휴일 중 일부 공휴일이 다른 공휴일과 겹칠 경우 그 공휴일 다음의 첫 번째 비공휴일이 공휴일로 대체되는데, 이 경우 원래의 공휴일은 통상적인 근무일과 동일하게 취급되어, 그날 근무를 하더라도 유급휴일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
이 사건 시정지시에 따르는 경우 대체공휴일 제도의 취지와는 다르게 공휴일, 즉 이 사건 운전기사들의 유급휴일 자체가 늘어나는 결과가 되고, 토요일, 일요일 및 대체공휴일에 근로한 운전기사와 그렇지 않은 운전기사 간에 현저한 임금 차이가 발생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 이 사건 시정지시는 근로기준법 제55조 제2항 등 관련 규정의 정당한 해석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피고의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이 사건 시정지시가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하지 않아 이 사건 소가 부적법하다고 다투므로 이에 관하여 살핀다.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이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을 말한다. 행정청의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추상적·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에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 사이의 실질적 견련성, 법치행정의 원리와 그 행위에 관련된 행정청이나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행정청의 행위가 ‘처분’에 해당하는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그에 대한 불복방법 선택에 중대한 이해관계를 가지는 상대방의 인식 가능성과 예측 가능성을 중요하게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이 사건 시정지시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
명시적인 근거 법령의 부존재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령에 이 사건 시정지시의 명시적인 근거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구 근로감독관집무규정(2024. 6. 26. 고용노동부훈령 제5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이 사건 훈령’이라 함) 제40조 제1항 본문은 근로감독관으로 하여금 진정사건 등 신고사건의 조사결과 법 위반사실이 확인되었을 경우 이 사건 훈령 [별표 3] 및 [별표 4]의 위반사항 조치기준에 따라 처리하도록 정하였다. 이 사건 훈령 [별표3]은 신고사건 조사결과 근로기준법 제55조, 제56조 등 위반이 확인된 경우 즉시 또는 일정한 기한을 두어 시정명령을 하고, 시정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내사종결을, 시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범죄인지 후 수사 착수 또는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정하였다.
이처럼 이 사건 시정지시는 별도의 법률상 근거 없이 이 사건 훈령의 위와 같은 기준에 따라 이루어졌을 뿐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 시정지시는 근로기준법 제30조에 따른 구제명령,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1조,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 등에 따른 시정명령과 같이 법률에 명시적 근거를 둔 다른 근로관계 관련 법령상의 조치들과 다르다. 원고가 이 사건 시정지시의 처분성을 주장하며 원용하는 판결들 역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1조의2, 사회복지사업법 제26조 제1항, 유아교육법 제30조 제1항 등과 같이 그 대상 처분의 근거가 되는 법률규정이 명확히 존재하는 사안들에 관한 것으로서 이 사건과는 국면을 달리 한다.
불이행에 따른 법적 효과의 부존재
위와 같이 명시적인 근거 법령 없이 이루어진 이 사건 시정명령을 원고가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피고가 마땅한 불이익조치를 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이 사건 시정명령은 그 자체로 일정한 법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임의적인 협력을 통하여 사실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볼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13조는 사용자 등으로 하여금 근로감독관 등의 요구가 있는 경우 지체 없이 필요한 사항에 대하여 보고하거나 출석하도록 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한 경우 근로기준법 제116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된다. 피고는 이 사건 시정지시 공문에 “이 사건 각 진정에 관하여 조사한 결과, 귀하는 근로기준법 제56조를 위반하여 벌칙 적용 대상이나, 진정인이 권리 구제를 희망하여 시정 기회를 부여하오니, 시정기한까지 위반사항을 시정하고 그 결과를 제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기재하였는데, 위와 같은 결과 제출 요구가 근로기준법 제13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설령 이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이 사건 시정지시의 내용에 따르는 것과 그 이행 여부를 피고에게 제출(보고)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즉, 근로기준법 제13조, 제116조 제2항 제1호 등이 이 사건 시정지시 위반에 따른 효과를 직접적으로 정한 규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
만약 이 사건 운전기사들이 다른 비공휴일로 대체된 공휴일의 원래 일자에 근무를 한 경우 이 사건 시정지시의 내용과 같이 이들에게 원고가 유급휴일수당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면, 이를 지급하지 않은 경우 관련 수사 등을 거쳐 근로기준법 제109조 등에 따른 형사처벌이 가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근로기준법 제56조 자체의 위반에 따른 효과일 뿐, 이 사건 시정지시 위반에 의한 직접적인 효과라고 볼 수는 없다.
이 사건 시정지시를 별도로 다툴 실익의 부존재
이 사건 시정지시의 처분성이 인정된다고 보는 경우 그 처분사유의 부존재 외에도 각종 절차적 하자에 의해 위법성이 인정될 수 있는데, 그 경우에도 이 사건 시정지시의 사유, 즉 근로기준법 제56조 위반이 인정되는 한 위와 같은 하자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이 사건 운전기사들에 대한 임금 지급 의무나 형사처벌의 가능성 등은 여전히 인정된다. 결국 이 사건 시정지시를 별도로 다투도록 할 실익이 인정되기 어렵다.
원고가 대체공휴일과 관련하여 이 사건 운전기사들에 대한 유급휴일수당 지급 의무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투고자 하는 경우, 근로자들을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는 등 그 의무 유무 자체에 관하여 다툴 방법이 존재한다. 근로기준법 제55조, 제56조 등의 해석과 그에 따른 임금 지급의 구체적인 범위 등의 쟁점이 형사재판에서 다루어질 위험이 있으나, 이러한 위험은 이 사건 시정지시를 전제하지 않더라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서 근로기준법이 제56조 등의 위반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율하고 있는 이상 불가피하다.
결론
따라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각하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천종호(재판장) 우희성 김부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