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E과 F(이하 두 명을 통틀어 이 사건 근로자들'이라 한다)는 주식회사 D(이하 'D'라 한다)의 근로자로서, 새로운 근로조건으로 근로계약서 작성을 요구받았으나 이에 응하지 않았고, 이에 2017. 10. 31. 위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계약관계는 D의 취업규칙 제28조 제3항에 따라 종료되었다.
피고인은 D의 경영위험관리전담임원에 불과하였고 대표이사로 등기된 바도 없다. 따라서 피고인은 근로기준법상 D의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피고인은 2017. 10.경 D의 경영난을 모면하기 위해 경영위험관리전담임원으로 추대된 후, D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에 따라 당시 대표이사인 H에게 이 사건 근로자들을 해고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에 그 무렵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해고가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에,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2017년 12월분 및 2018년 1월분 각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 대한 고의가 없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3,000,000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이 사건 근로자들의 근로관계가 2017. 10. 31.경 종료되었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와 동일한 주장을 하였는데,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고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D가 2017. 10. 19. 새로 제정한 취업규칙(이하 '이 사건 취업규칙'이라 한다) 제28조 제3항은 근로기준법 제26조에 반하여 무효라고 봄이 상당한 점, ② 설령 위 취업규칙 제28조 제3항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나 D에서 위 취업규칙을 모든 근로자들이 확인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으로 고지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 점, ③ 피고인의 주장과 달리 D 측에서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2017. 10. 31. 이전에 새로운 근로조건으로 근로계약서 작성을 요구하였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는 점, ④ F는 2017. 12. 29., E은 2018. 1. 4. 각 근로계약서 작성을 요구받았는데, 근로자들이 숙고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고려하면 2018년 1월분의 임금까지는 지급되어야 하는 점, ⑤ 이 사건 근로자들은 2017. 11. 이후에도 현장에서 근무하였으며, 이 사건 근로자들이 2018. 1.경 사직 의사를 표시하였을 때 D 측에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점, ⑥ E은 2018. 1. 17. 인사명령을 발령받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근로자들 모두 2018. 1. 31.까지 근로관계가 계속되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판단을 이 사건 기록과 면밀하게 대조하여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자들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하여 오다가 2017. 10. 말경 새로운 근로계약 체결을 거절하였고 이에 D에서 2017년 11월분의 임금을 해고예고수당으로 지급하였으므로, 이 사건 근로자들과의 근로계약 관계는 별도의 해고 또는 해고예고의 통지를 하지 않더라도 민법 제660조 제1항에 따른 계약해지의 통고가 있는 것으로 보아 2017. 10. 31.경 종료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D 측에서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2017. 10. 31. 이전에 새로운 근로계약 체결을 요구하였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고, D가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지급한 2017년 11월분의 임금이 해고 예고수당으로 지급한 것이라는 사정을 밝힌 사실도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D는 원심 판시 범죄사실에 기재된 바와 같이 상시 5명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으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표시인 해고(근로자의 의사표시에 의한 고용계약의 해지와 구별된다)에 있어서는 민법 제660조 제1항이 아닌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제26조, 제27조 등에 따른 제한을 받는 점(대법원 2008. 3. 14. 선고 2007다1418 판결 취지 참조)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피고인이 D의 사용자가 아니라는 주장에 관한 판단
근로기준법 제112조, 제36조 위반죄의 주체는 사용자인바, 근로기준법 제15조는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또는 사업경영담당자 기타 근로자에 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사업경영담당자라 함은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자로서 사업주로부터 사업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포괄적인 위임을 받고 대외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자를 말하고, '기타 근로자에 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라 함은 근로자의 인사, 급여, 후생, 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를 말한다(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5도8364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D는 2016. 4. 29. 피고인이 피고인의 아들(I)이 출원한 특허기술의 활용을 위하여 설립한 회사로, 피고인은 D의 지분 30%를 소유한 대주주인 점, ② D는 경영난으로 인해 2017. 10.경 대표이사가 H으로 변경되었는데(H이 대표이사로 등기되지는 않았으나 유일한 사내이사로 등기되어 대표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고, 실제 H은 대표이사라는 직함을 사용하였다), 그 이후부터는 피고인이 H에게 경영에 대한 지시를 하고, H은 피고인을 회장님이라고 부르면서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행동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인 스스로도 자신이 H에게 이 사건 근로자들을 해고할 것을 지시하였다고 인정하고 있는 점, ④ H은 2017. 