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이 사건에 적용되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19조(이하 '이 사건 규칙'이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고, ② 피고인들은 근로자들에게 이 사건 규칙 각 호의 사항을 충분히 알리지 아니함으로써 진동에 의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였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하고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판단
관련 법규
이 사건 규칙의 명확성의 원칙 위배 여부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의 원칙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은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죄형법정주의는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하여져야 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누구나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이 명확할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형벌법규의 내용이 애매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국민이 알 수 없어 법을 지키기가 어려울 뿐더러 범죄의 성립 여부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져 죄형법정주의에 의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주의의 이념은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헌법재판소 2002. 2. 28. 선고 99헌가8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명확성의 원칙 위배 여부의 판단 기준
법규범이 명확한지 여부는 그 법규범이 수범자에게 법규의 의미내용을 알 수 있도록 공정한 고지를 하여 예측가능성을 주고 있는지 여부 및 그 법규범이 법을 해석·집행하는 기관에게 충분한 의미내용을 규율하여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이 배제되는지 여부, 다시 말하면 예측가능성 및 자의적 법집행 배제가 확보되는지 여부에 따라 이를 판단할 수 있는데, 법규범의 의미내용은 그 문언뿐만 아니라 입법목적이나 입법취지, 입법연혁, 그리고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해석방법에 의하여 구체화하게 되므로, 결국 법규범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위와 같은 해석방법에 의하여 그 의미내용을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해석기준(이하 '합리적인 해석기준'이라 한다)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헌법재판소 2010. 2. 25. 선고 2008헌가6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이 사건 규칙에 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 제1호는 같은 법 제24조 제1항을 위반한 자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24조 제1항은 "사업주는 사업을 할 때 다음 각 호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그 제2호는 "방사선·유해광선·고온·저온·초음파·소음·진동·이상기압 등에 의한 건강장해"를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법 제24조 제2항은 "제1항에 따라 사업주가 하여야 할 보건상의 조치 사항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고용노동부령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제519조에서 "사업주는 근로자가 진동작업에 종사하는 경우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근로자에게 충분히 알려야 한다. 1.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증상, 2. 보호구의 선정과 착용방법, 3. 진동 기계·기구 관리 방법, 4. 진동 장해 예방방법(이하 이 사건 규칙의 각 호를 통칭하여 '진동작업의 유해성 등'이라 한다)"을 규정함으로써 '진동에 의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하여야 하는 필요한 조치' 중 하나를 구체화하고 있다.
결국 이 사건의 처벌규정으로 적용되는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 제1호의 구성요건은, 산업안전보건법 제24조 제1항 제2호 및 이 사건 규칙에 의하여 '사업주가 진동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에게 진동작업의 유해성 등을 충분히 알리지 아니한 행위'가 되는바, 이 사건 규칙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는 이 사건 규칙의 문언 및 이 사건 규칙과 관련 법규의 입법목적이나 입법취지, 입법연혁,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해석방법에 의할 때, 수범자인 사업주의 입장에서 '진동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에게 진동작업의 유해성 등을 충분히 알리지 아니한 행위'가 무엇인지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이에 대한 법 해석·집행 기관의 자의적인 법해석 내지 법집행을 배제하는 합리적인 해석기준을 찾을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먼저, 이 사건 규칙의 문언을 보건대, 이 사건 규칙은 수범자를 사업주로 제한하고 있고, 근로자가 진동작업에 종사하는 경우에 근로자에게 알려야 할 사항에 관하여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어, 이 부분에 있어서는 명확성의 원칙이 문제될 여지가 적어 보인다. 