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8. 22. 선고 2022가합544395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각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등

피고는 생명보험사업과 이에 관련된 부대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 회사에 각 입사하여 재직 중이거나 퇴직한 근로자들이다.

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피고는 2018. 11. 16. 노사합의를 통하여 임금피크제(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고 한다)를 시행하기로 합의하였고, 2018. 11. 19. 취업규정을 개정하여 원래 만<1> 55세이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였다. 취업규칙 및 임금피크제 시행(안) 중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고, 원고들의 임금피크제 적용일은 별지 표 ‘임금피크제 적용일’란 기재와 같다.

3.

임금 지급율

다.

원고들에 대한 임금피크제 적용

피고는 2019. 1. 1.부터 위 임금피크제 시행(안)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였고, 원고들이 만 55세에 도달함에 따라 원고 A, B에게는 2019. 1. 1.부터, 원고 C, D, E에게는 2019. 7. 1.부터, 원고 F, G, H, I에게는 2020. 1. 1.부터, 원고 J, K에게는 2020. 7. 1.부터, 원고 L에게는 2021. 1. 1.부터, 원고 M, N, O에게는 2021. 7. 1.부터, 원고 P, Q, R에게는 2022. 1. 1.부터, 원고 S에게는 2022. 7. 1.부터 각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여 삭감된 임금을 지급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 5, 26, 27, 3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요지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제도의 시행과 동시에 피고 회사의 대상조치 내지 교환적 조치로서 정년을 연장한 것이 아니고,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고만 한다)에 따라 이미 정년이 연장된 상태에서 임금피크제만 도입한 것이어서 사실상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한다.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해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만으로 임금이 삭감되었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무효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라 감액되어 원고들이 받지 못한 임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과 감액된 임금을 포함하여 산정한 정당한 퇴직연금 납입금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연령차별금지원칙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고령자고용법은 제4조의4 제1항에서 “사업주는 모집ㆍ채용(제1호),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제2호), 교육ㆍ훈련(제3호), 배치ㆍ전보ㆍ승진(제4호), 퇴직ㆍ해고(제5호)의 각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제1항을 적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외의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 및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6 제1항, 제4조의7 제1항, 제23조의3 제2항, 제24조 제1항의 내용과 고용의 영역에서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여 헌법상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는 고령자고용법상 차별 금지 조항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서 이에 반하는 내용을 정한 조항은 무효이다.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ㆍ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등 참조). 위 법리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관한 것이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인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효력을 판단함에 있어서도 참고한다.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든 각 증거에 갑 제24, 30호증, 을 제3, 6, 33, 5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무효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나머지 주장에 관하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1)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성격 및 도입 목적의 타당성

가)

피고는 2014. 1.경 피고 회사 노동조합에 송부한 노사합의서(잠정) 제4조에 ‘임금피크제 도입 관련’이라는 제목으로 ‘회사와 조합은 정년연장(60세)과 관련된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TFT를 구성하여 관련 사항을 성실히 논의하고, 본 노사합의서 체결일부터 6개월 이내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라고 기재한 점, 피고는 2014. 1. 18. 회사 경영정상화를 위한 5차 노사협의 시에도 ‘56세부터는 2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임금피크제를 통해 평균임금이 줄어들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이다’라고 발언하는 등 퇴직금 누진제 논의의 연장선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한 점, 2017. 11. 임금피크제 도입의 필요성과 적정한 임금피크제 모델에 관하여 근로자 설명자료(FAQ)를 만들어 배포하면서 회사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임금피크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하기도 한 점, 피고 노조의 전 노조위원장이자 근로자였던 U은 ‘2016년 1월 1일 고령자고용법 시행으로 정년이 먼저 60세로 연장되기 전후에도 이미 회사는 계속하여 임금피크제 도입을 촉구했었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정년을 연장해야 하는 2016. 1. 1. 이전부터 정년연장과 관련하여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고 노력하였고, 피고 회사 근로자 대표들도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이에 더하여,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는 ‘제19조 제1항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말한다)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을 두어 근로자의 정년 연장에 따라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이 증가할 것을 예상하고, 정년 연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 신규 인력 채용의 감축 등과 같은 부작용을 방지 또는 완화하기 위하여 사업주가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점, 고용보험법령 역시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이 시행되기 전부터 정년 연장에 따른 근로자의 임금 삭감 제도를 예정하고 이에 대한 지원금 제도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었으며(고용보험법 제23조,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8조<2> 참조), 정년 연장이 시행될 무렵에는 고용보험법 시행령(2015. 12. 4. 대통령령 제26690호로 일부 개정된 것)에 제28조의2<3>를 신설하여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55세 이후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2018. 12. 31.까지 일정한 지원금을 지원하도록 규정한 점, 피고 회사 취업규칙 제10조 3항은 ‘정년연장에 따라 임금피크제도를 도입 시행한다’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만 55세가 되는 해의 6월 30일 또는 12월 31일’로 규정하였던 기존의 정년을 ‘만 60세가 되는 해의 6월 30일 또는 12월 31일’로 연장하면서 정년이 연장된 5년의 기간 동안 임금피크 적용 직전월 Base Pay를 임금피크로 하여 일정 비율(1년차 80%, 2년차 70%, 3년차 60%, 4년차 50%, 5년차 40%)을 감액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고령자고용법에 따른 정년 연장과 함께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여 시행하려고 하였으나, V그룹의 2016. 피고 회사 인수와 2018.경 재매각 위기 등 피고 회사의 사정과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노사합의의 지연으로 인하여 2018. 11. 16.에서야 노사합의를 마치고 2019. 1. 1.부터 비로소 시행하게 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함과 함께 정년을 연장하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로 보아야 한다.

