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설립이 무효임을 확인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원고는 제주시 C에 사무소를 두고 'D단체'에 가입된 노동조합이고, 피고는 설립 시 노동조합의 명칭을 "E노동조합",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를 "부산 서구 F빌딩 G호", 대표자를 "H"으로 하여 2014. 6. 19. 설립 신고를 마친 노동조합으로(갑 제1호증, 이후 피고는 명칭 변경<1>을 거쳐 현재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이하 명칭 변경 전후를 불문하고 '피고'라 한다) 현재 I단체에 소속되어 있다<2>.
피고의 설립총회 개최
피고는 2014. 6. 13. 위 F빌딩 G호에서 발기인 H, J, K, L이 참석하여 노동조합 설립총회를 개최하였고, 위 설립총회에서 규약 제정, 임원 선출(위원장 H, 부위원장 L, 회계감사 J) 안건을 결의하였다(갑 제3호증).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4, 8, 9, 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원고
피고는 설립총회를 개최하면서 그 개최를 공고한 사실이 없는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19조에 정한 사전통지의무를 불이행하였다. 노동조합 설립에 노동조합법상 근로자가 아닌 M, J가 개입하였고, L, K는 선주 N의 지시에 따라 피고 설립총회에 참석하여 피고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가 아닌 자와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는 사용자의 주도로 설립되었다.
선장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여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으므로, 선장으로 승무한 기간은 노동조합 임원으로서 승무경력을 계산하는 데 포함될 수 없다. 피고의 위원장으로 선출된 H은 피고 규약 제39조에 따르면 피고의 임원이 될 수 없는 사람이다. 피고는 주로 사용자로 근무한 H이 주도하여 설립되었고 현재도 H이 대표자로서 피고를 운영하고 있는바,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가 주도하여 설립·운영되었다.
피고는 설립총회의 규약 제정, 임원 선출 과정에서 비밀·무기명 투표를 거치지 않았는바, 투표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한다.
피고는 사용자인 선주 Q의 가입을 허용하였고, 선장은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에 해당하는바, 피고는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다.
피고는 조합원수와 관계없이 선주들로부터 한 어기<3>당 1,200,000원을 조합비 명목으로 지급받았는바, '경비의 주된 부분을 사용자로부터 원조받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다.
피고
피고의 설립총회는 노동조합법 제19조에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Q은 피고의 조합원이 아니다.
선원들을 주된 조합원으로 하여 구성된 노동조합은 육상근로자들의 노동조합과는 달리 조합원들로부터 직접 조합비를 지급받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아 선주로부터 조합비를 대납 받는 대신, 선주가 조합원들에 대한 급여 지급 시 이를 공제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을 뿐이다.
피고는 상급기관인 R단체의 검토를 받아 2014. 9. 2.경 임시총회 공고를 한 후, 같은 달 17. 임시총회를 개최하여 절차상 하자가 치유되었을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주체성과 자주성 등의 실질적 요건을 흠결한 하자가 없다.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의 본안 전 항변 요지
피고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설립되어 10년이나 경과한 정상적인 노동조합으로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노동조합 설립무효 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
판단
일반적으로 과거의 법률관계는 확인의 소의 대상이 될 수 없지만, 그것이 이해관계인들 사이에 현재적 또는 잠재적 분쟁의 전제가 되어 과거의 법률관계 자체의 확인을 구하는 것이 관련된 분쟁을 일거에 해결하는 유효 ·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된다. 복수 노동조합의 설립이 현재 전면적으로 허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적용되고 있는 현행 노동조합법 하에서 복수 노동조합 중의 어느 한 노동조합은 원칙적으로 스스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않는 한 독자적으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고(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제29조 제2항 등),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결정된 경우 그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 찬성 결정이 없으면 쟁의행위를 할 수 없게 되며(노동조합법 제41조 제1항), 쟁위행위는 교섭대표노동조합에 의해 주도되어야 하는(노동조합법 제29조의5, 제37조 제2항) 등 법적인 제약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단체교섭의 주체가 되고자 하는 노동조합으로서는 위와 같은 제약에 따르는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다른 노동조합을 상대로 해당 노동조합이 설립될 당시부터 앞서 본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가 규정한 주체성과 자주성 등의 실질적 요건을 흠결하였음을 들어 그 설립무효의 확인을 구하거나 노동조합으로서의 법적 지위가 부존재한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7다51610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피고의 설립이 무효일 경우 원고는 피고를 배제하고 노동조합법에 따른 단체교섭 등의 권한을 갖게 될 수 있는바, 피고가 노동조합으로서의 외형을 갖추고 활동을 하고 있는 이상, 원고로서는 위와 같은 법률상의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피고를 상대로 설립무효의 확인을 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없다.
