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도로교통안전에 관한 연구, 기술개발, 운전면허시험의 관리 및 이와 관련된 사업을 영위하는 공단이고, 원고들은 피고 1급 내지 5급 직원으로 근무하거나 근무하다가 퇴직하였다.
임금피크제 도입의 배경
구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는 경우에는 그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3. 5. 22.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고 한다)이 개정되어 같은 법 제19조 제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사업주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였다.
피고는 당초 일반직 4급 이상 근로자의 정년은 60세, 일반직 5급 이하 근로자 및 기능직 2등급 이상 근로자의 정년은 57세로 각 정하고, 근로자가 정년에 달한 날이 1월에서 6월 사이인 경우에는 6. 30.에, 7월에서 12월 사이인 경우에는 12. 31.에 당연 퇴직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었는데, 위와 같이 개정된 고령자고용법 및 부칙에 따라 2016. 1. 1.부터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했다.
임금피크제의 시행 경과
피고는 2014. 12. 2. 피고 근로자 과반수로 구성된 BA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고 한다)과 ‘2014. 12. 9.부터 정년연장을 시행하고, 2015. 1. 1.부터 5급 이하 정규직 및 지원직에 대하여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하는 노사합의를 하였다(이하 ‘1차 노사합의’라고 한다).
피고는 2014. 12. 10. 인사규정을 개정하여 모든 직원의 연령정년을 60세로 연장하고, 다음과 같은 내용의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을 마련하여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였다.
피고는 2015. 9. 25. 이 사건 노동조합과 ‘전 직원에 대하여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되 임금감액률을 1년차 10%, 2년차 20%, 3년차 20%로 변경’하는 노사합의를 하였다(이하 ‘2차 노사합의’라고 한다).
피고는 2차 노사합의에 따라 2015. 9. 30. 다음과 같이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을 개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고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6 내지 1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들에게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라 감액된 임금, 감액된 임금을 포함하여 산정한 정당한 퇴직금과 원고들이 실제로 지급받은 퇴직금의 차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중 일부를 구한다. ① 이 사건 노동조합은 5급 이하 직원들로만 조직되었으므로, 4급 이상 직원이었던 일부 원고들에 대하여는 피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 사이에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로 한 노사합의의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다.
피고가 근로자의 임금삭감을 수반하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에 해당하는바, 피고는 위 취업규칙을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개별 동의를 받지 않았으므로, 취업규칙인 임금피크제 운영지침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이 우선적으로 적용된다.
피고가 5급 이하 직원들의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한 것은 고령자고용법이 개정된 데 따른 당연한 의무 이행에 불과하고, 4급 이상의 직원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일정한 연령에 이르렀다는 이유로 감액된 임금을 받으면서 이전과 동일하거나 오히려 과다한 업무를 수행하였는바, 이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제2호에 위반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 등을 차별하는 것으로 무효이다. ④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되기 전과 동일한 직무와 책임의 업무를 수행하였음에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임금이 삭감되었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위배된다.
판단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의 절차적 하자 존부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에 관한 권한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사용자는 그 의사에 따라서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할 수 있고, 다만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하는 것이므로, 그 동의 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그와 같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여기서 말하는 근로자의 과반수라 함은 기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 집단의 과반수를 뜻한다(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다85997 판결 등 참조). 또한, 여기서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란 기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중 조합원 자격 유무를 불문한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을 의미하고,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중 조합원 자격을 가진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근로자의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 변경된 취업규칙은 개별적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은 비노조원 내지 일정 직급 이상으로서 노동조합에 가입할 자격은 없는 근로자에게도 당연히 적용되며(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다85997 판결 등 참조),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나 합의가 있는 한 근로자 개개인의 동의를 얻을 필요 없이 그 취업규칙의 변경은 유효하다(대법원 1992. 11. 24. 선고 91다31753 판결, 1994. 5. 24. 선고 93다46841 판결 등 참조).
