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사건정보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사건
2019고정1061
판결선고
2019. 10. 16.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범죄사실
피고인은 서울 강남구 B 11층 C호에서 상시 근로자 6명을 고용하여 정보서비스업체인 주식회사 D을 운영하는 사용자이다.
근로기준법위반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6. 9. 1.부터 2017. 12. 31.까지 근무한 E의 근로조건이 2017. 9. 1.자로 변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E에게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및 소정근로시간, 휴일, 유급휴가 등의 사항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지 아니하였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6. 9. 1.부터 2017. 12. 31.까지 위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E의 퇴직금 1,305,241원을 당사자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증거의 요지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증인 E의 법정진술
피고인의 진술서, 첨부서류
E의 진정서, 각 진술서, 각 첨부서류
E 퇴직금산정근거 및 입금증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근로기준법 제114조 제1호, 제17조(근로조건 명시 서면 미교부의 점),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퇴직금 미지급의 점, 벌금형 선택)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형이 더 무거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가중(위 두 죄의 다액을 합산한 범위 내에서)]
선고유예할 형
벌금 500,000원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1일 100,000원)
선고유예
형법 제59조 제1항[미지급 퇴직금의 액수가 소액이고, 퇴직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2018. 1. 21. 미지급 퇴직금이 모두 지급된 점,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근로자에게 직접적인 불이익이 발생한 것은 아닌 점, 피고인이 아무런 범죄전력 없는 초범인 점 등 참작]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주장의 요지
E은 프리랜서로서 주식회사 D(이하 'D'이라 한다)과 용역계약을 체결한 것일뿐 D의 근로자가 아니다.
설령 E이 D의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2017. 9. 1.자 '프리랜서 용역계약서'는 종전의 계약서와 그 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하고, E과 구두로 합의되었던 내용에 추가되었을 뿐이어서, 위 계약서를 E에게 교부하지 않은 것이 근로기준법 제17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E은 소정근로시간이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근로자로서 퇴직급여 지급대상이 아니고, 설령 퇴직급여 지급대상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퇴직시기가 불분명하는 등 피고인이 퇴직금 지급의무가 있음을 정당한 이유로 알지 못하였으므로 피고인에게 퇴직급여 미지급의 고의 또한 없다.
판단
E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 여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과 같은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또한 전체적으로 보아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되는 이상, 근로자에 대한 위 여러 징표 중 일부 사정이 결여되었거나 다른 지위를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그러한 사유만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8도11087 판결 등 참조).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E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D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D과 E 사이에 작성된 계약서에 의하면, 비록 그 명칭은 '프리랜서 용역계약서'로 되어있으나, 그 세부적인 내용상 대금은 매월 10일 100만 원을 지급하고, D이나 E은 계약해지를 원할 경우 1개월 전에 상대방에게 통지함으로써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당사자간에 합의가 있거나 계약위반 등의 경우 즉시 계약을 해지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도급은 일의 완성이 목적이므로 그 특성상 일의 완성 내지 완성율에 따라 대금을 지급하며, 도급인은 수급인이 일은 완성하기 전에는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수급인은 도급인의 파산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일의 완성 전에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E은 D 측의 승낙을 얻어 재택근무를 하였고, 업무의 내용, 즉 기사를 번역하여 뉴스 사이트에 게재하는 시간대가 정해져 있었으며, D의 F 이사로부터 G 메시지 등을 통하여 번역할 기사의 선정, 순서 등에 대하여 관리감독과 지시를 받았다.
피고인은 E이 진정을 제기한 이후 고용노동청에서의 조사과정에서, E에게 유급휴일을 부여하여 왔다고 진술하였다. 실제 E은 게재한 기사의 개수나 휴일 유무와 무관하게 월 100만 원을 일정하게 지급받았다. 또한 D은 E이 노동위원회에 신청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당시에도 E의 근로자성에 대하여 다투지 않았다.