본안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노동조합법에 의하면, 노동조합이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 · 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 ·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를 말하며(제2조 제4호 본문), 다만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가)목], "경비의 주된 부분을 사용자로부터 원조받는 경우"[(나)목], "공제 · 수양 기타 복리사업만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다)목],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라)목], "주로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마)목]에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제2조 제4호 단서).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는 그 본문에서 노동조합이 갖추어야 할 적극적 요건의 하나로서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할 것을 규정하고 있고, 나아가 그 단서(가)목, (나)목, (라)목을 통하여 근로자단체가 위 주체성, 자주성을 결여한 것으로 판단될 수 있는 대표적인 경우를 들고 있으며, 노동조합법은 이러한 정의규정에서 정한 주체성과 자주성 등의 실질적 요건이 충족될 것을 기본적인 전제로 삼아 앞서 본 입법목적에 따라 노동조합의 설립신고의 수리와 반려, 규약의 시정명령 등에 관하여 규정하는 체계를 취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을 지배하거나 개입하려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노동조합이 설립된 것에 불과하거나, 노동조합이 설립될 당시부터 사용자가 위와 같은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려는 것에 관하여 노동조합 측과 적극적인 통모 ·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등과 같이 해당 노동조합이 헌법 제33조 제1항 및 그 헌법적 요청에 바탕을 둔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가 규정한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면, 설령 그 설립신고가 행정관청에 의하여 형식상 수리되었더라도 실질적 요건이 흠결된 하자가 해소되거나 치유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노동조합은 노동조합법상 그 설립이 무효로서 노동3권을 향유할 수 있는 주체인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를 가지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앞서 본 대법원 2017다51610 판결 등 참조).
설립절차상 하자에 관한 판단
갑 제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의 설립총회 회의록상 발기인 4명(H, J, K, L)이 참석하여 규약 제정, 임원 선출 등에 관한 안건을 결의하여 피고를 설립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 증인 L, N, M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설립총회 참석자 중 L은 이 법정에서 피고의 설립총회 회의록상 본인의 서명 및 인장은 위조된 것이고, 설립총회 회의록에 L이 부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고 기재되어 있지만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증언한 점(증인 L의 증언 녹취서 3, 5면), ② L은 선주 N의 권유로 우연히 설립총회 장소에 가게 되었으며 점심식사를 한 이후에야 노동조합 설립 이야기를 듣고 선주 N 동석 하에 피고에 대한 가입신청서를 작성하였는바(위 녹취서 2, 5면), 노동조합 설립 참여에 관하여 사전에숙고할 기회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증인 N의 증언도 이에 부합하는 점, ③ 피고의 설립총회 참석자 중 L, K는 선주 N의 권유로 노동조합 설립을 위한 자리인 줄도 모르고 총회 장소에 가게 되었고(증인 N의 증언 녹취서 4면), 피고 설립에 상당한 정도로 관여한 M의 증언에 의하면 피고의 설립총회에 관한 공고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점, ④ 규약의 제정, 임원의 선거에 관한 사항은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에 의하여야 하는데(노동조합법 제16조 제4항), 피고의 설립총회 당시 규약 제정, 임원선출에 관한 안건을 의결하면서 최소한 비밀·무기명투표의 원칙이 준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증인 L의 증언 녹취서 3면, 증인 M의 증언 녹취서 3면)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의 설립총회 회의록은 일부 허위로 작성되었고, 발기인들(L, K)이 사전에 피고 설립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결정할 충분한 시간을 가졌다고 볼 수 없으며, 피고 설립을 위한 규약 제정, 임원 선출 안건에 대한 결의방법도 적법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의 설립총회는 그 결의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하자가 있는 때에 해당하여 부존재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노동조합의 실질적 요건을 흠결한 하자에 관한 판단
