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2014. 12. 4. 설립된 회사로서 경주시에서 택시 여객자동차 운송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원고들은 피고에 고용되어 택시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거나 위 업무에 종사하다가 퇴직한 근로자들이다. 원고들의 근무기간은 다음과 같다.
원고들에 대한 임금지급 형태 및 최저임금법 개정
원고들은 택시 운행으로 발생하는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만 기준운송수입금(‘사납금’이라고도 한다)으로 피고에게 납부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이하 ‘초과운송수입금’이라 한다)을 원고들이 가지는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받았다.
최저임금법이 2007. 12. 27. 법률 제8818호로 개정되면서 제6조 제5항이 신설되었는데, 해당 조항은 ‘일반택시운송사업에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를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 이에 같은 법 시행령이 2009. 6. 26. 대통령령 제21572호로 개정되면서 제5조의2가 신설되었는데(해당 조항은 2018. 12. 31. 대통령령 제29469호로 개정되면서 제5조의3으로 이동하였다), 해당 조항은 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을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에 따라 정해진 지급조건과 지급률에 따라 매월 1회 이상 지급하는 임금’으로 규정하면서 다만 ‘소정근로시간 또는 소정의 근로일에 대하여 지급하는 임금 외의 임금’ 및 ‘근로자의 생활 보조와 복리후생을 위하여 지급되는 임금’은 산입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위 각 개정된 최저임금법과 그 시행령 규정은 부칙(제8818호, 2007. 12. 27.) 제2호에 따라 피고가 소재한 경주시의 경우 2010. 7. 1.부터 시행되었다.
임금협정의 주요내용
피고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이 가입되어 있던 노동조합이 속한 I노동조합 J 경주시지부의 노동조합들(이하 ‘경주시지부 노동조합들’이라 한다)와 피고를 비롯한 경주시 소재 7개 택시회사들은 2014. 12. 22.경 2015년 임금협정(유효기간 2015. 1. 1.부터 2015. 12. 31.까지)을 체결하였다. 그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1년 이상 2년 미만 기준)
피고의 노동조합과 피고는 2016. 2. 29.경 2016년 임금협정(유효기간 2016. 1. 1.부터 2016. 12. 31.까지)을 체결하면서 소정근로시간을 1일 2시간 40분으로, 월 25일 근무 시의 임금(월 임금 산정표의 임금)을 합계 550,000원으로 각 변경하였고, 운송수입금에 관하여는 NF소나타 오토는 69,000원(2교대) 또는 90,000원(독차), 신차(LF소나타)는 71,000원(2교대) 또는 93,000원(독차)으로 하되 설․추석 근무자는 10,000원을 공제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경주시지부 노동조합들과 피고를 비롯한 경주시 소재 5개 택시회사들은 2016. 12. 23.경 2017년 임금협정(유효기간 2017. 1. 1.부터 2017. 12. 31.까지)을 체결하면서 소정근로시간을 1일 2시간 30분(월 75시간)으로, 월 25일 근무 시의 임금(월 임금 산정표의 임금)을 합계 550,575원으로, 통상임금을 기본급과 승무수당의 합계로 각 변경하였다.
경주시지부 노동조합들과 피고를 비롯한 경주시 소재 5개 택시회사들은 2017. 9. 25.경 2018년 임금협정(유효기간 2018. 1. 1.부터 2018. 12. 31.까지)을 체결하면서 소정근로시간을 1일 3시간(월 90시간)으로, 월 25일 근무 시의 임금(월 임금 산정표의 임금)을 합계 724,113원으로, 통상임금을 기본급과 승무수당 및 승급수당의 합계로 각 변경하였다.
경주시지부 노동조합들과 피고를 비롯한 경주시 소재 5개 택시회사들은 2019. 1. 29.경 2019년 임금협정(유효기간 2019. 1. 1.부터 2019. 12. 31.까지)을 체결하면서 소정근로시간을 1일 2시간 40분(월 80시간)으로, 월 25일 근무 시의 임금(월 임금 산정표의 임금)을 합계 725,098원으로 각 변경하였다.
최저임금법상 법정최저임금
최저임금법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이 결정․고시한 2015년도부터 2019년까지의 법정 시간당 최저임금은 다음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0 내지 15, 2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3 내지 8호증의 각 기재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원고들
2015년 내지 2019년 임금협정의 소정근로시간은 일 평균 영업시간<1> 정도일 뿐 실제 근로시간과 현저하게 차이가 나고 그 소정근로시간 합의는 최저임금법을 잠탈하려는 형식적․비현실적․모순적인 것이어서 무효이다. 원고들의 주행기록, 기준운송수입금 납부, 주행시간의 세부적 구성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의 소정근로시간은 1일 8시간으로 보아야 한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와 같은 소정근로시간에 따라 산정된 최저임금과 실제 지급받은 임금의 차액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15조 제1항에 따라 2015년 내지 2019년 임금협정 중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만 무효이고 나머지는 유효하므로, 원고들에게 귀속된 초과운송수입금을 부당이득이라고 볼 수 없다. 원고들이 피고에게 이의제기를 할 경우 일정 금액을 피고에게 지급하기로 한 합의는 임금청구권의 사전포기로서 무효이므로, 그 합의에 기한 피고의 상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
피고가 이 사건 특례조항이 경주시에서 시행된 후인 2015년경 신설된 점, 2015년 내지 2019년 임금협정은 강성 노동조합의 요구에 따른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2015년 내지 2019년 임금협정의 소정근로시간은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목적․ 의도에 따른 것이 아니어서 유효하다. 피고가 원고들에게 미지급한 임금은 없다.
