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각종 전기, 전자기기 및 광학기기와 그 부분품의 제작, 판매, 직매, 임대, 서비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B 주식회사(이하 ‘B’이라 한다)는 2015. 6. 29.경 M&A를 거쳐 C 주식회사(이후 2018. 3. 2.경 그 상호가 ‘D’로 변경되었다)로 되었다가, 2018. 4. 2.경 회사 분할에 따라 피고로 설립되었으며, 2023. 2. 28.경 피고의 상호가 현재와 같이 ‘A 주식회사’로 변경되었다.
원고들은 피고에 입사하여 피고의 공통직 직군과 생산직 직군 중 공통직 직군으로 근무하고 있거나 근무하다가 퇴직한 사람들이다.
피고의 임금피크제 도입 경위
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9조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는 경우에는 그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어 2016. 1. 1. 시행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 제19조는 『①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 ② 사업주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였다.
피고의 전신인 B은 당초 그 소속 근로자들의 정년을 만 55세로 정하고 있었는데, 위와 같이 개정된 고령자고용법 제19조가 2016. 1. 1. 시행됨에 따라 피고는 그 소속 근로자들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했다.
이에 피고는 2015. 12. 15.경 근로자 과반수가 참여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서 교섭대표 노동조합으로 선정된 E 노동조합<1>과 2016. 1. 1.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하는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 및 임단협 합의(이하 ‘이 사건 임단협 합의’라 한다)를 체결하고, 2016. 1. 21.경 그 단체협약 및 임단협 합의를 반영한 임금피크제 상세 운영기준(안)을 제정하는 방식으로 임금피크제(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를 도입하였다. 이 사건과 관련된 이 사건 단체협약, 임단협 합의 및 임금피크제 상세 운영기준(안)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피고는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한 후 2016. 2. 18.경 피고 소속 전체 사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하였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반영한 취업규칙
피고는 2018. 4. 2.경 C 주식회사(2018. 3. 2.경 그 상호가 ‘D’로 변경되었다)로부터 분할된 이후, 2019. 7. 1.경 아래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반영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이하 ‘2019. 7. 1.자 취업규칙’이라 한다)을 마련하였다.
피고는 2019. 7. 1. 기준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이 예정된 재직 근로자 776명 중 과반수인 437명의 동의를 거쳐 위와 같이 취업규칙을 변경하고, 2019. 7. 10.경 관할 노동청에 취업규칙 변경신고를 하였다. 위 근로자들의 동의는 아래와 같이 ‘취업규칙 제정 동의서’라는 서식에 개별적으로 또는 연명하여 자신의 성명, 부서, 직급, 서명 또는 날인을 하여 이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 을 제1 내지 5, 1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요지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그 도입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절차적 하자가 있으므로, 그 효력이 없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그 취업규칙의 변경에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는 그 취업규칙을 변경하면서 다음과 같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
2015. 12. 15. 당시 피고 소속 전체 근로자수는 4,431명이고, E 노동조합의 조합원 수는 약 1,500명이었다. 그런데 피고는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에 미달하는 E 노동조합과 일방적으로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2019. 7. 1.자 취업규칙의 변경은 근로자의 실명을 기재한 동의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는바, 이는 해당 근로자의 자주적 의사결정의 자유를 침해하는 방식으로서, 그 동의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16조 제1항 제3호에 따르면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그럼에도 E 노동조합은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피고와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실체적인 면에서도 다음과 같은 내용상의 하자가 있으므로, 그 효력이 없다.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반영하였다고 주장하는 2019. 7. 1.자 취업규칙은 제27조에서 생산직과 공통직 중 공통직에 대해서만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합리적인 근거 없이 공통직을 차별하는 것이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근로자들을 차별하는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에 위배되어 효력이 없다.
