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방법원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 2024. 9. 11. 선고 2022가단146243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 B에게 22,213,800원 및 그 중 10,536,810원에 대하여는 2022. 11. 19.부터, 나머지 11,676,990원에 대하여는 2024. 1. 11.부터 각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피고는 원고 C에게 19,257,090원 및 그 중 6,851,020원에 대하여는 2022. 11. 19.부터, 나머지 12,406,070원에 대하여는 2024. 1. 11.부터 각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 B, C의 각 나머지 청구 및 원고 A의 청구를 각 기각한다.

4.

소송비용 중 원고 A에 관한 부분은 원고 A이 부담하고, 원고 B, C에 관한 부분은 피고가 부담한다.

5.

제1, 2항은 각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서울 E구민의 복리 증진을 위하여 E구청장이 지정하는 공공시설, 공공시설물, 공영주차장 등의 관리ㆍ운영 사업 등을 영위하는 지방공단이고, 원고들은 피고 소속 근로자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사람들이다.

나.

피고는 2015. 9.경 피고 소속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근로자들의 정년을 종전의 60세로 유지하고 정년 도래 3년 전부터 근로자의 기본급을 삭감하되 삭감비율은 적용 1차 연도 10%, 2차 연도 10%, 3차 연도 15%로 정한 임금피크제(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를 도입하였다. 이에 따라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2016. 7. 1.부터 시행되었다.

다.

원고들은 퇴직 전 3년 동안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대상자로서 위 나.항 기재 삭감비율에 따라 삭감된 기본연봉 및 경영평가 성과급을 지급받았고,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제도에 따라 피고가 매월 납부하는 퇴직연금 부담금도 삭감되었다.

라.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 시작일과 원고들의 퇴직일은 아래 표와 같다.

(생략)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7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들의 주장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으로서 강행규정인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 제4조의4 제1항을 위반하여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으로 인하여 지급받지 못했던 기본연봉, 경영평가 성과급, 퇴직연금 부담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1)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은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가 부과하는 임금체계 개편조치 의무의 이행으로서 고령층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하고, 임금 삭감률이나 삭감 기간이 현저히 과다하다고 보기 어려우며, 원고들은 위 임금피크제의 적용과 함께 업무 강도가 낮은 보직으로 전보되어 임금삭감에 대한 충분한 대상조치가 이루어졌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의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하지 않아 무효라고 볼 수 없다.

2)

설령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무효라 하더라도,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에 모두 동의함으로써 위 임금피크제 무효에 따른 자신들의 이익을 포기한 것이다.

3)

원고들의 청구원인은 임금채권이므로, 이 사건 소제기일로부터 역산하여 3년 전에 발생한 원고들의 임금채권은 시효가 완성되어 소멸되었다.

3.

판단

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고령자고용법 위반 여부

1)

관련 법리

고령자고용법은 제4조의4 제1항에서 “사업주는 모집ㆍ채용(제1호),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제2호), 교육ㆍ훈련(제3호), 배치ㆍ전보ㆍ승진(제4호), 퇴직ㆍ해고(제5호)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제1항을 적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외의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 및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6 제1항, 제4조의7 제1항, 제23조의3 제2항, 제24조 제1항의 내용과 고용의 영역에서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여 헌법상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는 고령자고용법상 차별 금지 조항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서 이에 반하는 내용을 정한 조항은 무효이다.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ㆍ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 갑 제2, 3, 6, 8 내지 11, 13, 17호증, 을 제2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에게 적용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으로서 강행규정인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을 위반하여 효력이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1)

구 고령자고용법(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는 경우에는 그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위 법률이 2013. 5. 22. 개정되어 같은 법 제19조 제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동조 제2항은 “사업주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였다. 이에 정부는 2015. 7.경 고령자 임직원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하여 ‘지방공기업 임금피크제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평가 시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를 반영하기로 하는 등 지방공기업에 대해 임금피크제의 조속한 도입을 장려하였다. 또한, 정부는 이후 2016. 1.경 2016년 임금피크제의 본격적인 시행을 목적으로 구체적인 임금피크제 운영 방식 등을 골자로 하는 ‘지방공기업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을 발표하면서 2016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지방공기업들에 대하여 도입 시기별로 가점을 부여하고 2017년부터는 임금피크제 운영실적을 경영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안내하였다.

