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1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E은 자유로운 근무 환경에서 업무에 대한 지시, 감독 없이 프리랜서로 근무하였고, 근태관리도 전혀 받지 아니하였으므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E을 근로자로 인정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100만 원)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직권판단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원심은 주휴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죄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를 형법 제37조 전단의 실체적 경합관계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동일한 퇴직 근로자에 대하여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과 퇴직금을 주지 않은 것은 행위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충족하고 있어 1개의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그 죄수 관계는 형법 제40조에서 정하는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를 실체적 경합관계로 판단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죄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다만 위에서 본 직권파기 사유가 있음에도,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므로 아래에서 이를 살핀다.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주장을 하였으나, 원심은 ① 주식회사 C(이하 'C'라고 한다) 소속 직원인 F이 E에게 문자메시지로 근무장소와 근무시간, 근무요일을 지정한 점, ② E은 정직원인 G을 통하여 C의 공지사항을 전달받았고, G의 요구에 따라 물품 수량 체크, 품목별 폐기량 보고 등의 업무를 수행한 점, ③ E은 일 근무에 따른 기본급을 지급받았을 뿐 판매에 따른 이익을 누리거나 손해를 부담하지 않은 점, ④ E이 C에서 주 2일 근무하였고 4대 보험에도 가입하지 아니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E이 단시간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사정일 뿐 E의 근로자성을 부정할 사유는 아닌 점을 근거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다59146 판결 등 참조).
사안에 대한 판단
원심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및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볼 때, E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인 C 및 그 대표이사인 피고인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충분히 인정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타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지적하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E이 근무를 시작할 당시 C 소속 직원이었던 F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에 의하면, C는 E의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하루 일당을 75,000원으로 정하였으며, 근무시간 및 근무요일 역시 명확하게 특정하여 근로를 지시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증거기록 12면). E은 G 등 정직원들과 동일한 방식으로 근태현황표에 출근일, 출근시간, 퇴근시간 및 휴게시간을 기재하여 C에 보고하였다(증거기록 26-47면). 이러한 사정을 고려할 때, E은 사용자인 C에 의하여 지정된 근무시간과 근무장소에 구속되어 근로를 제공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E의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진술에 의하면 E은 마트 나물판매코너에서 C가 제공한 명세서에 맞추어 나물을 그램 수 및 단가에 맞게 포장한 뒤 진열하여 판매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공판기록 53면), C는 정직원인 G을 통하여 E에게나물 판매 방식, 포장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하였고(증거기록 14, 15면), 나물 폐기량 및 재고에 관한 보고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17, 18면, 공판기록 55면). 이처럼 E이 C 소속 직원으로부터 전달받은 구체적인 지시에 따라 지정된 장소에서 나물을 포장하고 판매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면, E이 업무위탁계약을 맺은 프리랜서의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E은 일당 75,000원으로 계산된 고정급을 지급받았는데, E의 보수는 업무량이나 성과가 아니라 근로를 제공한 시간에 따라 계산되었던 것 으로 보인다(증거기록 21-25, 28-47면). 피고인은 프리랜서의 경우 영업이익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급하였다고 주장하나, E과 C 사이에 인센티브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거나 E에게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가 지급되었다고 인정할 아무런 사정이 없다. E 역시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나물 판매를 많이 하면 수익에 따라 임금이 증가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고 고정급을 지급받았다'라고 진술한 바 있다(공판기록 58면). 이렇듯 E이 근로 제공에 대한 대가로 고정급을 지급받았다는 사정 역시 E이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정황이다.
피고인은 E이 주 2회만 근무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E이 근무를 개시할 당시 F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에는 '프리랜서 계약'이라는 표현이 등장하지 아니하고, 달리 E과 C 사이에 프리랜서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 설령 C와 E 사이에 프리랜서 계약이 체결되었다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E이 종속적인 지위에서 C에 근로를 제공한 이상 이를 근로계약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나아가 E이 주 2회 근무하였고, C와 합의하여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아니한 것은 사실이나, 근로기준법은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일 경우 휴일 및 연차 유급휴가에 관한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 것 이외에는 단시간근로자에 대하여 동일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정은 E의 근로자성을 부인할 근거라고 볼 수 없다.
결론
원심판결에는 직권파기 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