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등법원판결

대전고등법원 2006. 6. 16. 선고 2005나11969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아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12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산업재해보상보험(이하 '산재보험'이라고 한다) 가입자인 주식회사 D은 충북 옥천군 E 소재 F 내의 폐수처리시설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G 대표 H에게 하도급 주었고, G 대표 H은 2002. 10.경 I 대표 J에게 재하도급을 주었다.

그리고 피고 B은 I에 그 소유의 (차량번호 1 생략) 기중기를 운전자인 피고 A과 함께 1일 금 400,000원에 임대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른바 중기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피고 A은 2002. 10. 30. 08:50경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I의 부사장으로서 공사책임자인 K의 지시에 따라 그 소속 근로자 L가 철제 구조물(폐수처리시설 폭기조)을 와이어로 기중기에 묶으면 K의 신호에 따라 기중기를 이용하여 공장 마당에 있던 철제구조물을 지상 약 5-6m 높이로 들어서 공장 건물의 뒤로 옮긴 후 설치 지점에 이르러 철제 구조물을 내리던 중, 기중기의 운전대 옆에 있던 자유낙하 레버(윈치클러치 레버)가 피고 A의 옷에 걸려 풀리면서 갑자기 철제 구조물이 바닥으로 떨어져 I 소속 용접근로자인 M이 그 철제 구조물 밑에 깔려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다.

원고는 산재보험법에 따라 망 M의 유족에게 유족일시금으로 금 94,900,000원, 장의비로 금 8,760,000원을 지급하였고, 한편 피고 C 주식회사는 위 기중기에 대하여 자동차종합보험을 체결한 보험자이다.

2.

당사자의 주장 및 판단

가.

원고는, 피고 A과 B이 산재보험법 제54조 제1항의 '제3자'에 해당하므로 피고 A은 위 기중기 운전상의 과실로 이 사건 사고를 야기한 자로서, 피고 B은 위 기중기의 운행자 및 피고 A의 사용자로서, 피고 C 주식회사는 위 기중기의 보험자로서 연대하여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망 M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하여 피고들에게 금 96,500,000원의 지급을 구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피고 A, B이 위 규정의 '제3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원고가 위 법상의 보험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다툰다.

나.

살피건대, 산재보험법 제54조 제1항 본문은 "공단은 제3자의 행위에 의한 재해로 인하여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에는 그 급여액의 한도 안에서 급여를 받은 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제3자'라 함은 피해 근로자와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가 없는 자로서 피해 근로자에 대하여 불법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자를 말하나, 근로자가 동일한 사업주에 의하여 고용된 동료 근로자의 행위로 인하여 업무상의 재해를 입은 경우에 그 동료 근로자는 보험가입자인 사업주와 함께 직 · 간접적으로 재해 근로자와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를 가지는 자로서 제3자에서 제외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4. 12. 24 선고 2003다33691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계약의 형식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인지 또는 도급계약인지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그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을 하여야 한다.

그런데, 앞서 본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면, I은 K을 공사책임자로 정하여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폐수처리시설 공사와 관련된 작업들을 지시 · 감독하게 한 사실, 피고 A은 이 사건 사고 당시 K의 지시에 따라 위 기중기를 이용하여 공장 마당에 있던 철제 구조물을 들어서 공장 건물의 뒤로 옮긴 후 이 사건 사고 장소에 철제 구조물을 내리는 작업을 한 사실, 피고 B 및 A은 I 감독자가 지정하는 장소 및 시간에 작업을 하고 I으로부터 그 대가를 지급받기로 약정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I은 이 사건 기중기를 일정한 기간 사용 · 수익하고 그 사용 · 수익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단순한 임차인이라고 할 수 없고, 적어도 피고 A이 위 기중기 임대와 동시에 임금을 목적으로 I에 사실상 고용되어 종속적인 관계에서 기 중기의 운전이라는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로서 I의 원수급인으로서 산재보험에 가입한 주식회사 D(아래의 구 산재보험법 제9조 제1항 참조)과 함께 직 · 간접적으로 재해 근로자 망 M과 산재보험관계를 가지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6. 1. 13. 선고 2005다62525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피고 A이 제3자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다.

