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방법원판결

전주지방법원 2025. 2. 13. 선고 2024나3308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6,088,630원 및 이에 대하여 2021. 7. 1.부터 2025. 2. 13.까지 연 5%, 그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4.

제1항의 금전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피고는 D민의 평생교육 진흥을 위한 교육지원 사업추진 등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법인으로, E 등을 운영하고 있다.

2)

원고는 2001. 7. 2. 피고 법인에 입사한 후 E 관리부장, 사무국 총무부장 등으로 근무하다가 2021. 6. 30. 정년퇴직하였다.

나.

임금피크제 도입의 경과 및 시행

1)

구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고령자고용법’) 제19조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는 경우에는 그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위 법률이 2013. 5. 22. 개정되어 같은 법 제19조 제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라고, 제19조 제2항은 “사업주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게 되었다.

2)

행정자치부장관은 2015. 9.경 ‘지방출자·출연기관 임금피크제 도입 권고안’을 통해 출자․출연기관의 인건비 부담 증가를 해소하고, 근로자의 정년연장 또는 보장을 통한 고용안정을 도모하며, 임금피크제 절감 재원으로 신규채용을 증가시키기 위해 피고에게 임금피크제 도입을 권고하였다.

3)

이에 피고는 2016. 12. 22. ‘정년 도래 3년 전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며, 임금피크제 전환 1차 년도는 90%, 2차 년도는 88%, 3차 년도는 85%의 지급률을 적용하여 임금을 조정’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을 제정하여 2017. 1. 1.부터 임금피크제(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였다.

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한 급여 삭감

원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아 2018. 7. 1.부터 정년퇴직한 2021. 6. 30.까지 매년 10%, 12%, 15%씩 삭감된 급여를 지급받았는데,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해 삭감된 원고의 급여는 2020. 6. 15.부터 2021. 6. 30.까지 합계 26,088,630원(= 미지급 임금 11,542,270원 + 미지급 연가보상비 2,037,850원 + 미지급 성과급 2,605,900원 + 미지급 퇴직금 9,902,610원)이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4호증의 기재, 사실조회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피고의 미지급 임금 등 지급의무

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효력

1)

절차적 요건 충족 여부

가)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던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을 것을 요하고, 동의의 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그와 같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사용자 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사업장 전체 또는 기구별․단위 부서별로 근로자 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의 의사를 모으는 회의방식에 의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위와 같은 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은 효력을 가질 수 없다(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다239441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원고 등 피고 소속 근로자들에게는 총 임금이 삭감되는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에 해당한다. 그리고 을 제7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전 피고가 임기제 직원 3명을 제외한 37명의 적용대상 직원 중 35명으로부터 임금피크제 적용 동의서를 받은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원고를 비롯한 소속 근로자들에게 이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하거나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의견청취 등을 시도한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이고, 원고를 포함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 사이에 사용자 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의 의사를 모으는 등 회의방식에 의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았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 여기에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 37명 중 35명의 동의서가 불과 이틀 동안 모두 제출되고, 반대한 나머지 2명에 대한 자료도 없는 점까지 고려하면, 위와 같이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으로 임금피크제 적용 동의서를 제출받은 것만으로는 임금피크제에 대하여 근로자들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적법한 동의를 거치지 못하였으므로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2)