이 사건 단체협약은 그 부칙 제1조 제3항에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유효기간을 2015. 12. 15.부터 1년으로 정하고 있고, 설령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유효기간을 그 부칙 제1조 제1항에서 정한 이 사건 단체협약의 유효기간과 동일하게 보더라도 그때부터 2년이 되며, 설령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유효기간을 법률상 단체협약의 최장 유효기간으로 보더라도 그때부터 3년에 불과하다. 따라서 그 유효기간이 경과한 시점, 즉 빠르면 2016. 12. 16.부터, 늦어도 2018. 12. 16.부터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효력이 없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절차상 하자 유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
쟁점의 정리
원고들의 취업규칙 변경 과정에서의 절차적 하자에 관한 주장[위 2. 가. 1)항의 주장]은 모두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우선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관련 법리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에 관한 권한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사용자는 그 의사에 따라서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할 수 있고, 다만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한다(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다85997 판결 등 참조).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지 여부를 판단할 때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여러 요소 중 한 요소가 불이익하게 변경되더라도 그와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는 다른 요소가 유리하게 변경되는 경우라면 그와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1. 27. 선고 2001다42301 판결, 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8다255488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든 각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의 사실 또는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이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임금피크제는 근로자의 정년연장 또는 보장으로 고용안정을 도모하면서도 이에 따른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신규 채용을 증가시켜 청년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노사 간의 입장을 적절히 조율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피고는 2016. 1. 1.부터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서 공통직의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하였는바, 2016. 1. 1.부터 개정 시행된 고령자고용법 제19조가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것이 그와 같은 연장의 원인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편 위 개정 시 함께 신설된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은 ‘제19조 제1항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등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정년연장과 함께 임금체계 개편 등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예정하고 있으며, 위 임금체계 개편이 오로지 모든 측면에서 근로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의 임금체계 개편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이상, 부분적인 임금 감액이 수반될 수 있음은 분명하다. 이에 비추어 보면, 개정된 법률을 따른 것이라는 이유로 정년 연장이 특별히 유리한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면서도, 연장된 정년 전의 임금 삭감은 불리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논리적으로 일관되지 않고, 정년 연장 및 그에 수반되는 임금체계 개편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야 한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인하여 원고들을 비롯한 공통직 근로자들의 정년 전 5년간 임금지급률이 감소하기는 하지만, 이는 55세였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기존에 정함이 없던 연령 구간에 대하여 새로운 임금제도를 신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총액을 기준으로 보면 기존 제도에서 원고들이 정년인 55세에 1년간 지급받았을 임금 총액을 100%로 보았을 때, 이 사건 임금피크제 하에서는 정년이 연장되는 5년 동안 370%(= 90% + 81% + 73% + 66% + 60%) 상당의 임금을 더 지급받게 된다. 이를 고려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원고들이 임금 삭감에 따른 불이익을 입게 되었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임금피크 적용 최소 1개월 이전 공통직 팀장급 이상 직원에 대하여 보직 해임을 원칙으로 하고, 일반 관리직(특히 보직장 출신) 등의 직무인력은 TF 과제, 프로세스 정립 및 진단 등의 별도 업무를 발굴하여 인력 활용도를 제고한다’는 내용을 두어, 이 사건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들을 보직에서 제외하거나 업무내용이나 업무량을 경감시키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DB형 퇴직연금을 최초 임금피크 적용시점에 DC형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도록 하였는바, DB형 퇴직연금은 퇴직 직전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하여 퇴직금을 산정하므로 퇴직 직전 평균임금이 삭감되는 임금피크제 하에서는 퇴직금이 감소하게 되는 반면에, DC형 퇴직연금은 임금피크제 적용 이전까지 적립된 퇴직금이 모두 DC형 퇴직연금 계좌로 이체되므로 사실상 퇴직금 중간 정산의 효과가 발생한다. 또한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들에게 개인연금, 자녀 학자금 등 복리후생에 관한 사항을 종전과 동일하게 적용하였고, 임금피크제의 적용시점을 만 57세로 늦춘 생산직 직원들과의 형평을 고려하여, 공통직 직원들의 경우 임금피크제는 만 55세부터 적용하되 생산직 직원들과 달리 임금피크제 적용기간에도 임금인상(Base-up) 및 성과인상률을 반영하도록 하였다. 이처럼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공통직 직원들이 입을 수 있는 불이익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하였다.
조합원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아니한 이 사건 단체협약이 무효인지 여부
살피건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단체협약이 조합원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여 무효라고 볼 수 없다.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노동조합법 제29조 제1항은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여 노동조합 대표자에게 단체협약 체결권한이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한편, 노동조합법 제16조 제1항 제3호는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을 노동조합의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할 사항으로 정하여 노동조합 대표자가 단체교섭 개시 전에 총회를 통하여 교섭안을 마련하거나 단체교섭 과정에서 조합원의 총의를 계속 수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노동조합은 노동조합법 제16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그 대표자가 단체협약을 체결할 때 거쳐야 할 내부적 절차를 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내부적 절차는 노동조합 내부를 규율하는 것으로서 내부적 절차의 수범자는 노동조합의 대표자인 점, 노동3권의 헌법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절차로서의 단체협약제도의 기능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는 점, 노동조합 내부 문제는 대의제도에 의하여 제한이 가능한 점 등에서, 단체협약 체결권한을 가지고 있는 노동조합 대표자가 노동조합 내부의 절차적 제한을 어겼다는 사정만으로 단체협약의 효력이 무효로 된다고 볼 수는 없다.
