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9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게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이유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자 B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 및 근로자 C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관한 공소를 각 기각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는데, 검사만이 유죄부분에 대하여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다. 따라서 위 공소기각 부분은 그대로 분리․확정되었으므로, 이 법원의 심판대상에서 제외된다.
항소이유의 요지
원심의 선고형(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
직권 판단(배임 부분)
항소법원은 항소장에 기재되었거나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안에 제출된 항소이유서에 포함된 항소이유만 심판대상으로 할 수 있다. 그러나 항소법원은 항소가 적법한 이상 항소장에 기재되었거나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안에 제출된 항소이유서에 포함되지 않은 직권조사사유를 심판해야 하는데(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 단서), 여기에서 말하는 직권조사사유에는 법령적용이나 법령해석의 착오 여부는 물론이고 명백한 사실오인이나 양형부당도 포함된다(대법원 2003. 5. 16.자 2002모338 결정, 대법원 2006. 3. 30.자 2000모564 결정 등 참조). 검사는 이 부분 원심판결에 대하여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하였으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법리를 오해하였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공소사실의 요지(배임 부분)
피고인은 광주 광산구 K에서 ‘E’를 운영하였던 자로서, 2015. 3. 30. 피해자 L은행으로부터 사업자금을 대출받으면서 그 담보로 피고인 소유의 위 E 공장용지 및 건물, 그곳에 설치된 기계기구 13점에 근저당권자 L은행, 채권최고액 240,000,000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2016. 11. 30. 피고인 소유의 위 E 공장용지 및 건물, 그곳에 설치된 기계기구 3점에 근저당권자 L은행, 채권최고액 360,000,000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을 추가로 설정하였다.
이러한 경우 피고인은 위와 같은 근저당권 설정계약에 따라 담보물을 통상의 범위 내에서 사용, 보존, 관리하고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기 이전에는 담보물을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하여서는 아니 되는 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9. 3. 15.경 위 E 공장에서 위 담보물들 중 감정금액 22,165,000원인 CNC선반 1점(HI-TECH200CI)을 성명불상의 고철상에게 인도하고, 감정금액 150,000,000원인 Machining Center(Vertical Type) 1점(MYNX6500/50)을 M 주식회사에 66,000,000원에 처분하여 양도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와 같은 임무에 위배하여 66,000,000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불상액의 손해를 가하였다.
관련 법리
금전채권채무 관계에서 채권자가 채무자의 급부이행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금전을 대여하고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채권의 만족이라는 이익을 얻게 된다 하더라도,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한 신임을 기초로 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임무를 부여하였다고 할 수 없고, 금전채무의 이행은 어디까지나 채무자가 자신의 급부의무의 이행으로서 행하는 것이므로 이를 두고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자동차 등 특정동산 저당법’ 등에 따라 그 소유의 동산에 관하여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하거나 저당권을 설정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채무자가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 즉 동산을 담보로 제공할 의무,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하거나 담보물을 손상, 감소 또는 멸실시키지 않을 소극적 의무, 담보권 실행 시 채권자나 그가 지정하는 자에게 담보물을 현실로 인도할 의무와 같이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에 협조할 의무 등은 모두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부담하게 된 채무자 자신의 급부의무이다. 또한 저당권설정계약은 피담보채권의 발생을 위한 계약에 종된 계약으로, 피담보채무가 소멸하면 저당권설정계약상의 권리의무도 소멸하게 된다.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무자가 부담하는 의무는 담보목적의 달성, 즉 채무불이행 시 담보권 실행을 통한 채권의 실현을 위한 것이므로 저당권설정계약의 체결이나 저당권 설정 전후를 불문하고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여전히 금전채권의 실현 내지 피담보채무의 변제에 있다. 따라서 채무자가 위와 같은 급부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채무자 자신의 사무에 해당할 뿐이고,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채무자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채무자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위와 같은 법리는,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공장 및 광업재단 저당법’에 따라 저당권이 설정된 동산을 채무자가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한 사안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20. 10. 22. 선고 2020도625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펴보면, 피고인이 피해자 L은행에 공소사실 기재 각 기계들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어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하거나 담보물을 손상, 감소 또는 멸실시키지 않을 소극적 의무, 담보권 실행 시 채권자나 그가 지정하는 자에게 담보물을 현실로 인도할 의무와 같이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에 협조할 의무 등을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 자신의 급부의무이므로, 피고인이 이러한 급부의무를 이행하는 것과 관련하여 피해자 L은행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 L은행과 체결한 근저당권설정계약이 대출금 채무의 변제와 이를 위한 담보라는 통상의 경우와는 달리 피고인이 L은행을 위하여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대행하는 등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L은행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결 론
따라서 원심판결 중 배임 부분에 대하여는 위와 같은 직권 파기 사유가 있으므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