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24. 5. 17. 선고 2023나53860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3,538,455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1. 31.부터 2024. 5. 17.까지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4.

소송 총비용 중 1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한식 일반 음식점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피고에게 고용되어 2019. 2. 8.부터 2020. 1. 16.까지 피고의 사업장에서 근무하였던 사람이다.

나.

원고의 위 근무기간에 해당하는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한 임금(기본급 및 연장수당)은 29,048,055원인데, 원고가 지급받은 임금은 세금공제분을 포함하여 26,243,200원으로, 미지급 임금은 3,194,855원(= 29,048,055원-26,243,200원)이다. 한편, 원고의 미사용 연차수당은 343,600원이다(이하 위 미지급 임금 및 미사용 연차수당을 합하여 ‘이 사건 미지급금품’이라 한다).

다.

원고는 2020. 4. 12.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피고를 상대로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을 하였고, 2020. 6. 12. 위 구제신청절차에서 아래와 같은 내용의 화해조서(이하 이 사건 화해조서'라 하고, 위 조서에 의해 성립된 화해를 ‘이 사건 화해’라 한다)가 작성되었다.

<1>

라.

피고는 이 사건 화해에 따라 원고에게 850만 원을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본안전항변 요지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화해에 의하여 이 사건 미지급금품 지급의무에 대한 부제소 합의를 하였으므로, 위 지급의무의 이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는 부제소합의에 위반된 것으로 부적법하다.

나.

관련 법리

부제소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으로서 권리의무의 주체인 당사자 간에서의 부제소합의라도 그 당사자가 처분할 수 있는 특정된 법률관계에 관한 것으로서 그 합의 당시 각 당사자가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게 된다. 또한, 이와 같이 그 합의의 존부 판단에 따라 당사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리게 되는 소송행위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할 때는 표시된 문언의 내용이 불분명하여 당사자의 의사해석에 관한 주장이 대립할 소지가 있고 나아가 당사자의 의사를 참작한 객관적‧합리적 의사해석과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되는 당사자의 의사조차도 불분명하다면, 가급적 소극적 입장에서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부정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7다217151 판결 등 참조).

다.

판단

앞서 본 인정사실 및 증거에 갑 제2, 3, 7, 8호증, 을 제3, 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제출된 증거만으로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화해의 대상에 이 사건 미지급금품 지급의무를 포함하여 원고가 그 재판청구권을 포기하는 합치된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청구에 이 사건 화해에 의한 부제소합의의 효력이 미친다고 인정할 수 없는바, 피고의 위 본안전항변은 이유 없다.

1)

이 사건 화해는 원고의 구제신청으로 촉발된 인천지방노동위원회 구제절차에서 성립하였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부당해고 등을 하면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는데, 위 ‘부당해고 등’은 정당한 이유 없이 한 해고‧휴직‧전직‧정직‧감봉 그 밖의 징벌을 의미한다(근로기준법 제28조 제1항, 제23조 제1항). 이에 따라 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 등 심판 사건을 관장하고, 그 심판위원회에서는 근로기준법 제28조에 따른 부당해고 등의 구제사항을 처리한다(노동위원회규칙 제30조 제2항 제1호, 제16조 제1호).

2)

원고가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제출한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서를 살펴보면, 신청취지는 ‘부당해고 인정, 복직 및 해고기간 동안 임금상당액 청구, 부당행위에 따른 6개월분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이고 위 ‘근로기준법 제28조'에 따른 ‘부당해고 등’ 구제를 신청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과 같은 근로기간 중의 미지급금품 등 사항은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의 대상이 되는 ‘부당해고 등’, 즉 정당한 이유 없이 한 해고‧휴직‧전직‧정직‧감봉 그 밖의 징벌 관련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위원회 구제신청 절차에서 성립된 화해 내지 그 화해에 의한 부제소합의의 대상에 그 관장사항 내지 구제신청 대상이 아닌 이 사건 미지급금품 건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3)

한편, 위 신청서의 신청사유 중 ‘근로기준법 제60조에 따른 연차유급휴가 제공의무 위반’, ‘미지급금품 등 근로기준법 위반사실에 대해 노동청에 진정하여 조사 중’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이 사건 화해조서상 부제소합의의 대상으로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뿐만 아니라 ‘이 사건 근로관계’도 기재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 신청사유 중 전자는 직접 이 사건 미지급금품 건에 대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후자는 노동청 진정사실을 고하는 데서 나아가 신청이유로 삼은 것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는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대상이 아니며 신청취지에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이 사건 근로관계’라는 포괄적인 문구만으로 이 사건 미지급금품 건이 위 화해 내지 부제소합의의 대상이 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4)

인천지방노동위원회 C 조사관은 이 사건 화해가 이루어진 열흘 뒤인 2020. 6. 22.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인천북부지청 특별사법경찰관·근로감독관 D과 통화를 하면서 ‘해고 관련 양 당사자 간 화해를 하였으나 화해 시 노동청 건은 합의가 되지 않아 별개로 진행키로 하였다’고 보고하였다. 위 조사관은 이 사건 화해절차를 주관한 기관 소속이자, 객관적인 제3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 위 진술은 신빙성이 높다고 할 것이다.