(2)

피고는 위와 같은 고령자고용법의 개정, 정부의 임금피크제 시행 권고안 및 운영지침 발표에 따라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고, 도입 당시 ‘고령화에 따른 인건비 부담 완화 및 청년 일자리 창출ㆍ확대’를 도입목적으로 발표하였다(을 제7호증). 위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 목적 자체는 타당성이 인정된다.

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른 임금 삭감률이 적용 1차 연도에는 10%, 2차 연도에는 10%, 3차 연도에는 15% 등 합계 35%인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기존의 정년 60세를 그대로 보장하면서 정년이 임박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정년 도래 3년 전부터 임금 일부를 삭감하는 이른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한다. 이러한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이 수반되어 추가적인 근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와 달리, 정년연장의 효과 없이 퇴직 전까지 일정 기간 임금 일부만을 삭감하는 것으로서, 임금 삭감률이나 삭감 기간만을 기준으로 근로자가 입는 불이익의 정도를 판단할 수 없고, 임금 삭감의 불이익을 상쇄할 수 있는 대상조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질적인 불이익의 정도를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들이 입은 불이익을 충분히 상쇄할 정도의 대상조치가 이루어졌다고 인정할 수 없는 이상, 위와 같은 임금 삭감으로 인한 불이익의 정도가 결코 작다고 보기 어렵다.

다)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1)

정부는 2016. 1.경 발표한 ‘지방공기업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을 통해 지방공기업들에게 임금피크제와 함께 임금피크제에 따른 근로자의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상조치를 도입할 것을 장려하면서, 대상조치의 유형으로 퇴직금 정산 및 퇴직교육제도, 상생고용지원금제도 등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퇴직금 중간정산을 실시하고 퇴직연금을 확정급여형(DB)에서 확정기여형(DC)으로 변경하였을 뿐, 이외에 임금피크제 적용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퇴직교육제도 등을 운영한 적은 없고,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임금피크제 시행 이후 청년층을 신규 고용한 적이 없어 「장년고용유지 + 청년고용」 1쌍당 540만 원이 지원되는 정부의 상생고용지원금도 지급받지 못하였다.

(2)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이후 원고들의 희망을 반영하여 원고들을 업무 강도가 높은 큰 규모의 사업장에서 업무 강도가 낮은 단일 종목 사업장으로 전보하는 대상조치를 시행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의하면 전보 이후 원고들의 업무량이나 업무 강도가 낮아졌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①

원고 A은 2019. 7. 1. 레포츠팀장에서 F팀장으로 전보되었다. 그런데 ㈀A이 ‘팀장’ 직위는 유지된 채 부서(팀) 이동만 한 점, ㈁ F팀 소관 G골프연습장은 토요일 및 공휴일에도 운영되는 시설로, 레포츠팀 소관 H시설보다 연간 운영일수가 더 많은 점(갑 제10호증), ㈂ F팀 근로자였던 I의 신분증이 첨부된 사실확인서(갑 제17호증)에 의하면 G골프연습장은 오전 5시 30분부터 익일 00시 30분까지 운영되어 근로자들이 2 내지 3교대 형태로 근무하는 등 다른 사업장보다 업무 강도가 오히려 높은 시설인 점(갑 제17호증) 등을 고려하면, 전보 이후 원고 A의 업무량이나 업무 강도가 낮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②