설령 원고들과 피고의 소정근로시간 합의가 무효이더라도,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이 8시간이라 볼 수 없다. 또한 영업시간이 0인 날, 부제일, 원고 G의 경우 1일 2 교대로 근무한 기간 동안의 근로시간 중 1/2 상당 시간 등은 근로시간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원고 G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경우 2017년 3월까지의 미지급 임금채권은 이 사건 소 제기 당시 이미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무효이면 초과운송수입금을 원고들에게 귀속시키는 합의 역시 무효이므로, 초과운송수입금은 부당이득에 해당한다. 또한 원고들은 피고에게 이의제기를 할 경우 일정 금액을 피고에게 지급하기로 합의하였다. 피고는 원고들에 대한 부당이득금채권 내지 약정금채권으로 상계를 주장한다.
판단
2015년 내지 2019년 임금협정의 소정근로시간이 유효한지 여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여 규제하면서(제50조 제1항, 제2항), 그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8호).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신설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와 관련된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기준운송수입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구체적인 판단
피고가 원고들에게 지급한 임금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지 여부는 최저임금액과 지급된 임금 중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 같은 법 시행령 제5조의2에서 정한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액(이하 ‘비교대상임금액’이라 한다)을 비교하여 판단하여야 하는데, ‘비교대상임금액’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하는 시간당 최저임금액이 적용되는 소정근로시간이 확정되어야 한다.
원고들은 2015년 내지 2019년 임금협정의 소정근로시간 합의가 무효이고, 원고들의 소정근로시간이 1일 8시간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법원의 한국교통안전공단, 경주시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갑 제24호증의 기재만으로는 2015년 내지 2019년 임금협정의 소정근로시간 합의가 단지 형식적이라거나 이 사건 특례조항을 잠탈할 의도에 따른 것으로서 무효라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원고들의 소정근로시간이 1일 8시간이라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택시운송사업의 특성상 택시운전종사자는 차고지에서 배차를 받은 순간부터 차고지로 차량을 반환할 때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사업장 밖에서 보내게 되고 정해진 노선 없이 스스로 운행 여부, 운행시간, 운행장소를 결정하고, 이 때문에 사용자는 택시운전종사자의 근로 여부를 지휘․감독할 방법이 없다. 운행기록장치 등에 기록된 출고․입고시간, 영업시간, 빈차시간, 정지시간 등의 내용만으로는 택시운전종사자들이 실제로 근로한 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확인 가능한 원고들의 차량 운행기록에 따르면 차량 종류에 따른 원고들의 일 평균 주행시간은 4.03시간 내지 17시간이고, 일 평균 영업시간은 0.4시간 내지 5.77시간이다(다만 원고 D은 확인이 불가하고, 원고 B도 일부 확인이 불가하다). 이를 바탕으로 원고들은 빈차시간(승객을 태우기 위하여 운행하는 시간)이 영업시간(실제로 승객을 태우고 차량을 운행하는 시간)과 같거나 그보다 더 길기 때문에 빈차시간 및 영업시간의 합계가 일 평균 최소 5~8시간이고, 주유․점검시간 등을 포함한 일 평균 근무시간은 최소 8시간 이상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에 비추어 볼 때 2015년 내지 2019년 임금협정의 소정근로시간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으로 짧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갑 제24호증의 기재만으로 빈차시간이 영업시간과 같거나 그보다 더 길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도 없다. 빈차시간이 영업시간과 같거나 그보다 더 길다는 것이 경험칙으로 굳게 확립되어 있다고 볼 만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합의된 소정근로시간(2시간 30분 내지 3시간)과 원고들의 일 평균 영업시간(0.4시간 내지 5.77시간)의 크기, 2015년 내지 2019년 임금협정은 이 사건 특례조항이 이미 경주시에서 시행되고 있었던 도중에 합의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지나치게 비현실적․형식적인 것으로서 이 사건 특례조항을 잠탈할 목적․의도에 따른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2015년 내지 2019년 임금협정의 소정근로시간 합의가 무효이더라도, 이를 대체할 만한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원고들의 주장을 ‘실제 근로시간 또는 법정근로시간이 소정근로시간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선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8호의 소정근로시간은 같은 법 제50조, 제69조에 따른 근로시간의 범위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으로서 실제 근로시간 및 같은 법 제50조 제1항의 근로시간 상한기준인 법정근로시간과 별개의 개념이고, 이 사건에서 실제 근로시간 또는 법정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보아야 한다고 단정할 만한 합리적인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원고들의 주장을 2015년 내지 2109년 임금협정에서의 소정근로시간 변화가 실제 근무형태나 운영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하는 합의로서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것이어서 무효라는 주장으로 선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체 가능한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존재하지 않고, 앞서 보았듯이 2015년부터 2019년까지의 소정근로시간은 2시간 30분부터 3시간 사이에서 증감하고 있을 뿐이어서 그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영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 유의미하게 감축되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소결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2015년 내지 2019년 소정근로시간이 1일 8시간이라는 전제에 서 있는 원고들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김영일
각주1) 택시운전근로자가 실제로 승객을 태우고 차량을 운행하는 시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