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근로자 E는 프로젝트 개발완료 예정일 직전인 2023. 5. 11. 일방적으로 퇴사 의사를밝히며 2023. 5. 26. 사직서를 제출하고 무단으로 퇴사하였다. E의 무단퇴사로 피고인 경영의 D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는 큰 손실을 입었고, 이 사건 회사는 E를 무단퇴사로 인한 무단결근, 허위 업무보고, 인수인계 및 사직승인요건 거부 등의 징계사유로 5,214,532원의 감봉처분을 하였다. 이러한 징계의결에 따라 정산한 금액을 E에게 지급하려고 하였으나 E가 수령을 거부하여 지급하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임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회사의 E에 대한 감봉처분은 민법 제660조에 따른 퇴사의 효력이 발생한 2023. 7. 11. 이전인 2023. 5. 28. 피고인이 직권으로 결정하였다. 설령 위 징계처분이 E의 퇴사 이후에 행해졌더라도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유사한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원심은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에서 상세한 근거를 들어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의 판단 근거에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실과 사정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E의 임금 합계 6,317,204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E는 이 사건 회사에 채용되어 2022. 9. 7.경부터 근무하였고, 근로계약에서 임금 산정기간은 전월 11일부터 당월 10일까지로 정하였다. E는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2023. 5. 11.경 피고인에게 구두로 퇴직의사를 표시하자 피고인이 퇴사를 만류하면서 업무인수인계를 완수하라는 취지로 이야기하여 E는 업무인수인계를 하고 나가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2023. 5. 25. 급여가 들어오지 않았고 피고인은 회사가 힘드니 말일까지 기다려달라고 하였으며 이에 E는 2023. 5. 26. 사직서를 제출한 후 출근하지 않았다. 피고인은 2023. 8. 7.경 E에 대하여 무단퇴사로 인한 장기 무단결근, 허위 개발보고, 해사행위에 따른 업무상배임 등의 징계사유로 5,214,532원의 감봉처분을 한다는 내용의 징계의결서를 작성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E는 2023. 7. 11. 이 사건 회사에서 퇴직하였다는 것이므로, 위 감봉처분은 이 사건 회사에 근무하는 근로자에 대한 것이 아니어서 효력이 없다.
피고인은 징계의결서에 표시된 처분일자(2023. 8. 7.)는 2023. 7. 8.의 오기이고, 실제 피고인이 직권으로 징계를 결정한 날은 2023. 5. 28.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은 원심에서부터 계속하여 징계의결 일자를 2023. 8. 7.로 주장하다가 위와 같이 변경하는 것에 대하여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제시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실제 의결일자가 서면상의 일자와 다르다는 사정 또한 확인하기 어렵다.
피고인은 설령 E에 대한 감봉처분이 퇴직 이후에 의결되었다 하더라도, 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2다98072 판결에서 설시한 바에 따라 감봉처분의 효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징계처분은 징계절차를 운영하는 기관 내지 단체와 징계대상자 사이에 신분관계가 존속함을 전제로 하여 내부적으로 구속력 있는 불이익 처분을 가하는 것을 본질로 하고 있으므로, 이미 신분관계가 소멸한 사람에 대하여는 징계처분을 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금융기관의 임직원이 비위행위를 저지른 후 소속회사를 옮겨 다니면서 동일·유사한 비위행위를 반복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등의 목적에서, 징계퇴직 상당의 처분을 받을 정도로 중대한 비위행위가 인정되는 경우 퇴직한 임직원에 대해서 사후적으로 확인적 의미의 징계처분을 할 수 있을 뿐이고, 그러한 경우에도 관련 법령이나 규정에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피고인 주장의 대법원 2012다98072 판결에서도, 금융투자회사인 피고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금융투자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 등 관련 법령과 회사 내부의 표창징계규정에 근거하여 이미 퇴직한 직원인 원고의 재직 중 부적절한 투자권유행위에 대하여 중대한 비위행위를 확인하는 의미의 징계면직처분을 하였을 뿐이고, 여기에 통상적인 사용자의 인사권 행사로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효력은 없었다(원심인 서울고등법원 2012. 10. 12. 선고 2012나24073 판결 참조). 이 사건 회사는 금융업을 영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회사가 E에 대하여 의결한 징계처분은 확인적 의미의 것이 아닌, 이미 발생한 임금채권에 대한 감급을 의도한 것이다. 따라서 이미 퇴직한 E에 대한 위 감봉처분의 효력이 예외적으로 인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피고인은 E에 대한 감봉처분이 이 사건 회사의 복무규정(이하 '사규'라 한다) 제26조 및 제27조에 근거한 것으로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근로자의 상벌 등에 관한 인사권은 사용자의 고유권한으로, 그 범위에 속하는 징계권 역시 기업운영 또는 노동계약의 본질상 당연히 사용자에게 인정되는 권한이기 때문에 그 징계규정의 내용이 강행법규나 단체협약의 내용에 반하지 않는 한 사용자는 그 구체적 내용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다만 취업규칙은 상시 1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에게만 작성의무가 있으므로(근로기준법 제93조), 취업규칙이 제정되어 있어야만 근로자를 징계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고 단지 그 징계는 관련 법령을 준수하고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할 뿐이다(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한편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 제23조가 적용되지 아니하나(근로기준법 제11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7조 및 별표 1), 그와 같은 경우에도 근로자에 대한 징계는 취업규칙 등에 근거한 것이어야 한다. 피고인은 E가 사규 제26조에 정해진 퇴사 절차를 준수하여야 함에도 무단으로 결근하고 해사행위에 따른 업무상배임 등을 하였다는 이유로 감봉처분을 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의 주장과 제출 자료만으로는 E가 피고인 주장의 징계사유와 같은 사규위반 행위를 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다. 오히려 E는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말하는 사규라는 것은 없었다. 정말 없었다. 저는 한 번도 본 적 없다. 퇴사를 결심한 정확한 이유는 임금 인상을 원래 약속하고 입사를 했는데 임금 인상이 되지 않고 계속 지지부진했다. 올려준다고 하고 다음 날 갑자기 '안 되겠다, 너는 못 올리겠다'는 경우들이 발생했다. 그러니까 회사를 처음 입사할 때 제가 기준으로 잡았던 거랑 다른 상황들이 반복이 되니까 더 이상 회사를 다니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3. 5. 26. 이후로 출근을 하지 않은 건 피고인이 회사 나오지 말라고 하니까 못 나간 거다. 저는 일을 최대한 마무리하고 돈을 받고 싶었다. 그런데 월급은 못 받았고, 회사 나오지 말라고 하니까 나갈 수 없었다. 피고인으로부터 '지금 안 나오는 건 무단결근이다' 이런 이야기도 들은 적이 전혀 없었다."고 진술하였는바, 이러한 퇴사 경위에 비추어, 피고인과 이 사건 회사측이 근로계약과 관련하여 신뢰를 위반하였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한다.
판사 조규설(재판장) 유환우 임선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