원고 B은 2020. 7. 1. 종합체육팀장에서 E구청센터장(청사관리센터장)으로 전보되었다. 그런데 ㈀ 전보 당시 E구청센터장은 E구청사 외에 J보건소청사 및 K도서관 관리자를 겸하는 직위였고, 원고 B은 이후 2022. 1.경 J보건소청사, 2022. 8.경 K도서관 관리 업무에서 각 제외되기까지 약 2년간 위와 같은 겸직 업무를 수행한 점, ㈁ 원고 B은 E구청사 공사 업무로 인하여 2021. 5. 1.부터 퇴직 1달 전인 2023. 5. 31.까지 약 2년간 매주 금요일 대신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 하루 출근하여야 했고, 주말 출근일정은 공사 진행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어서 원고 B이 이를 스스로 정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갑 제14호증) 등을 고려하면, 전보 이후 원고 B의 업무량이나 업무 강도 역시 낮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③

원고 C는 2021. 1. 1. 생활체육팀장에서 공영주차센터장으로 전보되었다. 그런데 ㈀ 공영주차센터팀 소관 공영주차장들은 휴무일이나 운영 시간이 정해져 있던 다른 피고 시설들과 달리 연중 휴무일 없이 24시간제로 운영되었던 점, ㈁ 2020년 무렵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하여 생활체육팀 소관 체육시설들은 일부 운영이 중단되거나 운영 시간이 단축되었는데, 공영주차장은 시설 특성상 코로나19의 영향을 적게 받아 운영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던 점(갑 제10호증) 등을 고려하면, 원고 C 역시 전보 이후 업무량이나 업무 강도가 낮아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④

이에 대하여 피고는 위와 같은 전보 당시 원고들이 전보에 모두 동의하였고, 소속 근로자들 중 원고들에 한하여 향후 원고들의 동의 없이 다른 보직으로 전보하지 않기로 하였는데, 이는 원고들이 종전 대비 업무 강도가 낮은 보직으로 전보되었음을 뒷받침하는 사정들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들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확인되지 않고, 설령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들만을 근거로 원고들이 업무 강도가 더 낮은 보직으로 전보되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⑤

그렇다면, 위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 이후 원고들의 업무량이나 업무 강도가 저감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상, 그 무렵 이루어진 피고의 전보발령이 원고들이 입는 임금 삭감의 불이익을 상쇄하는 대상조치였다고 볼 수 없다.

(3)

피고는 원고들을 비롯한 퇴직예정자들이 고용노동부 등 외부 기관에서 운영하는 퇴직프로그램 참석을 희망할 경우 근무 시간을 단축해주는 등의 대상조치를 취하였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들이 외부 퇴직프로그램에 참석하였다거나 피고가 원고들의 근무 시간을 단축해주었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확인되지 아니하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위와 같은 제반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위 임금피크제로 인한 임금 삭감의 불이익을 보전할 수 있는 수준의 충분한 대상조치를 강구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라)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의 사용처

(1)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고령화에 따른 인건비 부담 완화 및 청년 일자리 창출ㆍ확대를 목적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다.

(2)

피고는 2016. 6.경 발표한 ‘임금피크제 운영계획(안)’를 통해 ‘정부의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상 매년 새롭게 정년이 도래하는 인원수만큼 신규 직원을 채용하여야 하나, 피고는 당장 신규채용을 하기에는 절감 재원이 부족하여 2022년 전까지는 신규직원 채용 계획이 없으며, 절감 재원이 일정 수준 이상 누적되는 2022년에 신규 직원 1명을 채용하는 것을 최종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고는 2024년 현재까지 청년층 신규채용을 하지 않고 있다.

3)

소결론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을 위반하여 무효이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들에게 위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지급되지 않은 기본연봉, 경영평가 성과급, 퇴직연금 부담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원고들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에 동의함으로써 그 무효에 따른 자신들의 이익을 포기하였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무효로 인정하는 근거인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이 강행규정임은 앞서 본 바와 같은데, 강행규정이 보호하는 이익을 보호의 대상자가 스스로 포기하기로 하였다고 하여 강행규정의 취지와 규범으로서의 효력이 부정될 수 없는 점(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하여 무효라고 하더라도 원고들이 위 임금피크제 무효에 따른 자신의 이익을 포기한 이상 미지급 기본연봉 등을 청구할 수 없다는 피고의 주장은 그 자체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게다가 피고가 원고들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 무효에 따른 자신들의 이익을 포기하였음을 증명하기 위하여 제출한 을 제6, 9호증에 의하면,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유효함을 전제로 그 도입 또는 적용에 대하여 동의한 것으로 보일 뿐,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 인식하고서 그 무효에 따른 자신들의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다.

