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하남시 B에 있는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C(이하 '피고인 회사'라 한다)의 실제 경영자로서 상시근로자 10명을 사용하여 채소류 등 도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고, D는 피고인 회사에서 2021. 11. 1.부터 2022. 12. 31.까지 근무하고, 2022. 12. 31.자로 해고되어 퇴사한 사람이다. 피고인은 D의 2022년 9월분부터 같은 해 12월분까지 임금 합계 6,525,200원과 퇴직금 1,862,538원을 각각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여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를 위반하고,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를 위반하였다.
피고인과 변호인 주장
피고인은 D에게 수시로 피고인 회사의 법률 관련 업무를 위임하여 그 사무를 처리하게 하였을 뿐이지, 피고인 회사에서 D를 근로자로 고용한 것은 아니다. 설령 근로관계가 성립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2022. 9. 1.부터 D에게 근로지시를 하지 않았으므로, 그 이후로는 더 이상 임금 지급 의무가 발생하지 않고, D의 계속근로기간도 1년이 되지 않아 퇴직금 지급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더라도 피고인이 D에게 한 해고 의사표시는 절차적 흠결이 있어 무효이므로, D가 공소사실 기재 시점에 피고인 회사에서 퇴사하여 그때 피고인의 퇴직금지급의무나 금품청산의무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다.
판단
첫 번째 주장에 관한 판단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인은 D에게 피고인 회사의 '총괄본부장' 직함을 부여하였고, 피고인 회사의 근로자들도 D를 '본부장님'이라고 칭하였다.
피고인이 D에게 만들어 준 명함에도 D가 맡은 직책이 피고인 회사의 '총괄본부장'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D의 이메일 주소에도 피고인 회사의 상호가 포함되어 있다(이메일 1 생략).
피고인은 2023. 2. 27. D에 대한 '임금체불 확인서'에 사업주로서 피고인 회사 직인을 날인하였고, 2023. 6. 8. D에 대한 2022년 10월분과 11월분 '임금'을 지급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하였다.
D는 피고인 회사의 근로자로서 4대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피고인 회사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피고인 회사 소유 차량을 이용하였다.
피고인 회사는 D에게 2022. 3.부터 2022. 11. 24.까지 월 단위로 약 160만 원을 지급해 왔다.
피고인은 D에게 피고인 회사에서 도보로 약 3분 거리에 있는 'E'이라는 상호의 식당을 알려 주고, 그 곳에서 식사를 하도록 하였다.
위 인정사실과 피고인 주장대로라면 피고인 회사에서 D에게 정기적으로 일정한 금원을 지급하기보다 D에게 맡긴 사무가 종료될 때마다 각각 비용을 산정하여 지급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회사와 D 사이에 근로관계가 성립하였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D와 피고인 회사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점, D가 피고인 회사와 거래하는 업체의 대표자의 남편이라는 점, D가 출퇴근 시간을 기록하지 않았다는 점 등의 사정만으로 달리 볼 것이 아니다.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두 번째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고인이 2022. 9. 1. 이후에 D에게 구체적인 근로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가정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근로관계가 종료된다고 볼 수 없다. 위 주장도 이유 없다.
세 번째 주장에 관한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은 D가 피고인 회사에서 2022. 12. 31. 해고되어 피고인의 D에 대한 퇴직금지급의무와 금품청산의무가 발생하였는데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다. 검사도 D의 퇴사일자가 2022. 12. 31.이고, 퇴사원인이 해고임을 분명히 하였다(2025. 5. 19.자 공판준비명령답변서 및 제3회 공판기일 조서). 그러므로 D가 피고인 회사에서 2022. 12. 31. 해고를 원인으로 퇴사하였는지에 관하여 본다.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 위반죄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 퇴직금을,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 위반죄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 임금 등 일체의 금품을, 각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지급하지 아니할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다. 이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와 근로기준법 제36조에서 말하는 근로자의 '퇴직'이란 근로관계의 적법한 종료를 뜻한다고 할 것이므로, 근로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하여 사용자의 퇴직금지급의무나 금품청산의무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는 위 각 범죄도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9도7908 판결, 대법원 2018. 4. 24. 선고 2015도15317 판결 등 참조). 근로계약의 종료사유는 퇴직, 해고, 자동소멸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퇴직은 근로자의 의사로 또는 동의를 받아서 하는 것이고, 해고는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로 하는 것이며, 자동소멸은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근로계약이 자동적으로 소멸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 말하는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위의 두 번째에 해당하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뜻한다. 근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은 성질상 해고로서 근로기준법에 정한 제한을 받는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9다246795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그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해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므로,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는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다42324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상 해고 의사표시는 그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하는 때에 발생한다(대법원 1997. 9. 26. 선고 97누1600 판결,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두5761 판결 등 참조).
증인 D의 증언과 진정이유서(증거목록 7번)에 의하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
D는 2023. 1. 3. 오전에 피고인 회사에 새해 첫 출근을 하였다가 작업반장으로부터 '피고인이 D를 2022. 12. 31.자로 이미 퇴사처리 하였다.'는 말을 들었다.
이에 D는 2023. 1. 3. 오후 피고인에게 전화를 걸어 작업반장으로부터 퇴사 처리되었다고 전해 들었음을 알리면서 자신을 퇴사 처리한 것이 맞는지 물어 보았다. 피고인은 D에게 2022. 12. 31.자로 D를 퇴사 처리하였다고 답변하였다(이하 '이 사건 퇴사통보'라 한다).
이 사건 퇴사통보는 D의 의사와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으로서 근로기준법상 해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피고인이 D에게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퇴사통보가 적법한 해고로서 유효하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퇴사통보가 D에게 도달한 시점도 2023. 1. 3.이다. 따라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D가 피고인 회사에서 2022. 12. 31. 해고되어 그 시점에 피고인의 D에 대한 퇴직금지급의무나 금품청산의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효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