노동조합법 제16조 제1항 제3호는 문언상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을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정하고 있을 뿐 총회의 의결을 요건으로 하여 이를 거쳐 단체협약을 체결하도록 정하고 있지 않고,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이란 단체협약 체결의 일반적인 원칙, 기준 및 범위에 관한 사항이나 단체교섭을 거쳐 단체협약에 담아야 할 사항, 단체교섭과 협약 체결의 구체적인 방법·절차 등에 관한 사항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며, 앞서 본 바와 같이 오히려 노동조합법 제29조 제1항은 단체협약 체결권한을 노동조합 대표자의 권한으로 명시하고 있다.
피고는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대표 노동조합으로 결정된 E 노동조합과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포함한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하였고, 이후 피고 소속 전체 사원을 대상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하였다. 아울러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반영하여 2019. 7. 1.자 취업규칙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이 예정된 근로자들의 과반수로부터 개별적으로 또는 연명하여 동의서를 제출받았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관한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서 해당 근로자들의 총의가 적절히 반영되었고 그 총의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해당 조합원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거나 해당 조합원들의 의사에 반하는 결과가 도출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소결론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라는 취지의 원고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내용상 하자 유무
2019. 7. 1.자 취업규칙 제27조가 무효인지 여부
2019. 7. 1.자 취업규칙 제27조에서 『‘공통직 사원의 경우’ 만 55세에 달하는 월의 익월 초일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며 별도의 처우기준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고, 생산직 사원의 경우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정이 없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위 취업규칙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이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 및 이 사건 단체협약과 임단협 합의가 생산직 사원과 공통직 사원에 대하여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비록 위 취업규칙 제27조에서는 생산직 사원의 경우에 임금피크제를 적용한다는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단체협약 및 임단협 합의에 따라 공통직 사원과 생산직 사원 모두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된다. 따라서 위 취업규칙 제27조에서 공통직 사원에 대해서만 임금피크제에 관한 정함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위 취업규칙 규정이 공통직 사원과 생산직 사원을 차별하여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에 위배되어 무효인지 여부
관련 법령
이 사건과 관련된 고령자고용법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2>
관련 법리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구 고령자고용법(2020. 5. 26. 법률 제173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 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위 관련 법령과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든 각 증거들에 더하여 을 제6 내지 13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의 개정에 따른 정년연장 및 임금체계 개편의 일환으로 고령 노동자들의 고용 촉진·유지 및 안정 등을 목적으로 마련된 것으로, 그 도입 목적의 타당성이 인정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⑴ 2013. 5. 22.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 개정에 따라 2016. 1. 1.부터 300인 이상의 사업장의 근로자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의무화하면서 인건비 증가가 예상되었다. 이에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은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은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이처럼 2013. 5. 22. 고령자고용법 제19조가 개정되고 제19조의2가 신설된 것은 개정 전 고령자고용법이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는 경우에는 그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어 단일정년제를 운영하는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의 평균 정년이 60세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하여, 근로능력이 있는 근로자의 일할 기회를 보장하기 위하여 사업주로 하여금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함과 아울러,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⑵ 이러한 고령자고용법의 개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고령자고용법은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할 당시부터 근로자의 정년연장에 따라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음을 알 수 있고, 실제로도 피고 외에 대부분의 회사나 공공기관에서 위 법 개정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다.
⑶ 한편, 고용보험법 시행령은 2016년부터 근로자의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의무화됨에 따라 정년이 60세 미만인 것을 전제로 하여 도입된 임금피크제 지원금 제도(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8조)를 보완하여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에 임금이 감소한 근로자를 지원함으로써 임금피크제 관련 제도가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하여 장년층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청년고용의 기회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2015. 12. 4. 제28조의2<3>를 신설함으로써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55세 이후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2018. 12. 31.까지 일정한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정하였다.
⑷ 이처럼 고령자고용법 및 고용보험법 시행령은 근로자의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의무화됨에 따라 회사나 공공기관에서 임금체계의 개편이 뒤따를 것임을 예상하고 있었으며, 특히 고용보험법 시행령은 임금피크제 등으로 인하여 정년이 연장된 근로자의 임금이 감액될 수도 있음을 예상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여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하되 연장된 기간 동안의 임금을 일정 부분 감액하는 것은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에서 규정한 ‘임금체계 개편’에 해당한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대상 근로자들의 임금 총액이나 임금 감액률 등의 측면에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거나 그 정도가 작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⑴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근로자들은 정년이 55세에서 60세로 5년 연장되는 동안 종전 정년에 따른 피크 임금에 비하여 55세 10%, 56세 19%, 57세 27%, 58세 34%, 59세 40%의 감액률에 따라 임금이 감액되지만, 정년이 연장된 5년 동안 계속 근로를 제공함으로써 임금총액은 종전 정년인 55세에 1년간 지급받았을 임금 총액을 100%로 보았을 때, 370%가 더 증가하게 된다.