원고들의 개별적 동의 필요 여부
설령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이 근로조건의 불리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앞서 본 기초 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 피고는 기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 피고 근로자 과반수로 구성된 이 사건 노동조합과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의하였으므로,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인사규정 및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의 개정에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또한 ①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서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과반수 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변경된 취업규칙을 적용하기 위하여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필요하다고 해석한다면 무의미한 규정인 점, ② 근로기준법 제17조 제2항은 ‘근로계약의 체결 및 변경시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등이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하되 취업규칙 변경으로 인하여 변경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으면 변경되는 조건이 기재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취업규칙 변경으로 근로조건이 변경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는 점, ③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하여 무효로 하고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따른다’고 한 근로기준법 제97조는 최저기준 설정에 관한 취업규칙의 법규범적 효력을 규정한 것으로 이해되는 점, ④ 집단적 동의제도는 개별적으로 반대하는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한다는 의미를 가지나, 한편 사용자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거부할 수 있는 근로자측의 권한을 의미하기도 하며 집단적 동의로서 사용자와 근로자 집단 사이에 집단적 대등결정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어 근로조건 대등결정의 원칙이 관철되는 면에서 법규성의 이론적 근거가 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취업규칙은 노사간의 집단적인 법률관계를 규정하는 법규범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3. 3. 14. 선고 2002다69631 판결, 2003. 12. 18. 선고 2002다2843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변경된 취업규칙에 의하여 종전 취업규칙에 따른 근로자의 근로조건이 변경되고 이로써 근로관계를 규율하게 되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에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는 필요하지 않고(대법원 1994. 5. 24. 선고 93다46841 판결 참조), 원고들의 임금을 일정 연령부터 순차로 삭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피고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인 이 사건 노동조합의 동의하에 시행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적법한 동의를 거침으로써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여 원고들을 포함한 전체 근로자에게 효력이 있다.
적법한 동의주체 여부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기존 취업규칙 적용을 받는 피고 전체 근로자 과반수로 구성된 이 사건 노동조합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에 동의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근로자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 변경된 취업규칙은 개별적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은 비노조원 내지 일정 직급 이상으로서 노동조합에 가입할 자격이 없는 근로자에게도 당연히 적용되므로, 노조 가입대상이 아니었던 일부 원고들에 대하여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노사합의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노조 가입대상이 아니었던 일부 원고들의 경우 이 사건 노동조합이 피고와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합의를 할 당시 의사결정에 참여하거나 관여할 수 없었으므로, 위 원고들에게는 효력이 없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94조는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과반수 조합’에게 비조합원을 포함한 전체 근로자 또는 일정한 근로자 집단의 이해관계를 대표하여 불이익 변경에 대해 동의여부를 결정하는 지위를 창설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위 근로기준법 규정에 따라 과반수 조합의 동의가 있으면 조합원은 물론 비조합원에 관하여도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유효하게 이루어지게 되는 것인데, 위 규정에 따라 노조가입이 배제된 소수근로자들(통상 관리직 근로자들)의 동의권 또는 의견을 반영할 기회가 일부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근로자 집단에 대한 획일적·통일적 규율이라고 하는 취업규칙의 본질상 불가피한 것으로서(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 노사관계 법령상 근로자 집단을 대표하는 자주적 조직체로서의 노동조합이 가지는 기능 및 그 위상에 비추어 볼 때 이렇게 하는 것은 충분히 선택 가능한 합리적인 방안 중에 하나로서 입법자의 자유로운 입법형성권의 범위 내에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이를 두고 소수 근로자들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로서 그들의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였다거나 근로의 권리 또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국민의 권리에 대한 침해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라 피고가 피고 소속 근로자 과반수로 구성된 이 사건 노동조합과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관한 1, 2차 노사합의를 체결할 당시 일부 원고들이 위 합의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러한 합의의 효력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개별 근로계약이 우선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근로기준법 제94조가 정하는 집단적 동의는 취업규칙의 유효한 변경을 위한 요건에 불과하므로, 취업규칙이 집단적 동의를 받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경우에도 근로기준법 제4조가 정하는 근로조건 자유결정의 원칙은 여전히 지켜져야 하고,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은 집단적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 부분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 이 경우에도 근로계약의 내용은 유효하게 존속하고, 변경된 취업규칙 기준에 의하여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없으며,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이 우선하여 적용된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참조).
