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5. 10. 23. 선고 2024노1875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근로자 E은 일방적으로 퇴사 의사를 밝히며 2023. 5. 27.부터 2023. 7. 10.까지 무단으로 결근하여 피고인 경영의 D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로부터 감봉처분을 받았고, E의 임금채권에서 감봉액을 공제하면 잔액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근로기준법 제36조를 위반하여 근로자에게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 으로 볼 수 없다. 한편 이 사건 회사의 E에 대한 감봉처분은 민법 제660조에 따른 퇴사의 효력이 발생한 2023. 7. 11. 이전인 2023. 7. 8. 의결되었고, 설령 위 징계처분이 E의 퇴사 이후에 행해졌더라도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 외에도 E은 민법 제660조에 따른 퇴사의 효력이 발생하기도 전에 피고인을 근로기준법 제36조 위반 혐의로 고소하였고, 이와 같은 고소는 범죄가 성립하기도 전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효력이 없으므로 공소 제기 자체가 부적법하다. 그럼에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2.

판단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E의 2023. 5. 임금 1,881,885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연장에 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1)

E은 이 사건 회사에 채용되어 2023. 1. 2.부터 근무하였고, 근로계약에서 임금 산정기간은 전월 11일부터 당월 10일까지로 정하였다. 그러나 E은 피고인의 당초 약속과 달리 이 사건 회사가 병역특례업체로 선정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다른 직원들의 임금을 체불하고 있음을 이유로, 2023. 5. 9.경 피고인에게 구두로 퇴직의사를 표시한 후 사직서를 작성하여 이사 I에게 전달하였다. 이후 E은 2023. 5. 26. 피고인에게 재차 사직서를 제출한 후 출근하지 않았다. 그러나 피고인은 E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2023. 8. 7.경 E에 대하여 장기 무단결근, 개발물 불법 무단 은닉·반출 등을 이유로 감봉 2,517,024원의 징계처분을 한다는 내용의 징계의결서를 작성하였다.

2)

그런데 피고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E은 2023. 7. 11. 이 사건 회사에서 퇴직하였다는 것이므로, 위 감봉처분은 이 사건 회사에 근무하는 근로자에 대한 것이 아니어서 효력이 없다.

3)

피고인은 징계의결서에 표시된 처분일자(2023. 8. 7.)는 오기로, 이 사건 회사가 E에 대하여 징계를 의결한 실제 일자는 퇴직의 효력이 발생하기 이전인 2023. 7. 8.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은 원심에서부터 계속하여 징계의결 일자를 2023. 8. 7.로 주장하다가 위와 같이 변경하는 것에 대하여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제시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실제 의결일자가 서면상의 일자와 다르다는 사정 또한 확인되지 않는다.

4)

피고인은 설령 E에 대한 감봉처분이 퇴직 이후에 의결되었다 하더라도, 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2다98072 판결에서 설시한 바에 따라 감봉처분의 효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징계처분은 징계절차를 운영하는 기관 내지 단체와 징계대상자 사이에 신분관계가 존속함을 전제로 하여 내부적으로 구속력 있는 불이익 처분을 가하는 것을 본질로 하고 있으므로, 이미 신분관계가 소멸한 사람에 대하여는 징계처분을 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금융기관의 임직원이 비위행위를 저지른 후 소속회사를 옮겨 다니면서 동일·유사한 비위행위를 반복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등의 목적에서, 징계퇴직 상당의 처분을 받을 정도로 중대한 비위행위가 인정되는 경우 퇴직한 임직원에 대해서 사후적으로 확인적 의미의 징계처분을 할 수 있을 뿐이고, 그러한 경우에도 관련 법령이나 규정에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피고인 주장의 대법원 2012다98072 판결에서도, 금융투자회사인 피고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금융투자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 등 관련 법령과 회사 내부의 표창징계규정에 근거하여 이미 퇴직한 직원인 원고의 재직 중 부적절한 투자권유행위에 대하여 중대한 비위행위를 확인하는 의미의 징계면직처분을 하였을 뿐이고, 여기에 통상적인 사용자의 인사권 행사로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효력은 없었다(원심인 서울고등법원 2012. 10. 12. 선고 2012나24073 판결 참조). 이 사건 회사는 금융업을 영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회사가 E에 대하여 의결한 징계처분은 확인적 의미의 것이 아닌, 이미 발생한 임금채권에 대한 감급을 의도한 것이다. 따라서 이미 퇴직한 E에 대한 위 감봉처분의 효력이 예외적으로 인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5)

피고인은 E에 대한 감봉처분이 이 사건 회사의 복무규정(이하 '사규'라 한다) 제26조 및 제27조에 근거한 것으로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근로자의 상벌 등에 관한 인사권은 사용자의 고유권한으로, 그 범위에 속하는 징계권 역시 기업운영 또는 노동계약의 본질상 당연히 사용자에게 인정되는 권한이기 때문에 그 징계규정의 내용이 강행법규나 단체협약의 내용에 반하지 않는 한 사용자는 그 구체적 내용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다만 취업규칙은 상시 1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에게만 작성의무가 있으므로(근로기준법 제93조), 취업규칙이 제정되어 있어야만 근로자를 징계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고 단지 그 징계는 관련 법령을 준수하고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할 뿐이다(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한편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 제23조가 적용되지 아니하나(근로기준법 제11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7조 및 별표 1), 그와 같은 경우에도 근로자에 대한 징계는 취업규칙 등에 근거한 것이어야 한다. 피고인은 E이 사규 제26조에 정해진 퇴사 절차를 준수하여야 함에도, 무단으로 결근하고 개발물을 불법으로 은닉, 반출하며 인수인계를 거부하였음을 이유로 감봉처분을 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의 주장과 제출 자료만으로는 E이 피고인 주장의 징계사유와 같은 사규위반 행위를 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다. 오히려 E이 퇴사를 결심하게 된 앞서 본 경위에 비추어, 피고인과 이 사건 회사 측이 근로계약과 관련하여 신뢰를 위반하였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

6)

피고인은 E의 고소가 퇴직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부적법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주장은 이 사건 공소사실이 친고죄임을 전제로 한 것이다.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의 의사가 소추조건이 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소추조건으로 하는 이유·방법·효과는 같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처벌 여부에 관한 피해자의 의사표시가 없는 경우' 친고죄는 불처벌을, 반의사불벌죄는 처벌을 원칙으로 하도록 형사소송법이 달리 취급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대법원 2023. 7. 17. 선고 2021도1112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2항은 '제36조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와 다르게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친고죄가 아닌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한다. E이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사실이 없는 이상, 공소제기가 부적법하다고 할 수 없다.

3.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한다.

판사 조규설(재판장) 유환우 임선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