가사, 피고 A을 I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사고는 산재보험법 제54조 제1항의 '제3자의 행위에 의한 재해'라고 할 수 없다.

(1)

즉, 사업장 내 기계기구 등의 위험과 같이 사업장이 갖는 하나의 위험이 현실화하여 발생한 업무상 재해에 대하여는 근로복지공단이 궁극적인 보상책임을 져야 하는 점(대법원 2004. 12. 24. 선고 2003다33691 판결 등 참조), 보험가입자인 둘 이상의 사업주가 각각 산재보험법 제4조 소정의 사업을 행하되, 동일장소, 동일 위험권 내에서 같은 사업(목적물)의 완성을 위하여 사업을 시행하던 중 사업자를 달리하는 근로자의 행위로 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근로복지공단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는 점(대법원 1994. 10. 11. 선고 94다29225 판결 등 참조), 아래에서 보는 것과 같은 보험료 산정 및 도급에 관한 산재보험법 규정의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산재보험에 가입된 당해사업을 수행함에 있어 당연히 예상되는 위험이 그 사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행위로 인하여 현실화됨으로써 발생한 업무상 재해에 대하여는 근로복지공단이 궁극적인 보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 산재보험의 사회보험적 내지 책임보험적 성격에 부합하므로, 위와 같은 업무상 재해는 '제3자의 행위에 의한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위와 같은 업무상 재해 발생의 원인이 된 사람이나 기계기구를 당해 사업주가 어떠한 계약에 기하여 이를 사용하게 되었는지 여부(기계기구의 경우에는 소유자나 점유 관리자가 누구인지도 포함)는 근로복지공단이 인수한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근로복지공단의 궁극적인 보상책임 여부에 대하여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야 할 것이다.

(2)

위에서 말한 보험료에 관한 산재보험법 규정을 살펴보면, 구 산재보험법 제62조 제1항(2003. 12. 31. 법률 제7049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현재의 고용보험및산업재해보상보험의보험료징수등에관한법률 제13조 제5항과 동일하다)은 "보험료는 보험가입자가 경영하는 사업의 임금총액에 동종의 사업에 적용되는 보험료율을 곱한 금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구 산재보험법 제63조 제1항(위 보험료징수등에관한법률 제14조 제3항 참조)은 "보험료율은 매년 9월 30일 현재 과거 3년간의 임금총액에 대한 보험급여총액의 비율을 기초로 하고 이 법에 의한 연금등 보험급여에 소요되는 금액, 재해예방 및 재해근로자의 복지증진등에 소요되는 비용 기타 사정을 고려하여 노동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업종류별로 구분 ·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제62조 제1항의 보험료 산정에 필요한 임금총액은 일단 업무상 재해가 발생한 경우 임금총액에 따라 지급될 수 있는 보험급여액이 달라지기 때문(구체적으로는 피재근로자의 임금액을 기초로 보험급여액을 산정하기 때문)에 고려되는 요소이지 업무상 재해 발생의 위험과는 직접 관계가 없고, 보험료율만이 그 사업의 업무상 재해 발생의 위험과 관련된 요소라 할 것이다.

그런데 당해 사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그것이 필요한 행위인 이상 사업주가 직접 근로자를 고용하고 그 소유의 기계기구를 사용하건 아니면 다른 계약관계를 통하여 이를 수행하건 간에 당해 사업에 내재한 업무상 재해 발생의 위험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발생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에 따라 보험료율이 달라질 수는 없다.

결국 근로복지공단은 당해 사업을 수행함에 있어 당연히 예상되는 위험이 그 사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행위로 인하여 현실화됨으로써 발생한 업무상 재해에 대하여는 보험료를 지급받는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 구상권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특별히 손해를 입는다고 볼 수 없다.