그러나 위와 같은 법리는 변경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개별 근로계약이 존재하는 경우를 전제하는데,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임금피크제보다 유리한 개별적인 근로계약이 체결되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을 제28, 2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은 개별 근로계약에서 임금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채 피고 보수규정에서 정한대로 임금을 지급받아 왔다고 보이는바, 원고들의 임금은 보수규정에서 정한 직급별 기본연봉액과 기준급표를 기준으로 지급되어 왔고, 통상적으로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매년 증가된 임금을 받아왔다고 하더라도 피고와 개별 합의를 거친 바 없으며,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임금 지급에 관한 묵시적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변경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개별 근로계약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임금피크제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개별 근로계약이 체결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연령차별금지원칙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2008. 3. 21. 법률 제8962호로 개정된 구 고령자고용법은 제4조의4를 신설하여 제1항에서 “사업주는 모집‧채용(제1호),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제2호), 교육‧훈련(제3호), 배치‧전보‧승진(제4호), 퇴직‧해고(제5호)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제1항을 적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외의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연령차별을 당한 사람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에 그 내용을 진정할 수 있다(제4조의6 제1항).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구제조치 등의 권고를 받은 사업주가 정당한 사유 없이 권고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등 일정한 경우에 고용노동부장관은 해당 사업주에게 시정명령을 할 수 있고(제4조의7 제1항), 시정명령을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아니하는 자에게는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제24조 제1항). 한편 모집‧채용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한 사업주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23조의3 제2항).
이와 같은 규정들의 내용과 고용의 영역에서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여 헌법상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는 구 고령자고용법상 차별 금지 조항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서 이에 반하는 내용을 정한 조항은 무효이다.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본 증거들과 을 제1 내지 5, 8, 13, 14 내지 18, 20 내지 2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내용이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함으로써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을 위반하여 무효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를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고령자고용법 등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고령자고용법 제19조에서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하는 한편, 제19조의2를 신설하여 “제19조 제1항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말한다)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을 두었다. 이는 정년 연장의 법적 의무화를 계획할 당시부터 근로자의 정년 연장에 따라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이 증가할 것을 예상하고, 정년 연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 신규 인력 채용의 감축 등과 같은 부작용을 방지 또는 완화하기 위하여 사업주가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고용보험법령 역시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이 시행되기 전부터 정년 연장에 따른 근로자의 임금 삭감 제도를 예정하고 이에 대한 지원금 제도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었으며(고용보험법 제23조,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8조<1> 참조), 정년연장이 시행될 무렵에는 고용보험법 시행령(2015. 12. 4. 대통령령 제26690호로 일부 개정된 것)에 제28조의2<2>를 신설하여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55세 이후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2018. 12. 31.까지 일정한 지원금을 지원하도록 규정하였다.
