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 지위
피고는 중소기업자에 대한 효율적인 신용제도를 확립함으로써 중소기업자의 자주적인 경제활동을 원활하게 하고 그 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B법에 의하여 설립된 국책은행이고, 원고들은 1961년 내지는 1963년에 출생한 피고의 근로자들로 피고의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적용받고 있다.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의 제정 및 개정
피고는 2004. 11. 23. 피고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인 C노동조합 D지부(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와 사이에 임금피크제 시행에 관한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 2005. 1. 1. 피고 직원들의 정년을 만 58세에서 만 59세로 늘리면서, 만 55세부터 4년간 임금을 단계적으로 차감하여 지급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을 제정하였다.
피고는 2008. 1. 1.부터 이 사건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거쳐 피고 직원들의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 적용기간을 만 55세부터 5년간으로 늘리는 내용으로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을 개정하였다. 그 후 몇 번의 개정을 거쳐 2010. 1. 1. 시행된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이 정한 임금피크제 연차별 급여지급률은 아래 표 기재와 같다.
피고는 이 사건 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의 내용을 개정하고 이 사건 노동조합으로부터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동의를 받아 2016. 1. 1. 다시 피고 직원들에 대하여 만 57세부터 정년퇴직 시까지 3년간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직급 구분 없이 매년 종전 임금의 65%를 지급하되, 1961년 이전 출생자에 대하여는 종전 규정을 적용하며, 1962년 출생자는 만 56세부터, 1963년 출생자는 만 56세 6개월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내용으로,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을 개정하고 임금피크제 보수규정을 제정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1, 7, 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5 내지 11, 19, 2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 주장 요지
피고가 원고들에게 적용한 임금피크제(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는 ① 원고들이 이에 동의한 바 없고, ②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 제4조의4 제1항에서 정한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하므로 원고들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임금피크제가 적용되지 않았을 경우 원고들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중 2018년부터 2020년 6월까지의 기간 동안 지급하지 않은 부분을 지급하여야 한다. 또한 피고는 원고들에게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여 삭감한 임금을 기초로 위 기간 동안의 근무에 대한 퇴직연금 부담금을 산정하여 지급하였으므로, 임금피크제가 적용되지 않았을 경우 원고들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을 기초로 산정한 퇴직연금 부담금 중 미지급한 부분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원고들의 동의 없이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한 것이 위법한지 여부
관련법리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은 집단적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 부분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 이 경우에도 근로계약의 내용은 유효하게 존속하고, 변경된 취업규칙의 기준에 의하여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없으며,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이 우선하여 적용된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4조, 제94조 및 제97조의 규정 내용과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을 상회하는 근로조건을 개별 근로계약에서 따로 정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될 수 있는 것이고, 개별 근로계약에서 근로조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이 근로자에게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0다232136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갑 제4, 5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따르면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정규직 근로자들과 보수에 관하여 ‘직원의 보수 및 퇴직금에 관한 사항은 은행의 내규인「보수규정」및「퇴직금규정」에서 정한 바에 따른다’고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온 사실 및 원고들 중 성과연봉제를 적용받는 직원들의 경우 ‘본인은 기본연봉 및 성과연봉 등 지급연봉의 산정방법에 의해 향후 책정될 본인의 연봉에 동의하며’라는 내용이 기재된 성과연봉제 동의서를 작성하고 피고의 성과연봉제 규정에 따라 산정된 급여를 지급받아 온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에서 원고들이 수령할 급여의 액수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앞서 본 관련법리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원고들과의 개별적인 동의를 거치지 않고 피고의 취업규칙에 해당하는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이나 임금피크제 보수규정에 따라 원고들에게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더라도 이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원고들의 동의 없이 시행되어 위법하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하여 위법한지 여부
관련법리