12. 31. 대표이사를 사임하였고(다만, 2018. 1. 31.경까지 사내이사의 사임등기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2018. 1. 9. D의 임시주주총회의 결의를 통해 피고인이 경영위기관리전담 회장의 직함으로 직접 D에 경영권을 행사하게 된 점, ⑤ H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D의 실경영자라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D의 대표이사로 등기되어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 회사를 실질적으로 경영한 자로서 근로기준법 소정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02. 11. 22. 선고 2001도388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고인에게 임금·퇴직금 미지급의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고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하여 2017. 10.경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는 해고사유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에 해당하는 것인데,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6조에서 사용자에게 해고예고 의무 내지는 해고예고수당 지급의무를 부과하는 해고의 사유로 명시되어 있는 점, ② 피고인은 이 사건 취업규칙 제28조 제3항에 따라 별도의 해고나 해고예고의 통지 없이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해고가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하였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취업규칙 제28조 제3항은 근로기준법 제26조, 제27조에 반하여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것이어서 무효라고 보아야 하는 점(대법원 1993. 5. 27. 선고 92다24059 판결 참조), ③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정하는 기업 내의 규범이므로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신설 또는 변경하기 위한 조항을 정하였다고 하여도 그로 인하여 바로 효력이 생기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고 신설 또는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이 생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근로기준법 제14조 제1항에서 정한 방법에 의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법령의 공포에 준하는 절차로서 그것이 새로운 기업 내 규범인 것을 널리 종업원 일반으로 하여금 알게 하는 절차, 즉 어떠한 방법이든지 적당한 방법에 의한 주지가 필요하다(대법원 2004. 2. 12. 선고 2001다63599 판결 참조)고 할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2017. 10. 19. 신설한 이 사건 취업규칙을 적당한 방법에 의하여 종업원들이 알게 하는 주지 절차가 있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점, ④ 따라서 이 사건 취업규칙 제28조 제3항은 효력이 없고,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위 해고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와 관련된 근로기준법 제24조 소정의 요건을 충족시켰는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근로기준법에 따른 적법한 해고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⑤ 피고인은 H에게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해고예고수당 명목으로 2017년 11월분 임금까지 지급하라고 지시하였다고 주장하나, H은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2017년 11월분 임금이 해고예고수당에 해당한다는 점을 알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실제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위 2017년 11월분 임금이 해고예고수당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통지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⑥ 이 사건 근로자들은 피고인 등으로부터 당초 근로계약의 내용보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할 것을 요구받자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절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와 같이 이 사건 근로자들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제시한 새로운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근로제공의사가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어, 근로계약서 작성 거절로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근로제공의사가 없음을 추단하여 이루어진 위 해고가 정당화되기도 어려운 점, ⑦ 피고인은 E에 대하여는 퇴직금지급의무가 있으나, 회사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 바로 지급하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해고가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주장은 근로기준법의 내용 및 취업규칙의 효력에 대한 독단적인 견해에 불과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이유로 피고인에게 임금·퇴직금 미지급의 고의가 없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가 없고, 2000년 근로기준법위반죄로 벌금형을 받은 뒤 약 20년 간 아무런 전과가 없는 점,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다소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다.
반면, 피고인이 지급하지 아니한 임금 및 퇴직금이 합계 2,000만 원이 넘는 상당한 금액인 점, 피고인에게 동종 전과가 있는 점 등은 불리한 정상이다.
이 법원에서 새롭게 고려할 만한 특별한 정상관계나 사정변경이 없고,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가족관계, 범행의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들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용기(재판장) 김천수 김덕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