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판결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24. 4. 23. 선고 2023가합100158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사안의 배경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민사소송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다툼이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 회사는 알루미늄 제품의 제조, 가공 및 판매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이고, 원고는 피고 회사의 근로자이다.

나.

임금피크제 도입 경위

구「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는 경우에는 그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위 법률이 2013. 5. 22. 개정되어 같은 법 제19조 제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19조 제2항은 “사업주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였는데, 위 개정 규정은 같은 법 부칙(제11791호, 2013. 5. 22.) 제2호에 따라 피고 회사에 대하여 2017. 1. 1.부터 시행되었다. 피고 회사는 2017년 위와 같은 정년 연장 규정의 시행을 앞두고 2016년 이에 관하여 별도의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대신 정기적으로 매 홀수년 진행하는 단체협약에서 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로 하고, 2017. 5. 10.부터 같은 해 10. 12.까지 피고 회사 노동조합과 교섭을 진행한 결과 2017. 10. 12. 피고 회사 직원들의 정년을 만 60세가 되는 날에 따라 그 해 6. 30. 또는 12. 31.로 연장하고, 임금피크제(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를 도입하기로 합의하여, 이와 같은 내용으로 단체협약(갑5)을 체결하고 취업규칙(갑4) 또한 변경하였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다.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됨에 따라 2020년 만 56세가 되는 원고는 2020. 1. 1.부로 피고 회사로부터 위와 같이 규정된 감액비율을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받았다.

2.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유효성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제2호는 ‘사업주는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의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과 함께 도입되었지만 해당 정년연장은 법률의 적용에 따른 당연한 것이므로 사실상 정년을 유지하며 도입된 것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 등의 혜택 없이 임금만 감액하는 이른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하고, 이에 따라 원고는 연령을 이유로 임금삭감이라는 차별대우를 받게 되었다. 그런데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원고를 차별한 것으로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제2호를 위반하였다.

①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피고 회사의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하여 도입된 것으로서 고령자고용법의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그 목적이 타당하지 않다.

②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해 원고는 연령에 따라 임금이 삭감되는 불이익을 받게 되었다.

③

이와 같이 임금이 삭감될 경우 근로시간 단축 또는 노동강도 완화 등 대상조치가 도입되어야 하나 이와 같은 조치가 전혀 도입되지 않았다.

2)

피고 회사의 주장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원고 주장과 같이 정년을 유지하며 연령에 따라 임금만 삭감하는 형태가 아니라, 기존 정년을 연장하며 연장된 정년에 대하여만 연령에 따른 임금삭감을 적용하는 형태의 임금피크제로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설사 원고 주장과 같이 정년을 유지하며 연령에 따라 임금만 삭감하는 형태의 임금 피크제에 해당하더라도 목적의 타당성, 원고 등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대상조치의 적정성 등에 비추어 볼 때 유효한 규정이다.

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성격 및 유효성 판단 기준

1)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성격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의 개정으로 인한 정년연장에 대비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라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법정되어 피고 회사도 의무적으로 기존에 55세였던 정년을 60세로 연장할 수밖에 없었는데, 피고 회사는 이로 인한 인건비 상승 부담을 완화하고자 정년 연장 시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과 협의하여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한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에 따라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다.

즉,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법정 정년의 연장에 따른 사업주의 부담을 경감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되었는데, 위와 같이 자율적이지 않고 법률 개정에 따라 강제적으로 정년을 연장한 경우도 연령차별금지에 대한 예외로서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에 근거하여 연령에 따라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체계의 도입이 가능한지 및 도입이 가능한 경우의 임금 삭감의 한계는 어떻게 되는지가 이 사건의 쟁점이다.

2)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유효성 판단 기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제2호는 ‘사업주가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의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사람을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고 있다.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4조의6 제1항, 제4조의7 제1항, 제23조의3 제2항, 제24조 제1항의 내용과 고용의 영역에서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여 헌법상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는 고령자고용법상 차별 금지 조항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서 이에 반하는 내용을 정한 조항은 무효이다.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 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이러한 판단기준은 이른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이 문제된 사안에서 제시된 판단기준이지만, 연령에 따른 차별금지를 규정한 고령자고용법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은 결국 ‘차별의 합리적 이유 유무’에 좌우되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판단기준은 기존의 정년을 연장하면서 그 연장기간의 임금을 삭감하는, 이른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인 경우에도 참고가 될 수 있다.

다.