그러나 주지의 정도와 방법 등에 관하여는 어떠한 예시나 구체적인 기준의 제시 없이 "충분히 알려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어, 이 부분의 의미가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측면이 있다. "충분히"는 사전적으로 '모자람이 없이 넉넉하게'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을 뿐이어서, 이 사건 규칙에서의 "충분히"의 의미가 어느 범위까지를 의미하는 것인지를 쉽게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충분히 알려야 한다"는 부분의 의미내용을 파악함에 있어, 이 사건 규칙의 문언 자체만으로는 (i) 주지의 상대방과 관련하여, 진동작업을 직접 수행하는 근로자에게만 알리면 되는 것인지, 아니면 진동작업이 이루어지는 작업장 내 근로자들 모두에게 알려야 충분한 것인지, (ii) 주지의 횟수와 관련하여, 그 횟수를 1회만 알리면 되는 것인지, 아니면 동일한 근로자에게라도 매 작업 시마다 또는 주기적으로 반복하여 알려야 하는 것인지, 주기적으로 반복하여 알려야 한다면 그 주기는 어느 정도로 하여야 충분한 것인지, (iii) 주지의 시점과 관련하여, 진동작업의 유해성 등에 관한 모든 사항을 진동작업 전에 알려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 사항은 사후에 알려도 충분한 것인지, (iv) 주지의 내용과 관련하여, 진동작업의 유해성 등에 관한 내용을 어느 범위까지 자세히 알려야 충분한 것인지, (v) 주지의 방법과 관련하여, 구술로 알리면 족한 것인지 아니면 서면 기타 특정한 방법으로 알려야 충분한 것인지 등을 전혀 알 수 없는바, 수범자의 입장에서 어떠한 행위가 처벌의 대상이 되는지를 예측하여 자신의 행위를 결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법 해석·집행 기관에 따라 자의적인 법해석 내지 법집행이 이루어질 가능성 또한 매우 높다.
다음으로, 이 사건 규칙과 관련 법규의 입법목적이나 입법취지, 입법연혁,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건 규칙으로부터 '진동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에게 진동작업의 유해성 등을 충분히 알리지 아니한 행위'의 의미내용을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해석기준을 얻을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본다.
입법목적 및 입법취지
산업안전보건법 제1조는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목적을 밝히고 있다. 한편 산업재해는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고, 그 사고의 원인 또한 다양하므로,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위험 및 건강장해 방지를 위한 사업장 안전보건기준을 확립하는 것은 물론, 사업장 내에서의 안전보건관리체제 등의 책임체제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한바, 산업안전보건법 제24조도 그러한 취지에서, 사업을 행함에 있어서 발생하는 각종 건강장해의 유형을 열거하고, 사업주에게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일부 규정에서 위임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사항과 그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그 목적으로 하는바, 이 사건 규칙은 산업안전보건법 제24조 제2항의 위임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 제24조 제1항 제2호가 규정하고 있는 '진동에 의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하여야 하는 필요한 조치'라는 구성요건요소를 구체화하는 규정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입법목적 및 입법취지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규칙 중 "충분히 알려야 한다"라는 문언을 '근로자의 건강장해 예방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에 충분한 정도로 알려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근로자의 건강장해 예방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의미에 관하여는 여전히 여러 가지 해석의 가능성이 열려 있어 명확하게 그 의미의 범위를 특정하거나 한정하는 것이 어려운바, 결국 이 사건 규칙과 관련 법규의 입법목적 및 입법취지를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규칙으로부터, 수범자에게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알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는 예측가능성을 부여하고 법 해석·집행기관의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을 배제할 수 있는 합리적인 해석기준을 찾기는 어렵다.
입법연혁
종전에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같은 법 시행령에서 위임된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사항과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사항을 각각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및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으로 분리하여 규정하고 있었으나, 사업장에서 그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고 유사한 내용이 중복 규정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11. 7. 6.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폐지하여 이를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에 통합시키고, 규칙 제명 변경 및 조문 정비를 통하여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의 조문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규칙의 연혁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1990. 7. 23. 제정된 「산업보건기준에 관한규칙」(노동부령 제62호)에서는 편제상 "제1편 총칙, 제2장 기본적 조치기준", 아래에 제10조가 "진동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라는 제목으로 "사업주는 강렬한 진동으로 인한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진동을 발생시키는 기계·설비의 대체, 진동의 전파방지를 위한 조치, 보호구의 지급 또는 작업시간 중의 적정한 휴식시간 부여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그 외에는 위 규칙에서 별도로 진동작업의 유해성 등을 알려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았다.
