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4. 3. 27. 선고 2023가합110139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손해액 및 보험금 사정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1961년에서 1964년 사이에 출생하여 피고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사람들이다.

나.

피고의 임금피크제 도입 경위

1)

구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 제19조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는 경우에는 그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위 법률이 2013. 5. 22. 개정되어 같은 법 제19조 제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19조 제2항은 "사업주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였으며, 위 개정 규정은 같은 법 부칙 제1호에 따라 피고에 대하여 2016. 1. 1.부터 시행되었다.

2)

피고는 종전까지 근로자의 정년을 55세로 정하고 있었는데, 위와 같은 구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 개정에 따라 2016. 1. 1.부터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했고, 이에 2016. 1. 1. 피고 근로자의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를 도입하여 시행하였다.

3)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시점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시점은 아래와 같다.

라.

원고들의 부서, 직책 변동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 후 원고들의 부서, 직책은 아래와 같이 변동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요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제2호는 '사업주는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의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고, 남녀고용평등과 일 ·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 제8조 제1항은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바, 위 각 규정은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을 근로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규정들로서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아래와 같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원고들을 차별한 것으로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제2호를 위반하였을 뿐 아니라, 남녀고용평등법상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 및 헌법상 평등원칙도 위반하여 무효이고, 피고가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여 차별대우를 한 것은 고령자고용법 등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①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된 고령자고용법 제19조가 2016. 1. 1. 시행됨에 따라 법률상 당연히 정년이 60세까지 보장된 근로자의 임금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감액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목적의 타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②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들의 임금이 과도하게 삭감되었음에도, 임금 삭감에 상응하는 업무부담 경감, 근로시간 조정 등의 필요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③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 이전과 비교하여 동일 가치 노동을 제공하였음에도 임금만이 감액되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에 따라 과소지급된 임금 또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에 원고는 2016. 7. 1. 이후 발생한 과소지급 임금 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배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1)

고령자고용법은 제4조의4 제1항에서 '사업주는 모집 · 채용(제1호),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제2호), 교육 · 훈련(제3호), 배치 · 전보 · 승진(제4호), 퇴직· 해고(제5호)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제1항을 적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외의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 및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6 제1항, 제4조의7 제1항, 제23조의3 제2항, 제24조 제1항의 내용과 고용의 영역에서 나 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여 헌법상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는 고령자고용법상 차별 금지 조항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서 이에 반하는 내용을 정한 조항은 무효이다.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 · 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위 대법원 2017다292343 판결의 법리는 이른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한 법리이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하여도 하나의 참고기준이 될 수 있다.

2)

한편,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제1항은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동일가치의 노동'이라 함은 당해 사업장 내의 서로 비교되는 노동이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거의 같은 성질의 노동 또는 직무가 다소 다르더라도 객관적인 직무평가 등에 의하여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노동에 해당하는 것을 말하고, 동일 가치의 노동인지 여부는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조건을 비롯하여 근로자의 학력 · 경력 · 근속연수 등의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무효인지 여부

1)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정년퇴직일로부터 5년 이전의 시점에 달한 일정한 연령의 근로자들은 개별적인 업무성과 등에 상관없이 오직 근로자가 일정한 연령에 이르렀다는 사정만으로 임금이 감액되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에 관하여 차등을 두는 경우에 해당한다.

2)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로 연령차별을 한 경우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남녀고용평등법상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 및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강행규정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①

고령자고용법은 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면서, 사업주로 하여금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하되(제19조),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다(제19조의2). 이는 정년 연장에 따라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이 증가할 것이 당연히 예상되므로, 정년 연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 · 신규 인력 채용의 감축 등의 반작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사업주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의무로도 규정한 것이다. 고용보험법령 역시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이 시행되기 전부터 정년 연장에 따른 근로자의 임금 삭감 제도를 예정하고 이에 대한 지원금 제도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었으며(고용보험법 제23조,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8조<1>), 정년 연장이 시행될 무렵에는 구 고용보험법 시행령(2015. 12. 4. 대통령령 제26690호로 일부 개정되어 2015. 12. 31. 대통령령 제268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제28조의2<2>를 신설하여,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55세 이후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2018. 12. 31.까지 일정한 지원금을 지원하도록 규정하였다.