소멸시효 항변에 관한 판단

1)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는 임금을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모든 금품’으로 정의하면서, 제49조에서 임금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을 3년으로 정하고 있다. 근로자가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임금은 근로기준법 제2조에서 정하는 임금을 의미하므로,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원으로서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이에 관하여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관행 등에 의하여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지워져 있다면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모두 이에 포함되며, 반드시 통상임금으로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2. 2. 9. 선고 2011다20034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들,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들이 구하는 기본연봉, 경영평가 성과급,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상 퇴직연금 부담금은 근로의 대가로 매월 지급되었어야 하는 금품으로서 근로기준법 제2조의 임금에 해당하므로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2)

소멸시효의 기산일에 대하여 보건대,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하는 것이므로(민법 제166조 제1항), 근로자의 임금은 임금 지급기일부터 3년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 한편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의 경우 사용자는 매년 1회 이상 정기적으로 가입자의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부담금을 현금으로 가입자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 계정에 납입하여야 하고(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0조 제3항 전문, 제1항), 사용자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 가입자의 퇴직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한 때에 그 가입자에 대한 부담금을 미납한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제1항에 따른 부담금 및 제3항 후단에 따른 지연이자를 해당 가입자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 계정에 납입하여야 하므로(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0조 제5항), 근로자가 퇴직 후 사업자를 상대로 퇴직연금 부담금 부족분을 구하는 경우 퇴직연금 부담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부담금 납입기일이 아닌 근로자의 퇴직일부터 진행한다고 봄이 타당하다.<1>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① 기본연봉 및 경영평가 성과급의 경우, 원고들의 ‘연봉계약서’에 구체적인 지급기일이 기재되어 있지는 않으나 “매월 균등 지급.”이라고 기재된 점(갑 제19호증)에 미루어 볼 때 늦어도 매월 말일 지급기일이 도래하였을 것으로 보이므로 매월 말일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② 퇴직연금 부담금은 원고들의 각 퇴직일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3)

이에 따라 원고들이 구하는 임금채권의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살핀다.

먼저, ① 원고 A이 2016. 7. 1.부터 2019. 6. 30.부터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라 삭감된 기본연봉, 경영평가 성과급, 퇴직연금 부담금을 지급받다가 2019. 7. 1. 퇴직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에 따르면 원고 A의 기본연봉, 경영평가 성과급, 퇴직연금 부담금 채권은 모두 이 사건 소제기일(2022. 11. 9.)로부터 역산하여 3년이 되기 이전에 발생하였음이 역수상 명백하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반면, ② 원고 B은 2020. 7. 1.부터, 원고 C는 2021. 1. 1.부터 각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라 삭감된 기본연봉, 경영평가 성과급, 퇴직연금 부담금을 지급받다가 퇴직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에 따르면 원고 B, C가 청구하는 임금채권은 모두 위 소제기일로부터 역산하여 3년이 되는 시점 이후에 발생한 것이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

4)

이에 대하여 원고 A은, 관련 통상임금소송이 법원에 계속 중이다가 2022. 5. 26.에서야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면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원고 A 자신은 2019. 6. 30. 퇴직하였으므로 임금 채권의 소멸시효 완성 전에 이를 청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였으며, 무효인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설계ㆍ시행한 피고가 자신이 행한 무효인 법률행위에 대하여 소멸시효 항변을 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이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허용될 수 없다고 재항변한다.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고, 채무자가 그로부터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였다면,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3. 7. 12. 선고 2006다17553 판결 등 참조). 한편 소멸시효에 관하여 신의칙을 원용함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1다95847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① 관련 소송이 아직 확정되지 않고 법원에 계속 중이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 A이 시효완성 전에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② 피고가 시효완성 전에 원고 A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확인되지도 않으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원고 A의 이 부분 재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

5)

따라서 피고의 원고 A에 대한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있고, 원고 B, C에 대한 소멸시효 항변은 각 이유 없다.