2003. 7. 12. 전부개정된 「산업보건기준에관한규칙」(노동부령 제195호, 이하 '종전 제1규칙'이라 한다)에서는 진동으로 인한 장해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기준이 마련됨에 따라, 편제상 "제5장 소음 및 진동에 의한 건강장해의 예방, 제4절 진동작업의 관리" 아래에 제66조가 "유해성 등의 주지"라는 제목으로 "사업주는 진동작업에 근로자를 종사하도록 하는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에 관한 내용을 근로자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 1. 인체에 미치는 영향 및 증상, 2. 보호구의 선정 및 착용방법, 3. 진동기계·기구 관리방법, 4. 진동장해 예방방법"을 규정함으로써, 이 사건 규칙에 상응하는 규정이 신설되었다.
2010. 9. 30. 전부개정된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고용노동부령 제6호, 이하 '종전 제2규칙'이라 한다)에서는 종전 제1규칙의 제66조가 제127조로 변경되었고, 규정의 내용도 "사업주는 진동작업에 근로자를 종사하도록 하는 경우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근로자에게 충분히 알려야 한다. 1.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증상, 2. 보호구의 선정과 착용방법, 3. 진동 기계·기구 관리방법, 4. 진동 장해 예방방법"으로 변경되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2011. 7. 6.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과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의 통합에 따라 규칙의 제명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으로 변경되었고, 편제상 "제3편 보건기준, 제4장 소음 및 진동에 의한 건강장해의 예방, 제4절 진동작업의 관리" 아래에 종전 제2규칙 제127조와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는 이 사건 규칙이 배치되었다.
위와 같은 입법연혁을 보면, 진동작업의 유해성 등에 관한 주지의무 규정은 종전 제1규칙 제66조, 종전 제2규칙 제127조, 이 사건 규칙의 순서로 변경되어 왔으나, 그 내용에 있어서는 종전 제1규칙 제66조에서 "근로자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던 것이 종전 제2규칙 제127조에서 "근로자에게 충분히 알려야 한다"고 변경된 것 외에는 수범자 및 주지의 대상이 동일하여 구성요건요소 자체에 실질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바, 종전 제2규칙 제127조의 문언과 동일하게 "충분히"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이 사건 규칙이, "널리"라는 표현을 사용한 종전 제1규칙 제66조와 대비하여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유형을 정형화하거나 한정하는 합리적인 해석기준을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한편, 이 사건 규칙 외에 다른 주지의무에 관한 규정들의 연혁을 살펴보더라도, 종전 제1규칙 중 제40조(밀폐공간 내 안전한 작업방법 등 주지의무), 제60조(소음수준의 주지의무), 제141조(방사선업무의 유해성 등 주지의무), 제147조(근골격계부담작업의 유해성 등 주지의무), 제196조(관리대상유해물질 취급 작업의 유해성 등 주지의무), 제209조(허가대상유해물질 취급 작업의 유해성 등 주지의무), 제236조(석면으로 인한 직업성 질병의 주지의무), 제246조(금지유해물질 취급 작업의 유해성 등 주지의무)의 각 규정들은 주지의무에 관하여, 이 사건 규칙에 상응하는 종전 제1규칙 제66조의 문언과 동일하게 "근로자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가 종전 제2규칙에서 모두<1> "널리"라는 표현이 삭제되었고,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위 각 규정에 상응하는 규정들도 모두<2> "근로자에게 알려야 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는바, 위 각 규정에서 주지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작업유형 또는 대상을 보면, 진동작업의 유해성의 정도가 가장 중하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진동작업의 경우보다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발생시킬 위험성이 더 큰 것으로 보이는 작업환경에 관한 규정이 있는 점에 비추어, 이 사건 규칙에서 진동작업의 경우에만 근로자에게 유해성 등을 "충분히 " 알려야 한다는 표현을 유지하고 있는 취지 자체가 무엇인지 불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체계적 구조 등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는 진동작업의 유해성 등에 관한 주지의무를 규정한 이 사건 규칙 외에도, 편제상 "제3편 보건기준, 제4장 소음 및 진동에 의한 건강장해의 예방" 아래에 제518조(진동보호구의 지급 등), 제520조(진동 기계·기구 사용설명서의 비치 등), 제521조(진동 기계·기구의 관리)의 각 규정을 두고 있는바, 위 제518조 내지 제521조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4조 제1항 제2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업주가 진동작업에 의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하여야 할 필요한 조치'를 구체화하여 병렬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사업주가 위 각 규정의 조치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각각 산업안전보건법 제24조 제1항 제2호 위반 행위가 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지, 위 각 규정을 유기적으로 결합된 하나의 구성요건요소라고 보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18조, 제520조, 제521조를 이 사건 규칙의 의미내용을 보충하는 해석 기준으로 작용하는 규정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이에 더하여, 아래와 같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의 다른 규정들과 산업안전보건법 및 같은 법 시행령 등의 내용까지 고려해 보면, 이 사건 규칙은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통하여도 그 규범내용이 확정될 수 없는 모호하고 막연한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는 