이를 종합하면, 정년을 연장하면서 정년 도래 5년 전부터 임금의 일부를 삭감하기로 하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은 고령자고용법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의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이른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로서 그 목적의 타당성이 인정된다(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 없이 기존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정년을 보장해 주는 것을 전제로 정년퇴직 전 일정 기간 동안 임금을 감액하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와는 구별되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한다는 원고들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②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의 합리적인 시행을 위해 도입된 조치로 정년 연장과 유기적 연관성을 가지므로, 비록 원고들의 정년 연장이 법률 개정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기대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에게 유리한 정년 연장의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임금 감액만을 이유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원고들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기존 정년인 55세까지는 기존 임금체계에 따른 임금을 그대로 지급하고, 정년 연장된 5년의 기간에 한하여 직전 임금의 90%, 80%, 70%,70%, 60%를 각 지급하는 내용으로, 정년 연장된 기간에 대한 새로운 임금제도를 신설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원고들은 임금피크제 기간 동안 '임금인상률'을 적용하지 않은 임금을 지급받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됨에 따라 기존 정년인 55세까지의 근무로 인한 임금이 삭감되지 않으면서도 55세 이후 근로의 제공 및 임금 수령의 기회가 생겼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 이전보다 '임금 총액' 측면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되었다. 또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른 임금 감액률은 5년간 합계 130%(연 평균 26%)로 그 삭감 정도가 크지 않고, 근로자에게 정액으로 지급되는 중식비, 차량유지비는 55세 이후에도 동일하게 지급되는 등 복리후생은 그대로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

③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된 시점으로부터 8개월~1년 6개월 사이에 원고들의 부서, 직책이 변동되었는데(위 각 시점은 임금지급률 90% 또는 80%가 적용되는 구간이다), 전부 기존에 맡고 있던 부서장 직책을 더 이상 맡지 않게 되었다. 이에 따르면 원고들의 주장처럼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으로 근로의 양과 내용이 변동되지 않았음에도 임금만 삭감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설령 업무량이나 업무강도 등에 관한 명시적인 저감조치가 없었다고 보더라도, 이 사건과 같이 정년 연장에 연계하여 연장된 기간에 한하여 임금피크제가 실시되는 경우 정년 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고,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라고 볼 수 있으며, 임금 감액률이 연 평균 26%로 크지 않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④

한편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이라 함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근로자의 학력 · 경력 · 근속연수 등 근로자 개인의 개별적인 요소들뿐만 아니라 근로 제공의 시점과 상황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하여 그 가치가 같다고 인정되는 노동에 대하여는 같은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것이지(즉, 같은 시기에 같은 근로환경에서 같은 내용의 근로를 제공하는 서로 다른 근로자나 근로집단 사이에서 임금의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근로 제공의 시기나 주변 여건의 변화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오직 제공되는 근로의 내용이나 제공하는 근로자가 동일하다면 기존의 임금이 계속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따라서 원고들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전 제공한 근로와 시행 후 제공한 근로는 그 근로 제공의 시기가 다를 뿐만 아니라, '60세 정년 법정 의무화'라는 근로환경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비교대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은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을 근로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것이기는 하나,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법절차에 따라 제한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앞서 살펴본 사정들을 고려하면, 설령 원고들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으로 업무량이나 업무강도가 저감되지 않으면서도 기존보다 적은 임금을 받게 되고 매년 임금인상률의 적용이 배제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이나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음은 마찬가지이다.

다.

소결론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강행규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미지급 임금 청구 및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는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주채광(재판장) 최지은 이경재

각주1)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8조(임금피크제 지원금)

각주2)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8조의2(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의 임금 감액에 따른 지원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