연령차별금지원칙 위반 여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사업주는 모집ㆍ채용(제1호),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제2호), 교육ㆍ훈련(제3호), 배치ㆍ전보ㆍ승진(제4호), 퇴직ㆍ해고(제5호)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제1항을 적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외의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본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 및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6 제1항, 제4조의7 제1항, 제23조의3 제2항, 제24조 제1항의 내용과 고용의 영역에서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여 헌법상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는 고령자고용법상 차별금지 조항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하고, 따라서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서 이에 반하는 내용을 정한 조항은 무효이다. 이때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ㆍ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 을 제1~3, 5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원고를 차별한 것으로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를 위반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①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임금을 삭감하는 형태인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는 기존의 정년을 연장하면서 일정 기간 임금을 삭감하는 형태인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보다 엄격하게 유효성을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피고는 2009. 2. 23. 5급 직원의 정년은 60세이고 6급 이하 직원의 정년은 57세였던 종전의 운영규정을 개정하여 5급 이하 직원의 정년을 60세로 정하고 6급 이하 직원의 정년은 2013년부터 60세로 하는 정년연장을 하였는바, 원고와 같이 5급 직원의 정년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으로 연장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앞서 본 합리적인 이유에 대하여 엄격한 판단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②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만 57세에 도달한 근로자는 정년에 이를 때까지 개별적인 업무성과 등과는 무관하게 오직 일정한 연령에 이르렀다는 사정만으로 임금이 삭감되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에 관하여 차등을 두는 경우에 해당함이 명백하다. 그에 따라 원고는 정년에 이를 때까지 3년간 합계 37%(= 10% + 12% + 15%)에 해당하는 임금(기본급, 시간외수당, 연차수당, 성과급 등)이 줄어드는 불이익을 입게 된다.

③

반면에 원고가 수행하던 업무는 경감되거나 조정되지 않아 원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전과 마찬가지로 2019. 6.경까지는 E 관리부장으로서, 그 이후부터는 사무국 총무부장 등으로서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였고, 임금 삭감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 등 업무강도 경감이나 직무조정을 위한 조치가 취해졌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피고가 제출한 증거에 나타난 사감 직렬 인원의 충원이 원고가 수행하는 관리부장 업무의 경감에 기여한 근거도 찾을 수 없다).

④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통하여 마련한 재원으로 2019년에 신규 인원채용을 실시하기는 하였으나, 그 직위는 F과 E의 사감으로 당시 원고가 수행하던 사무국 총무부장과는 직군이 달라 원고의 삭감된 급여가 충분히 원고의 직군에 해당하는 신규채용에 활용되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⑤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에 ‘임금피크제 직원은 본인의 희망에 따라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되기 직전 급여를 기준으로 퇴직금을 중간정산을 실시할 수 있다.’라는 규정이 포함되어 있으나, 위와 같은 퇴직금의 중간정산 기회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달리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서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에 대한 임금 감액에 따른 불이익을 완화하기 위해 임금조정기간 동안 퇴직 후 재취업을 위한 전직교육 또는 창업교육 등을 실시한다거나 복리후생비의 증액, 성과보상제 등의 조치를 시행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

⑥

E 등 피고가 운영하는 일부 사업장에서는 2023. 1. 1.부터 임금피크제 적용이 중단되었다.

3)

소결론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아 삭감된 임금 및 퇴직금이나 각종 수당 등의 급여와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고는, 이 사건 소 제기일로부터 역산하여 3년 전의 급여채권은 이 사건 소 제기 전에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주장한다.

원고는 매월 20일에 전월 20일부터 해당 월 19일까지의 기간에 대한 급여를 지급받았다. 그런데 원고는 2023. 6. 19. 내용증명우편으로 피고에게 미지급 급여 지급을 최고하였고, 그때부터 6개월 내인 2023. 8. 1.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에서 청구하는 2020. 6. 15.~2021. 6. 30.분 급여채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2)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이의를 제기한 바 없이 피고와 매년 연봉계약을 체결하고 급여와 각종 수당 및 퇴직금까지 수령하여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것처럼 피고에게 신뢰를 주었고 피고가 이에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되었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실효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떠한 쟁점에 대한 노동법상 확립된 견해나 법원의 확립된 입장이 없는 상태에서 근로자들이 상당한 비용과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법적 권리행사를 게을리 하였다고 하여 신의칙이나 실효의 원칙을 폭넓게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게 부당하거나 가혹한 점, 임금피크제의 무효 여부에 관한 대법원 판결은 2022년에야 선고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원고의 청구가 실효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3.

결론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 등으로 26,088,63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2021. 7. 1.부터 피고가 임금의 존부를 다투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5. 2. 13.까지 민법상 연 5%, 그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1>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의 청구는 위 범위에서 이유 있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이 달라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화석(재판장) 김진아 박은혜

각주1) 미지급 임금에 대한 지연이자의 이율은 근로기준법상 20%가 적용되나, 위 이율의 범위 내에서 원고가 구하는 연 12%를 적용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