⑵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른 임금의 감액률은 월 급여 및 설·추석 귀성여비에 한하여 적용되고, 식대수당, 가족수당, 현장기능 수당, 조정수당 등 급여인상(Base-up)에 영향을 받지 않는 수당은 감액대상에서 제외되었는바, 전체 급여에서 실제로 감액되는 비율은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
⑶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과 병행하여 종전 DB형 퇴직연금이 DC형 퇴직연금으로 전환되어 사실상 퇴직금 중간정산의 효과가 발생하였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들에게 개인연금, 자녀 학자금 등 복리후생에 관한 사항이 종전과 동일하게 적용되며, 공통직 사원들의 경우 임금피크제가 적용된 이후에도 임금인상 및 성과인상률이 적용된다.
이 사건과 같은 이른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경우<4>, 정년연장에 의한 추가적인 근로기회의 제공 및 그로 인한 임금총액의 증가가 임금 삭감에 대한 가장 중요한 대상 조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위에서 본 것처럼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해당 근로자들의 임금 삭감에 따른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장치를 두고 있으므로, 그 대상 조치의 적정성도 인정된다.
피고는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따라 교섭대표 노동조합으로 정해진 E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였다.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은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은 근로자의 개별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근로제공 시점과 상황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하여야 하는 것으로, 근로제공의 시기나 주변 여건의 변화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근로자가 동일한 근로를 제공한다면 기존의 임금이 계속해서 동일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위에서 본 것처럼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 노동자들의 고용 촉진·유지 및 안정 등을 목적으로 하는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이 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하는 경우)는 정년연장을 위한 임금피크제, 정년 이후의 재고용 지원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경우 등을 상정하여 신설된 규정이므로, 고령자고용법 제19조 제1항에 따른 정년연장과 동시에 시행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위 규정에서 정하는 차별금지의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인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유효기간이 도과하여 무효인지 여부
노동조합법 제32조 제3항 본문에서는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때를 전후하여 당사자 쌍방이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하고자 단체교섭을 계속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별도의 약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종전의 단체협약은 그 효력만료일부터 3월까지 계속 효력을 갖는다.”라고 규정하고, 단서에서는 “다만, 단체협약에 그 유효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때에는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될 때까지 종전 단체협약의 효력을 존속시킨다는 취지의 별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르되, 당사자 일방은 해지하고자 하는 날의 6월전까지 상대방에게 통고함으로써 종전의 단체협약을 해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단체협약 부칙 제2조 및 이 사건 임단협 합의서 제2조에서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경과한 후 교섭 중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때에는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될 때까지 종전 단체협약의 효력을 유지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는 노동조합법 제32조 제3항 단서의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될 때까지 종전 단체협약의 효력을 존속시킨다는 취지의 별도의 약정’에 해당하므로,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이상,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근거인 이 사건 단체협약 및 임단협 합의는 이 사건 단체협약 부칙 제1조 제3항 및 이 사건 임단협 합의서 부칙 제1조 제3항에서 정한 유효기간인 1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단체협약의 효력을 유지한다고 판단된다.
설령, 이 사건 단체협약 및 임단협 합의의 유효기간이 도과하여 실효되었다고 보더라도, 임금, 퇴직금이나 노동시간, 그 밖에 개별적인 노동조건에 관한 부분은 그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근로계약의 내용이 되어 그것을 변경하는 새로운 단체협약, 취업규칙이 체결·작성되거나 또는 개별적인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는 한 개별적인 근로자의 근로계약의 내용으로서 여전히 남아 있어 사용자와 근로자를 규율하는바(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13747 판결,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다5175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단체협약 및 임단협 합의 이후에 임금피크제를 비롯한 임금 등의 노동조건에 관하여 새로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이 체결·작성되었다거나 원고들에 대하여 새로운 노동조건에 관하여 개별적인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 및 임단협 합의 중 임금 등의 노동조건에 관한 부분은 여전히 효력이 있다.
게다가 이 사건 단체협약은 임금피크제의 도입에 관한 회사와 근로자들의 협약을 담고 있는 것으로, 일단 유효한 이 사건 단체협약에 따라 회사와 근로자들 사이에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협약이 체결되고, 그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반영한 2019. 7. 1.자 취업규칙이 마련되었으므로, 이후 그 임금피크제를 폐지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이 변경되지 않는 이상, 이 사건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의 도과 여부와 무관하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고 판단된다.
소결론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내용상 하자가 있어 무효라는 취지의 원고 주장도 이유 없다.
원고들의 임금 청구 기각
이상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원고들의 임금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5. 원고들의 임금 청구 기각
이상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원고들의 임금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박종열(재판장) 박상한 박주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