(3)

다음으로 도급에 관한 산재보험법 규정을 살펴보면, 구 산재보험법 제9조 제1항 본문(2003. 12. 31. 법률 제7049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현재의 고용보험및산업재해보상보험의보험료징수등에관한법률 제9조와 유사하다)은 "사업이 수차의 도급에 의하여 행하여지는 경우에는 그 원수급인을 이 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의 사업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산재보험법 제4조 제2호에 따라 준용되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의 개념은 사용자, 특히 사업주에 대응되는 개념이라고 할 것인데(근로기준법 제14조, 제15조, 제93조 제1항 등 참조), 위 규정에서 원수급인을 사업주로 보게 되므로 하수급인이 고용한 근로자도 산재보험법에서는 산재보험가입자인 원수급인의 근로자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하수급인이 고용한 근로자의 행위로 인하여 원수급인의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를 입은 경우에 그 하수급인이 고용한 근로자도 산재보험법 제54조 제1항의 제3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그 역도 또한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4)

그리고 위와 같은 경우에 하수급인도 산재보험가입자로 의제되어 산재보험법 제54조 제1항의 제3자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구 산재보험법 제9조 제1항 단서는 "다만, 원수급인이 서면계약으로 하수급인에게 보험료의 납부를 인수하게 하는 경우에 원수급인의 신청에 의하여 근로복지공단이 이를 승인한 때에는 그 하수급인을 이 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의 사업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경우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수급인과 하수급인이 고용한 각 근로자들 사이에 발생한 업무상 재해에 대하여 그 재해를 일으킨 근로자의 사용자인 원수급인이나 하수급인은 산재보험가입자로서 '제3자'에서 제외된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본문에 해당하는 경우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복지공단이 인수하는 전체 사업장에서의 업무상 재해 발생의 본질적인 위험이 단서의 경우와 차이가 생긴다고 볼 수 없고, 또 이와 관련된 보험료 산정의 요소도 달라진다고 할 수 없는 점, 본문의 경우에 형식적으로는 원수급인이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최종적인 보험료 지급책임을 부담하게 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원수급인과 하수급인 사이의 내부적인 관계에 따라 일정한 부분이 하수급인에게 사실상 전가되는 점(그 중 하수급인에게 가장 불리한 형태로 계약이 체결되는 경우가 단서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위와 같이 보지 않으면 사회보장적 측면에서 산재보험의 적용 범위를 넓게 하자는 취지가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 본문에 의해 오히려 하수급인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이 봉쇄되게 되어 다른 사보험(私保險)에 가입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하수급인은 사실상 2중의 보험료를 부담하게 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본문의 경우를 단서의 경우와 달리 취급할 수는 없다(같은 이유로 위 단서에 해당하는 원수급인 및 하수급인의 각 근로자 사이에 업무상 재해가 발생한 경우에 앞서 본 본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재해를 일으킨 근로자를 제3자라고 할 수 없다).

(5)

또 하수급인이 근로자를 고용하지 않고 직접 자신이 그 업무를 수행하던 중 업무상 재해를 일으킨 경우에도 하수급인이 제3자에서 제외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왜냐하면, 하수급인이 근로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수행하느냐 하수급인이 직접 그 업무를 수행하느냐 여부는 그 업무 수행자가 피재자가 될 수 있느냐의 관점에서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업무상 재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위험 발생의 관점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고, 또 일반적으로 하수급인이 근로자를 고용하여 하수급 업무를 행하는 업체에 비하여 하수급인이 직접 그 업무를 수행하는 업체가 더욱 영세한 경우가 많은데, 전자의 경우에는 구상을 불허하고 후자의 경우에는 구상을 허용하는 것은 산재보험의 사회보장적 기능 내지 책임보험적 기능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6)

나아가 도급에 관한 위와 같은 산재보험법 규정의 취지는 산재보험에 가입된 사업주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형식의 계약관계를 통하여 사업을 수행하느냐와 관계없이 모두 그대로 유추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7)

이 사건에서 산재보험에 가입된 주식회사 D이 폐수처리시설 공사를 수행함에 있어 기중기로 철제구조물을 옮기는 작업은 그 사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행위이고, 이 사건 업무상 재해는 이로 인하여 당연히 예상되는 위험이 현실화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사고는 '제3자의 행위에 의한 재해'로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원고는 피고 A이나 B에 대하여 산재보험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 구상권을 취득할 수 없고, 구상권 취득을 전제로 하는 피고 C 주식회사에 대한 보험금(자동차종합보험에서 인수하는 일반 교통사고와 이 사건 사고와는 그 위험의 본질을 달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러한 측면에서도 그 책임을 자동차종합보험에서 최종적으로 인수하게 하는 것도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도 청구할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성백현(재판장) 김종원 이미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