라.

소결론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지급받지 못한 기본연봉, 경영평가 성과급, 퇴직연금 부담금 합계가 원고 B은 22,213,800원, 원고 C는 19,257,090원인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는 ① 원고 B에게 미지급 기본연봉, 경영평가 성과급, 퇴직연금 부담금 합계 22,213,800원 및 그 중 10,536,810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 다음 날인 2022. 11. 19.부터, 나머지 11,676,990원에 대하여는 2024. 1. 9.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송달일 다음 날인 2024. 1. 11.부터<2> 각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② 원고 C에게 19,257,090원 및 그 중 6,851,020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 다음 날인 2022. 11. 19.부터, 나머지 12,406,070원에 대하여는 2024. 1. 9.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송달일 다음 날인 2024. 1. 11.부터<3> 각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 B, C는 원고 B에 대한 청구액 22,213,800원 및 원고 C에 대한 청구액 19,257,090원에 대하여 각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지연손해금을 청구하지만, 청구취지의 확장으로 추가되는 금액 부분에 관한 지체책임은 그 청구취지 확장의 뜻이 담긴 청구취지 변경신청서 등의 송달일 다음 날부터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므로(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6므2757, 2764 판결 등 참조), 위 각 청구액 중 2024. 1. 9.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통해 확장된 각 금액 부분에 대한 2024. 1. 10. 이전의 지연손해금 청구 부분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 B, C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각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하며, 원고 A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우찬

각주1)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의 부담금과 관련하여 가입자인 근로자의 퇴직 시부담금 미납분을 정산하도록 하면서도 정산의 대상이 되는 기간을 한정하지 않는 점, 퇴직금청구권의 경우 그 전액에 관하여 최종 퇴직 시점부터 소멸시효가 기산하는 것에 비추어,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제도에 가입한 근로자가 연금의 기초자산이 될 사용자의 부담금에 대해 퇴직 시 최종적으로 부족분을 정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퇴직급여제도의 목적과 형평의 관점에 부합하는 점, 사용자가 부담금 납입의무를 지연하는 경우 근로자의 퇴직 전이라고 하더라도 지연이자를 납입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나, 이는 부담금의 납입이 지연되는 기간 동안 근로자가 해당 부담금 상당액을 적립금으로 운용하여 이익을 얻을 수 있었던 기회를 상실한 것에 대한 보상조치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부담금 납입의무 발생 시점과 근로자의 부담금지급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 시점을 동일하게 볼 필요는 없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에 가입한 근로자의 사용자에 대한 부담금지급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부담금 납입 기일이 아닌 근로자의 퇴직일부터 진행한다고 봄이 타당하다(서울고등법원 2022. 4. 6. 선고 2021나2025234 판결 등 참조).

각주2) 원고 B은 소장에서는 10,536,810원을 청구하였으나, 2024. 1. 9.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통해 11,781,390원을 증액하였고, 다시 2024. 7. 24.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통해 위 11,781,390원을 11,676,990원으로 감축하였으므로, 위 11,676,990원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기산일은 2024. 1. 9.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다음 날인 2024. 1. 11.이 된다.

각주3) 원고 C는 소장에서는 6,851,020원을 청구하였으나, 2024. 1. 9.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통해 12,463,160원을 증액하였고, 다시 2024. 7. 24.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통해 위 12,463,160원을 12,406,070원으로 감축하였으므로, 위 12,406,070원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기산일은 2024. 1. 9.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다음 날인 2024. 1. 11.이 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