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24. 5. 24. 선고 2023노1469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15,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소송의 경과

가.

원심판결

원심법원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하였다.

나.

환송 전 당심판결

피고인은 원심판결에 대하여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로 항소하였고, 검사는 항소하지 않았다. 항소 전 당심은 피고인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원심 판결 중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죄와 근로조건 명시의무 위반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죄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였다.

다.

환송판결

피고인과 검사는 환송 전 당심판결에 대하여 각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를 이유로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죄에 대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고, 나머지 검사의 상고이유와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해당 부분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부분과 일죄 또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고 보아, 환송 전 당심판결 중 유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과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에 관한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하였다.

2.

이 법원의 심판범위

가.

근로조건 명시의무 위반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죄의 분리·확정

환송 전 당심판결 중 근로조건 명시의무 위반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죄는 무죄로 확정되어 파기 범위에 속하지 아니하여 분리․확정되었으므로, 이 법원의 심판범위에서 제외되었다. 따라서 이 법원의 심판대상은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 및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죄에 대한 부분에 한정된다.

나.

파기환송판결의 확정력

상고심에서 상고이유 주장이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으나 경합범 관계에 있는 다른 부분으로 인하여 원심판결 전부가 파기되어 환송 후 원심이 다시 경합범으로 형을 정할 경우, 상고심에서 상고이유의 주장이 이유 없다고 판단되어 배척된 부분은 그 판결 선고와 동시에 확정력이 발생하여 이 부분에 대하여는 피고인은 더 이상 다툴 수 없고, 또한 환송받은 법원으로서도 이와 배치되는 판단을 할 수 없다(대법원 2001. 4. 10. 선고 2001도26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환송 전 당심 판결 중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의 점, 연차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 남녀고용평등 위반의 점은 비록 환송판결에 의하여 파기되어 이 법원에 이심되기는 하였으나, 피고인과 검사가 상고이유로 삼지 아니하거나 상고심에서 이미 그 부분에 관한 피고인 및 검사의 주장이 각 이유 없다고 배척되어 확정력이 발생하였으므로, 이 법원은 환송 전 당심과 달리 판단할 수 없는바, 이 법원에서는 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다.

소결론

결국 이 법원의 실질적인 심판범위는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 부분에 한정된다.

3.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에 해당하는 이 사건 회사의 개별 근로계약서에 탄력적 근로시간제 운영에 관한 내용을 명시하여 이에 따른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범위에서 근로자들에게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였고, 피고인이 이 사건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점에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에게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가 없으며, 미지급한 연장근로수당의 액수는 그 인정근거가 부족함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1>

원심의 형(벌금 1,5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4.

판단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에 대한 주장에 관하여

1)

파기환송판결의 사실상 및 법률상 판단의 기속력

법원조직법 제8조는 “상급법원의 재판에 있어서의 판단은 당해 사건에 관하여 하급심을 기속한다.”고 규정하고, 민사소송법 제436조 제2항 후문도 상고법원이 파기의 이유로 삼은 사실상 및 법률상의 판단은 하급심을 기속한다는 취지를 규정하고 있으며, 형사소송법에서는 이에 상응하는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법률심을 원칙으로 하는 상고심은 형사소송법 제383조 또는 제384조에 의하여 사실인정에 관한 원심판결의 당부에 관하여 제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것이므로 조리상 상고심판결의 파기이유가 된 사실상의 판단도 기속력을 가진다. 따라서 상고심으로부터 사건을 환송받은 법원은 그 사건을 재판함에 있어서 상고법원이 파기이유로 한 사실상 및 법률상의 판단에 대하여 환송 후의 심리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는 등으로 기속적 판단의 기초가 된 증거관계에 변동이 생기지 않는 한 이에 기속된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8도10572 판결 등 참조).

환송 전 당심판결의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죄 부분에 대하여, 상고심은 환송 전 당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상고심으로부터 사건을 환송받은 이 법원에서 이 사건을 재판함에 있어서 상고법원이 파기이유로 한 사실상 및 법률상의 판단에 대하여 환송 후의 심리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는 등으로 기속적 판단의 기초가 된 증거관계에 변동이 있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바, 당심은 이 부분 항소이유에 관하여는 상고심의 사실상 및 법률상의 판단에 기속되므로,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 취지대로 판단하도록 한다.

2)

파기환송판결의 기속력에 따른 이 법원의 판단

가)

구 근로기준법(2017. 11. 28. 법률 제15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51조 제1항은 사용자는 취업규칙(취업규칙에 준하는 것을 포함한다)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2주 이내의 일정한 기간을 단위기간으로 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구 근로기준법 제50조 제1항과 제2항에서 정한 1주간 및 1일의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서 법률에 규정된 일정한 요건과 범위 내에서만 예외적으로 허용된 것이므로 법률에서 정한 방식, 즉 취업규칙에 의하여만 도입이 가능할 뿐 근로계약이나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를 통하여 도입할 수 없다. 근로계약이나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수 있다고 한다면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해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그러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한편,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않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사용자에게 구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 제43조 제2항 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와 그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그 밖에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여러 사정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도2188 판결 참조).

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① C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의 인천국제공항 내 D 항공기 기내청소 용역 업무가 이루어지는 사업장(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고 한다)에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이 근로계약서와 별도로 존재하고, 근로시간을 포함하여 복무규율과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한 내용이 취업규칙에 규정되어 있으며, 이 사건 회사와 근로자들이 작성한 근로계약서(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서’라고 한다)에는 계약서에서 정하지 않은 사항은 취업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는 조항도 있는 사실, ②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적용할 단위기간을 포함하여 탄력적 근로시간제 운영에 필요한 사항들이 제대로 기재되어 있지 않은 사실, ③ 이 사건 사업장에 고용된 상시 근로자의 수는 400명이 넘고, 이 사건 회사는 그 외에 다른 곳에도 사업장을 두고 각종 아웃소싱 사업 등을 영위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본다.

(1)

피고인은 취업규칙에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정하지 아니한 채 연장근로를 제공한 이 사건 사업장의 근로자들에게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시행됨을 전제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관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근로계약이나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로 이를 도입할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게다가 이 사건 사업장에는 취업규칙이 별도로 존재하였으므로 이 사건 근로계약서가 실질적으로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사업장에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유효하게 도입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에 대하여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였어야 한다.

(2)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도입은 취업규칙으로 정해야 함은 근로기준법에 명확하고 일의적으로 규정되어 있고, 탄력적 근로시간제 시행을 위해 필요한 단위기간 등이 제대로 기재되어 있지 않은 이 사건 근로계약서는 그 형식뿐 아니라 내용에 있어서도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정한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음이 명백하다. 이 사건 회사가 수행하는 항공기 기내 청소 용역업은 탄력적인 인력 활용이 요청될 수 있는 업종이고, 이 사건 사업장 및 이 사건 회사의 규모에 비추어 피고인은 유효하게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다고 보인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유효하게 도입 및 시행되었으므로 연장근로수당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설령 근로자들이 연장근로수당이 지급되지 않은 것에 장기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직권판단

피고인이 미지급한 임금의 액수, 피해 노동자의 수가 적지 아니한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다만 피고인이 동종 범행으로 처벌받거나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전력이 없는 점, 이 사건 범행과 관련하여 현재 노동조합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정근수당 및 연장근로수당이 모두 지급되어 문제가 시정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죄전력, 피해 근로자들의 피해회복 정도,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선고한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5.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