이 사건 규칙 외에도 다음과 같이 "충분히"라는 문언을 사용하고 있는 규정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위 각 규정들은 모두 "충분히"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도 그 구체적인 방법과 정도를 예시하여 사업주가 준수하여야 할 행위를 명확히 하고 있는바, 위 각 규정의 문언과 대비하여 보더라도 이 사건 규칙과 같이 아무런 예시나 기준 없이 "충분히"라는 표현만을 사용하는 것은 예측가능성 및 자의적 법집행의 배제를 확보하지 못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한편, 검사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6조의2 제4호 및 제146조 제2항 제2호에서 주지의무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충분히"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음을 지적하나,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편제상 위 제66조의2 제4호는 "제1편 총칙"에, 위 제14조 제2항 제2호는 "제2편 안전기준"에 각각 배치되어 있는 점, 위 두 규정과 이 사건 규칙의 조문 구조 및 형식 등이 동일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위 두 규정과 이 사건 규칙을 동등하게 취급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주지의무의 구체적인 방법과 정도 등에 관하여 범위를 한정하지 않는 위와 같은 규정들이 존재한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을 이 사건 규칙의 명확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참작할 수는 없다).
앞서 '(2) 입법연혁'에서 본 바와 같이,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편제상 "제3편 보건기준" 아래에 배치되어 있는 각종의 주지의무에 관한 규정들은 주지의 정도에 관하여, 종전 제1규칙에서는 이 사건 규칙과 마찬가지로 "널리"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규정되어 있다가, 종전 제2규칙에서 "널리"가 모두 삭제되었고, 현재는 문언상 "근로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는바, 이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표현인 "널리"를 삭제함으로써 구성요건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1조는 제1항 내지 제3항에서 사업주에게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에 관한 교육을 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위 산업안전보건법 제31조 제1항 내지 제3항의 위임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별표 8] 및 [별표 8의2]는 사업주가 근로자에 대하여 실시하여야 하는 교육과정, 교육대상, 교육시간, 교육내용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산업안전보건법 제72조 제5항 제3호는 같은 법 제31조 제1항 내지 제3항을 위반할 경우 과태료 부과의 대상임을 규정하고 있다. 즉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이 사건 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지의무와는 별도로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에 관한 교육의무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더라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닌바, 이 사건 규칙에서 규정하는 주지의무의 구체적인 의미내용을 파악함에 있어 위 [별표 8] 및 [별표 8의2]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육과정, 교육대상, 교육시간, 교육내용을 그 해석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
결국 이 사건 규칙은 형사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규정임에도 문언상 "충분히 알려야 한다"는 것의 의미가 명확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규칙과 관련 법규의 입법목적이나 입법취지, 입법연혁,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해석방법에 의하더라도 '진동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에게 진동작업의 유해성 등을 충분히 알리지 아니한 행위'의 의미내용에 관한 수범자의 예측가능성 및 법 해석·집행 기관의 자의적인 법해석 내지 법집행의 배제를 확보할 수 있는 합리적인 해석기준을 찾을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규칙은 죄형법정주의에서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인들의 주지의무 이행 여부
이 사건 규칙이 "충분히 알려야 한다"라는 모호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사용함으로써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 제1호, 제24조 제1항 제2호에 의하여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예측할 수 없게 하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설사 이 사건 규칙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바(대법원 2002. 2. 8. 선고 2001도541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도6535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법리를 기초로,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진동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에게 진동작업의 유해성 등을 충분히 알리지 아니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피고인 주식회사 B 팀장인 I는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 주식회사 B에서는 매월 2회 정기적으로 진동작업 관련 안전교육을 실시하였고, 이와 별도로 진동작업을 하는 근로자들에게는 팀장이 작업 시마다 구두로 진동작업 관련 안전교육을 실시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공판기록 117~118쪽).