5)

그 후, 원고 측은 2020. 7. 24. 위 노동청 특별사법경찰관 근로감독관 D과 통화하면서 ‘최저임금미달분은 자신들이 알아서 하겠다’고 하였고, 같은 날 위 노동청에 제출한 진정사건에 대한 서면답변 요구서를 통하여도 ‘임금과 관련한 민사상 문제에 대하여는 법원을 통해 임금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화해 성립 시 원고 측의 의사는 이 사건 미지급 금품 건은 포함하지 않고 분쟁을 종결하는 것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6)

더구나, 위 노동청 2020. 8. 14.자 수사결과 보고에 따르면, 피고 회사 사내이사 E도 2020. 8. 6. 위 노동청에서 진술조사를 받으며 이 사건 미지급금품이 체불 되었다는 점을 인정하였는데, 이 사건 화해의 대상에 이 사건 미지급금품 건이 포함되었다면 위와 같은 진술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7)

위 노동청 특별사법경찰관 근로감독관 D은 2020. 7. 13. 인천지방검찰청에 내사지휘건의를 하면서 이 사건 미지급금품 건에 대한 ‘최저임금미달분 및 연차미사용수당 미지급’의 진정사항에 대하여는 ‘시정지시’를 하고자 한다는 의견을 보고하였다. 이는 인천지방노동위원회 측의 위 4)항과 같은 사실관계 확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8)

이후 위 노동청에서는 인천지방검찰청의 2020. 7. 22.자 내사지휘(2020-12096)에 따라 이 사건 미지급금품 건에 대하여, 특별사법경찰관 근로감독관 F이 2020. 8. 3. “범죄인지” 의견으로 내사보고를, 특별사법경찰관 근로감독관 G가 2020. 8. 14. “기소” 의견으로 수사결과 보고를 하였다. 이 역시 앞서 살펴본 사실관계를 기초로 한 절차 진행이었다고 보인다.

9)

인천지방검찰청에서는 2020. 9. 9. 위 노동청의 기소의견 송치에 따라 위 E의 이 사건 미지급금품 건 외 2건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 혐의를 수사하여 전부 기소유예처분을 내렸다. 이 사건 미지급금품 건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여(근로기준법 제109조 제2항, 제36조) 당사자 간 화해가 이루어졌다면 공소기각 처분을 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위 검찰청은 이 사건 화해 및 이에 따른 피고의 화해 합의금 지급 등을 참작사유로 명시하면서도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는바, 이는 위 화해의 대상에 이 사건 미 지급금품 건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3.

본안에 관한 판단

앞서 본 인정사실 및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2019. 2. 8. 피고 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로를 제공하다가 2020. 1. 16. 퇴직한 사실, 원고가 피고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미지급 임금 및 미사용 연차수당이 총 3,538,455원(= 3,194,855원+343,600원)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 제36조, 제37조 제1항, 제2항,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17조, 제18조 제3호의 각 규정에 의하면,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임금 및 퇴직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한 경우 그 다음 날부터 지급하는 날까지의 지연일수에 대하여 연 100분의 20의 이율에 따른 지연 이자를 지급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 지급이 지연되고 있는 임금 및 퇴직금의 전부 또는 일부의 존부를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서 다투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사유가 존속하는 기간에 대하여는 위와 같은 이율에 따른 지연이자를 지급 할 필요가 없다(대법원 2019. 10. 18. 선고 2018다239110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미지급금품 3,538,455원 및 이에 대하여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24. 5. 17.까지 피고가 원고와 체결한 근로계약은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므로 상법이 정한 연 6%, 그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 제36조, 제37조 제1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7조에서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를 각하한 제1심판결은 부당하나, 제1심에서 본안판결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심리가 되었다고 인정되므로 민사소송법 제418조 단서에 따라 제1심법원으로 환송하지 아니하고 본안판결을 하기로 한다.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할 것인데, 소의 적법요건은 직권조사사항이고 여기에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제1심판결에 대하여 원고만이 항소한 이 사건에서 원고의 청구를 일부 기각하더라도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피고에게 위 금원의 지급을 명하며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차승환(재판장) 김한울 이지현

각주1) 이하 ‘근로자’는 원고를, ‘사용자’는 피고를 각 의미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