비록 E이 피고인이 운영하는 별개의 사업체인 주식회사 H의 근로자로서 주간에는 위 H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있기는 하였으나, D은 이를 알고 있음에도 E에게 저녁시간대를 근무시간으로 하여 E과 계약을 체결하였는바, 이러한 사정이 E의 근로자성을 부정할 정도의 사유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근로조건 명시 서면 미교부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근로기준법 제17조에 의하면,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임금, 소정근로시간, 주휴일, 연차 유급휴가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조건을 명 시하여야 하고, 그중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및 소정근로시간, 주휴일, 연 차 유급휴가에 대해서는 그 사항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여야 한다. 이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위 법에서 열거하고 있는 중요한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서면으로 명시하도록 하고,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조건이 명시된 근로계약서를 교부하도록 하여 근로자의 법적 지위를 강화하고자 하는 데 그 입법 취지가 있는 것이므로, 사용자와 근로자 간에 근로조건에 대한 합의가 있고, 쌍방 그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이상 근로기준법 제17조를 위반한 것이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D은 E과 사이에 2016. 9. 26.경 계약기간을 2016. 9. 1.부터 2017. 8. 31.로 정하여 "프리랜서 용역계약서"를 작성하였고, 2017. 9. 1. 계약기간을 2017. 9. 1.부터 2018. 8. 31.로 정하여 재차 "프리랜서 용역계약서"를 작성한 사실, D이 2017. 9. 1.자 계약서를 E에게 교부하지 않은 사실, 2017. 9. 1.자 계약서에는 종전 계약서에 없었던 '계약의 범위' 항목의 내용이 일부 추가되었는데, 해당 내용은 이미 2017. 9. 1.자 계약서 작성 이전부터 D과 E 사이에 실제 수행되어 오던 내용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D은 2017. 9. 1.부터 2018. 8. 31.을 계약기간으로 하는 근무기간 동안 당사자 사이의 근무조건 등이 명시된 서면을 E에게 교부하지 않은 것인바, 근로기준법 제17조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면 실질적으로 E에게 근무조건에 변화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이상 D의 대표자인 피고인이 근로기준법 제17조 위반의 책임을 부담하는 것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먼저 E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한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본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E은 D에 기사작성의 노무를 제공하는 동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간 하절기에는 오후 8시부터 11시까지, 동절기에는 오후 9시부터 12시까지 총 10개의 기사를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여기에 위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① E은 계약 체결 전 D 측에 해당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략 3시간 정도 소요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고, 그와 같은 점을 고려하여 작성할 기사의 개수, 기사작성시간이 정해졌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기사작성에 관한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한 F 이사는 오후 7시 30분 전후로 업무지시를 시작하였던 점, ③ D은 E의 근무일이 한국 공휴일에 해당하는 경우 작성할 기사의 개수를 5개로 줄이는 대신 나머지 반일분은 유급휴가로 대체한 점, ④ 작성할 기사의 난이도, 개인의 역량 등에 따라 일부 근무일의 경우 소정근로시간보다 업무처리에 더 적은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부분만큼을 근로시간에서 공제할 수는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D과 E 사이에는 적어도 묵시적으로는 소정근로시간을 3시간 이상으로 하는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E의 1주일간의 소정근로시간은 적어도 15시간 이상이라고 할 것이므로 퇴직급여 지급대상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위 증거들에 의하면, D은 2017. 12. 31.을 퇴직일(계약해지일)로 특정하여 E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하였고(E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따른 복직명령은 2018. 2. 9.에야 이루어졌으므로 피고인이 E의 퇴직일자를 알지 못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앞서 본 사정들에 비추어 E이 퇴직급여 대상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E에게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는바, 피고인에게 퇴직금 미지급의 고의 역시 충분히 인정된다.
결론
따라서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판사 황여진
각주1) D이 보관하고 있는 계약서에는 작성일이 2018. 9. 1. 계약기간이 2018. 9. 1.부터 2019. 8. 31.로 기재되어 있으나 연도 부분의 기재에 오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