구 고령자고용법(2020. 5. 26. 법률 제173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4조의4, 제4조의6 제1항, 제4조의7 제1항, 제23조의3 제2항, 제24조 제1항의 내용과 고용의 영역에서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여 헌법상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는 구 고령자고용법상 차별 금지 조항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서 이에 반하는 내용을 정한 조항은 무효이다.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임금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정년퇴직일로부터 5년 또는 3년 6개월 이전의 시점에 달한 일정한 연령의 근로자들은 개별적인 업무성과 등에 관계없이 일정한 연령에 이르렀다는 사정만으로 임금이 감액되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에 관하여 차등을 두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나 앞서 본 기초사실에 갑 제7호증, 을 제5, 18, 21, 2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의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것이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위반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원고들을 차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피고는 2005년 만 58세이던 정년을 만 59세로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최초로 시행하였고, 2008년에도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하면서 연장된 근무기간에 대하여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도록 하였다. 그렇다면 피고는 고령노동자들의 정년을 연장하여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한편, 위와 같은 정년연장에 따른 급격한 인건비 상승 부담을 경감하고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신규 채용의 감축 등의 반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임금체계 개편 조치의 일환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가 위와 같이 정년을 연장하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후 고령자고용법이 개정되면서, 2008. 3. 21. ‘고령자고용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 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하는 경우’에는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을 신설되었고(제4조의5 제4호), 2013. 5. 22. 사업주로 하여금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하되(제19조),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하도록 한 점(제19조의2)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목적이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피고는 이 사건 노동조합으로부터 임금피크제 시행에 관한 동의를 구하였을 뿐만 아니라, 임금피크제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한 후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으므로 피고의 근로자들 역시 대부분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의 필요성에 관하여 동의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임금피크제를 시행할 당시 만 55세부터 4년의 임금피크제 적용기간 동안의 총 임금 지급율을 210% 내지 270%로 정하였는데, 그 후 2010년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을 개정하면서 임금피크제 적용 직후 4년간의 임금 지급률을 230% 내지 280%, 전체 임금피크제 적용기간인 5년 동안의 총 임금 지급율을 260% 내지 320%로 정하였고, 2016년에는 임금피크제 적용기간을 단축하면서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3년간 매년 종전 임금의 65%를 지급하기로 한바 근로자들에게 더 유리한 방향으로 임금피크제의 내용을 변경하여 왔다. 그렇다면 피고가 2016년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을 개정하고 임금피크제 보수규정을 신설할 당시 추가로 정년이 연장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정년의 연장 없이 임금만을 삭감하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고, 임금피크제 도입 과정에서 함께 실시된 정년연장 조치는 임금피크제 적용에 따른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보상이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에 따른 연차별 임금지급율은 아래 표 기재와 같다. 피고가 임금피크제를 동반한 정년연장 조치를 실시하지 않았을 경우, 피고의 근로자들이 만 55세부터 58세까지 3년 간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총액은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 연봉의 약 300% 상당이지만 임금피크제를 동반한 정년연장 조치가 실시됨에 따라 1962년생 근로자들과 1963년생 근로자들은 그보다 많은 360%, 377.5% 상당액을 수령할 수 있게 되었다.
1961년생 근로자들의 경우 만 55세 이후로 임금피크제 시행 이전과 동일하거나 다소 적은 임금 총액을 수령하였을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피고가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들에게 새로이 부여한 업무의 내용을 살펴보면 ‘소상공인 전문 상담’, ‘서민금융 및 비대면대출 지원센터 운영’, ‘조선∙해운 금융애로상담, 지원방안 안내’, ‘투자기업 정기 모니터링’, ‘영업점 상시감사’, ‘IT 경영노하우 전수’, ‘연수원 시설관리’ 등 대부분이 업무강도나 난이도가 낮고, 금융실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 자문, 상담, 모니터링 및 시설관리 업무라는 점, 특히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으로 만 55세 이후 수령하는 임금 총액이 감소한 3급 이상 직원들의 경우 임금피크제 적용 이전에 통상적으로 4급 이하 직원들보다 더 높은 강도와 난이도의 업무를 수행하였을 것으로 보임에도 임금피크제 적용 후에는 4급 이하 직원들과 동일하게 고경력 직원으로 분류되어 앞서 본 자문, 상담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으므로 위 3급 이상 직원들에게 더 높은 임금삭감률을 적용한다고 하여 이를 부당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근로자 과반수로 구성된 이 사건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을 거쳐 시행된바 노사 간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체결된 단체협약은 그 협약의 내용이 강행규정에 위반되거나 절차상 하자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이를 최대한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 피고가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복지혜택의 경우 임금피크제 대상자들과 일반 직원들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하게 제공된 점 등을 감안할 때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피고 근로자들이 입게 되는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회일(재판장) 이진희 김창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