이처럼 관련 법령에서는 법정 정년 연장에 대응하여 일정 연령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와 같은 임금체계 개편 조치를 이미 예정하고 있고, 특히 고용보험법령은 임금피크제 등으로 인해 정년이 연장된 근로자의 임금이 감액될 수도 있음을 예상하고 있었다.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기획재정부는 2015. 5. 7. 모든 공공기관에 대하여 정년 연장에 따른 고령 근로자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하여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것을 권고하였다. 실제 2015년 연말을 기준으로 피고를 비롯한 모든 공공기관이 기획재정부의 권고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다. 이에 공공기관인 피고는 이 사건 노동조합과 임금피크제의 시행 여부, 임금피크제에 따른 임금지급률, 임금피크제 적용기간 등을 협의하여 1차 및 2차 노사합의를 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을 제정 및 개정하였는데, 그 과정에 절차적인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임금피크제는 고령 근로자의 고용 유지 및 안정, 청년층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및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일환으로 도입된 것으로, 고령 근로자의 임금을 일부 축소하는 대신 정년을 연장 또는 보장하여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한편, 이로써 절감되는 재정을 신규 고용 창출에 제공하여,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여 모든 세대의 상생을 목표로 하는 제도이다. 피고도 고령 근로자에 대한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정부의 권고에 따라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57세(5급 이하 직원)부터 60세(4급 이상 직원)까지 나누어져 있던 정년을 일괄하여 60세로 연장함과 아울러 고령에 이른 근로자들의 급여를 일부 감액하는 것으로, 고령자의 고용안정성을 높이고 사용자인 피고는 풍부한 경험과 숙련도를 갖춘 인력을 경제적인 인건비로 고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므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에서 정한 연령차별금지의 예외사유인 ‘고령자고용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 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의 합리적인 시행을 위해 도입된 조치로 정년 연장과 유기적 연관성을 갖는다. 따라서 비록 원고들의 정년 연장이 법률 개정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기대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에게 유리한 정년 연장의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임금 감액만을 이유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원고들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최초 시행 당시 만 58세 이상의 5급 이하 직원들에 대하여 적용되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하였으나, 2차 노사합의 후 개정되어 만 58세 이상의 4급 이상 직원까지 적용대상을 확대함으로써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가 혼합되었다. 원고들과 같은 4급 이상 직원에게 적용되는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보다 더 불이익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당초 4급 이상 직원에 대하여 5급 이하 직원보다 유리한 정년규정이 적용되어 온 결과로 앞서 본 임금피크제의 도입 목적 및 취지, 운영 경과 등을 감안하면 4급 이상 직원에 대한 임금피크제도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원고들의 임금은 임금피크제 적용 1차 년도에 10%, 2차 및 3차 년도에 각 20% 감액되어 3년간 연 임금의 50%가 감액되었으나, 성과급과 복리후생제도는 동일하게 지급 또는 제공되었고, 피고는 원고들에 대하여 퇴직 전 6개월간 공로연수 교육파견을 명하여 출근하는 대신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게 하고 급여에 더하여 자기계발비와 컨설팅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였다.
피고는 임금피크제 운영지침 제8조에 따라 임금피크제 적용대상자 중 별도직군 전환 대상자에 대하여 경력, 자격, 희망 등을 고려하여 임금피크제 적용 전 종사하던 직무와 다른 직무에 종사할 수 있게 하였다.
피고는 2019. 6. 27.부터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중 희망하는 직원에 한하여 임금감액률 만큼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시간 단축근무제도를 시행하였다(임금피크제 운영지침 제10조의2).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의 사용처
피고는 2016. 1. 1.부터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여 절감한 재원으로 2021년까지 71명의 직원을 신규 채용하였는바,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은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청년일자리 창출’이라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 달성에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가치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 제8조 제1항]. 여기에서 ‘동일가치노동’이란 당해 사업장 내의 서로 비교되는 노동이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거의 같은 성질의 노동 또는 직무가 다소 다르더라도 객관적인 직무평가 등에 의하여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노동에 해당하는 것을 말하고, 동일 가치의 노동인지는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조건을 비롯하여 근로자의 학력‧경력‧근속연수 등의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참조).
원고들은, 원고들 자신을 그 비교 대상으로 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전후로 원고들이 제공하는 노동은 그대로임에도 불구하고 시행 후의 임금은 시행 전보다 삭감되었다는 점에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나,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라 함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근로자의 학력‧경력‧근속연수 등 근로자 개인의 개별적인 요소들뿐만 아니라 근로 제공의 시점과 상황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하여 동일한 노동에 대하여는 같은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것이지(즉 같은 시기에 같은 근로환경에서 같은 내용의 근로를 제공하는 서로 다른 근로자나 근로집단 사이에서 임금의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근로 제공의 시기나 주변 여건의 변화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오직 제공되는 근로의 내용이나 제공하는 근로자가 동일하다면 기존의 임금이 계속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전에 제공된 원고들의 근로와 시행 후에 제공되는 원고들의 근로는 그 근로 제공의 시기가 다를 뿐만 아니라, ‘60세 정년 법정 의무화’라는 근로환경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비교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회일(재판장) 이진희 김창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