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 목적은 피고 근로자들의 정년 연령을 기존의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함으로써 근로능력과 의지가 있는 고령자의 고용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정년 연장에 따라 사용자인 피고가 부담하게 될 막대한 규모의 추가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다.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정년이 연장된 2016년에는 피고 회사의 영업손실(당기순손익)이 1,705억 원에 이를 정도로 경영이 악화되어 있었고, 적자폭이 커지면서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가 되는 등 피고의 경영사정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었던바, 이와 같은 경영사정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여야 하는 피고로서는 그에 따른 재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임금피크제를 시행할 필요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근로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장기간 노동조합과 협의를 한 후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 체결된 것으로서 그 절차상 위법한 사항도 없다.

라)

이와 같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내용 및 도입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에서 규정한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의 일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그 목적의 타당성이 인정된다.

2)

원고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및 대상 조치의 적정성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의 합리적인 시행을 위해 도입된 조치로 정년 연장과 유기적 연관성을 갖는다. 따라서 비록 원고들의 정년 연장이 법률 개정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기대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에게 유리한 정년 연장의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임금 감액만을 이유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원고들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원고들은 55세에서 60세로 정년이 5년 연장되었는데, 30세에 입사한 근로자라고 가정하는 경우 그 근로자가 입사 당시 예상했던 근무기간보다 20% 연장된 기간[5년 ÷ 25년(55세 – 30세)]을 추가로 근무할 수 있게 되는 것이어서 정년 연장으로 인하여 얻는 이익이 경미하다고 보기 어렵다.

②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장된 5년의 기간 동안 Base Pay를 기준으로 합계 300%(1년차 80%, 2년차 70%, 3년차 60%, 4년차 50%, 5년차 40%)를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바, 그 금액은 임금피크제 도입 없이 정년만 연장되었더라면 받을 수 있는 금액인 500%의 60%에 해당하여 지나친 불이익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가 모두 도입되지 아니하였을 때와 비교하면 임금 총액의 측면에서는 더 많은 액수를 지급받게 되는 점, 여기에 임금피크제 적용을 제외하기로 한 ‘중식대, 기타 직무수당 및 자격수당, 학자금, 경조금, 장기 근속 휴가 제도 등’을 더하여 계산하면 실제로 원고들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위 60% 이상이라고 보아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원고들에게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일방적인 불이익을 강요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③

특히,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된 2019. 1. 1. 당시 이미 만 55세가 지난 원고 A, B의 경우, 만 55세가 된 시점부터 2019. 1. 1.까지는 임금피크제에 따른 감액 없이 100%의 급여를 수령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바(원고 A는 2018. 12.분 급여로 4,976,421<4>원을 수령하였다가 2019. 1.분 급여로 3,573,691원을 수령하였는데, 2019. 1. 분 급여는 2018. 12.분 급여의 약 71%<5>이다), 정년이 연장된 모든 기간 동안 임금피크제를 적용 받은 다른 근로자들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게 되었다.

④

피고는 위와 같은 임금 감액과 함께 임금피크제 대상자의 근로시간 단축 근무 제도를 시행하여 임금피크 5년차 근로자가 상반기에는 주 4일만 근무하고, 하반기에는 재택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감액되는 임금에 비례하여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업무방식의 편의를 높여주는 조치를 함께 시행하였다.

⑤

또한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인상률 및 호봉승급분은 동일하게 반영하여 노동조합과 피고의 단체협약에 따른 이익을 그대로 누릴 수 있도록 한 점,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들에 대하여 은퇴 이후의 생활 준비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매년 1~2회씩 생애설계교육을 시행하기도 한 점, 업무량이나 업무강도 등에 관한 명시적인 저감조치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을 앞서 인정한 사정들에 더하여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는 불이익이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

3)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의 사용

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와 같이 정년 연장에 연계하여 연장된 기간에 한하여 임금피크제가 실시되는 경우, 정년 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고,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라고 보인다.

나)

피고는 2015년~2018년에 총 51명의 신규직원을 채용하는데 그쳤으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이후인 2019년~2022년에는 총 70명의 신규직원을 채용하여 신규직원 채용 규모를 확대하였바, 재원 절감을 통한 신규채용의 확대라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표를 일부 달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회일(재판장) 박승균 이영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