판단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됨으로써 연장된 정년퇴직일로부터 5년 이전의 시점에 달한 일정한 연령의 근로자들은 개별적인 업무성과 등에 관계없이 오직 근로자가 일정한 연령에 이르렀다는 사정만으로 임금이 감액되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에 관하여 차등을 두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목적의 타당성

구 고령자고용법은 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면서, 사업주로 하여금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하되(제19조),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다(제19조의2). 이는 정년 연장에 따라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이 증가할 것이 당연히 예상되므로, 정년 연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ㆍ신규 인력 채용의 감축 등의 반작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사업주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의무로도 규정한 것이다. 위와 같이 60세의 정년을 강제한 법률 개정 자체가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가 정한 임금체계 개편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고용보험법령 역시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이 시행되기 전부터 정년 연장에 따른 근로자의 임금 삭감 제도를 예정하고 이에 대한 지원금 제도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었으며(고용보험법 제23조,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8조), 정년 연장이 시행될 무렵에는 구 고용보험법 시행령(2015. 12. 4. 대통령령 제26690호로 일부 개정되어 2015. 12. 31. 대통령령 제268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제28조의2를 신설하여,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55세 이후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2018. 12. 31.까지 일정한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였다.

이를 종합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만 55세였던 기존의 정년을 만 60세가 되는 해의 6. 30. 또는 12. 31.까지로 연장하면서, 정년이 연장된 기간에 한하여 일정비율을 감액하는 방법으로 임금을 일부 삭감하여 정년 연장에 따른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을 감소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고령자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므로 위 법 제19조의2 제1항의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그 목적의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2)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인한 불이익의 정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으로 인해 원고를 비롯한 피고 회사의 근로자들이 만 56세가 되는 해부터 만 55세이던 해에 지급받던 임금에 비해 삭감된 임금을 받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피고 회사 근로자의 정년을 만 55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하면서 함께 도입되었는바,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이 “제19조 제1항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등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정년연장과 함께 임금체계 개편 등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예정하고 있으며, 위 임금체계 개편이 오로지 모든 측면에서 근로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의 임금체계 개편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이상, 정년 연장에 따라 부분적인 임금감액이 수반될 수 있음은 분명하다. 이러한 고령자고용법의 규정 내용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와 같이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가 도입된 경우 그로 인한 근로자들의 불이익 정도는 단순히 기존 임금의 삭감 정도만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서는 안 되고, 기존에 만 55세였던 정년이 만 60세까지 연장된 점을 함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이에 살피건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인하여 원고를 비롯한 근로자들이 정년 전 5년간 지급받는 임금은 정년 6년 전 지급받던 임금에 비해 감소되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에 근무할 수 없던 연령에 근무할 수 있게 된 것이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은 기존에 정함이 없던 연령 구간에 대하여 새로운 임금제도를 신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의하면 만 56세, 58세에 각 7%씩, 만 59세에 10%의 임금 감액이 발생하나, 이와 별도로 연도별 임금상승률 및 호봉승급은 적용되므로 실제 감액분은 위 수치보다 줄어들게 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8조의2는 정년 연장에 따른 근로자의 임금 삭감 제도를 예정하여 이에 대한 지원금 제도를 도입하였는데, 지원금 지급 대상이 감액 전 임금보다 ‘100분의 10 이상’ 낮아진 근로자로 규정된 점에 비추어, 10% 전후의 임금 삭감은 정년 연장에 따라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범위 내로 상정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상정한 임금 감액 수준은 고용보험법령이 예정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원고가 기존에 받던 임금에 비해 감액된 임금을 지급받았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원고가 ‘임금 삭감에 따른 불이익’을 입었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3)

대상조치의 적정성 및 감액된 재원의 사용처

이 사건 임금피크제와 같이 정년 연장에 연계하여 연장된 기간에 한하여 임금피크제가 실시되는 경우 정년 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고,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라고 볼 수 있으며, 앞서 본 실질감액률이 원고가 정년 연장으로 얻을 수 있는 혜택에 비해 과다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 이후 업무량이나 업무강도 등이 명시적으로 감소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대한 대상조치가 적정하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정년연장과 함께 도입된 것으로서 이로 인해 감액된 인건비가 결국 연장된 정년 동안 재직하는 근로자들의 임금으로 사용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므로, 그 재원 또한 본래의 목적에 사용된 것이라고 판단된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규정한 피고 회사의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이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고, 위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이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미지급임금 청구 또한 이유 없다.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아람(재판장) 이영곤 이두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