갑 제8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2019년경 "S협회(12개 선박의 선주들로 참여하였다)"와 사이에 단체협약을 체결하였고, 위 단체협약 제55조에서 "회사는 노조와 책정한 한국인 선원 노조비(한 어기 1,200,000원)를 선원에게 공제하고 월별 항차별로 해당 노동조합으로 입금한다(외국인선원 복지기금은 1인당 월 30,000원은 부당노동행위로 사료됨에 노동조합에 지급하지 않는다)"라고 정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 설립총회의 참석자 L, K는 선주 N의 권유로 총회 장소에 가게 되었고, 선주 N이 동석한 자리에서 피고 가입신청서를 작성하였으며, L은 선주 N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가입신청서를 작성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는바(증인 L의 녹취서 6면), 피고의 설립 과정에 사용자인 선주 N의 개입이 있었다고 보이는 점, ②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설립총회에서는 비밀·무기명투표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등 규약 제정, 임원 선출의 안건 결의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어 피고가 정상적으로 조직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조합원인 근로자에게 지급할 임금 중에서 노동조합비를 일괄 공제하여 노동조합에 직접 지급하는 것도 허용되고(check-off, 조합비 일괄 공제제도), 피고의 단체협약에 일응 선원에 대한 임금에서 노동조합비를 공제할 수 있는 규정을 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위 규정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해당 선박에 승선한 피고의 조합원수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선박당 일정한 금액을 책정하고 있어 사실상 선주가 고정액을 부담하는 형식이므로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나)목에 정한 노동조합이 "경비의 주된 부분을 사용자로부터 원조받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는 이에 대하여 정당한 방식의 노동조합비 일괄 공제라는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그 설립 과정에서 발기인 총인원 4명 중 반수가 선주의 개입으로 참여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사용자로부터 비용을 징수하고 있으므로 사용자 등 외부의 개입 없이 근로자들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야 한다는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보이고, 노동조합으로서의 실체를 가지기 위한 규약 제정 및 임원 선출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단체성 또한 결여되었다고 보이므로,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가 규정한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그 설립이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한편 원고는, 피고가 선주 Q의 가입을 허용하여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단서 (가)목의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로서 피고를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피고는 선주 Q은 조합원이 아니라고 주장하고(2022. 11. 22.자 피고 준비서면 2, 3면 참조), 갑 제7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선주 Q이 피고의 조합원인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있다.
피고의 설립 무효인 하자가 치유되었는지에 관한 판단
갑 제1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2014. 9. 17. 피고 조합원 총 26명 중 21명이 참석하여 피고의 임시총회가 개최된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살피건대, 피고는 위 2014. 9. 17.자 임시총회에서 피고의 명칭 변경 등 규약 일부 개정에 관한 안건을 결의하였을 뿐, 피고 설립총회의 결의를 추인하는 결의를 한 사실은 없다. 나아가 위와 같은 사정 및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가 현재 노동조합의 자주성 및 단체성을 갖춘 노동조합으로서 활동하고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설립무효의 하자 치유에 관한 주장은 이유 없다.
소결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피고의 설립총회는 소집절차 및 결의방법상 중대한 하자가 있어 부존재한다고 보일 뿐만 아니라, 피고는 노동조합의 자주성 및 단체성을 결여하여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보이므로 피고의 설립은 무효이고, 노동조합법상단체교섭의 주체가 되고자 하는 노동조합인 원고로서는 피고를 상대로 그 설립무효의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받아들이는 이상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세현(재판장) 이진아 김혜민
각주1) O노동조합(갑 제11호증), P노동조합(갑 제9호증)의 명칭을사용한 바 있다.
각주2) 2022. 11. 22.자 피고의 준비서면 3면, 갑 제8호증 참조.
각주3) '고기를 잡는 시기 또는 어떤 특정한 구역에서 어떤 종류의 고기가 많이 잡히는 시기'를 뜻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