피고인 주식회사 B에서 임팩트 렌치를 사용하여 진동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E, F 2명인데, E는 원심 법정에서 I와 같은 취지로 진술하면서, 구체적으로 "2017. 2. 7.경 진동작업 관련 위험요인, 작업방법 등에 관한 교육을 받았다"고 진술하였고(공판기록 124~125쪽), F은 "2018. 1. 8.경 주식회사 B에 입사하여 신입사원 교육 과정에서 진동작업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보호구 및 진동 기계·기구 관리방법, 진동장해 예방방법 등에 관한 교육을 받은 후 진동작업의 보조업무에 종사하고 있다"고 진술하였다(공판기록 130~131쪽).
이 사건은 2018. 2. 6.경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들이 피고인 주식회사 B의 근로자 G, H 등을 상대로 진동작업의 유해성 등에 관한 주지의무가 이행되지 아니하였음을 확인(증거기록 11쪽)하여 인지가 된 사건이다.
그러나 H은 원심 법정에서 "진동작업 특별교육의 의미를 명확히 알지 못하여 교육을 한 적이 없다고 대답하였다"라고 진술하였고(공판기록 114쪽), G는 원심 법정에서 "진동작업 관련 교육의 실시 여부에 대하여 자세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그 자리에 있던 H이 진동관련 특별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시인하기에 G 자신도 확인서에 서명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는 한편(공판기록 109쪽), "2017. 2. 7.경 I로부터 진동작업의 위험요인, 작업방법 및 절차 등에 관하여 교육을 받았고, 2015. 6. 3.경에도 진동작업 관련 교육을 받은 사실이 있다"라고 진술하였다(공판기록 108~109쪽).
피고인 주식회사 B에서는 매월 3~4회 임팩트 렌치를 사용한 진동작업을 실시하는데, 작업시간은 5분 이내이고 진동의 정도가 비교적 경미하여 진동작업의 위험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바, E, F 등이 받았다고 하는 진동작업 관련 교육 내용이 '진동에 의한 건강장해를 예방' 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보기 어렵다(E, F도 원심 법정에서 자신들이 교육받은 내용으로 진동작업을 함에 부족함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검사는 피고인 주식회사 B에서 이루어진 진동작업 관련 교육의 주기와 교육방법, 교육자료, 교육내용 등이 산업재해를 예방할 정도로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앞서 나.항에서 본 바와 같이 산업안전보건법 제31조에서는 안전·보건 교육의무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고, 위 교육의무를 위반할 경우에는 과태료의 대상이 되는 점에 비추어, 이 사건 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지의무의 이행이 반드시 정형화된 '교육'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해석하기 어렵고, 더욱이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별표 8] 및 [별표 8의2]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육과정, 교육대상, 교육시간, 교육내용과 같거나 유사한 정도 및 방법으로 진동작업의 유해성 등에 관한 내용을 알려야 한다고 확장해석할 수는 없다.
실제로 피고인 주식회사 B에서 임팩트 렌치를 사용한 진동작업 중에 재해가 발생한 사정은 확인되지 않는다.
소결
따라서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검사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결론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한다.
판사 이윤호(재판장) 김형호 박지원
각주1) 순서대로 종전 제2규칙 제252조, 제121조, 제201조, 제274조, 제52조, 제65조, 제92조, 제108조
각주2) 순서대로 현행 규칙 제641조, 제514조, 제591조, 제661조, 제449조, 제460조, 제486조, 제502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