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원고들은 1961년 내지 1964년에 출생하여 낙농품, 두유, 건강기능식품 등의 제조 및 도소매 등을 주요사업으로 하는 사업장인 B에 근무하거나 근무하였던 사람들이다. 피고는 그 산하에 B을 설치 · 운영하는 학교법인이다(이하 피고와 B을 별도로 지칭하지 아니하고 모두 '피고'라 한다).
피고의 임금피크제 도입 경위 및 내용
구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 제19조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는 경우에는 그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위 법률이 2013. 5. 22. 개정되어 같은 법 제19조 제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19조 제2항은 "사업주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였으며, 위 개정 규정은 같은 법 부칙 제2호에 따라 상시 300명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인 피고에 대하여 2017. 1. 1.부터 시행되었다.
피고는 종전까지 근로자의 정년을 만 55세로 정하고 있었는데, 위와 같은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 개정에 따라 2017. 1. 1.부터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했다. 이에 따라 피고는 2016년 노동조합 등과의 논의를 거쳐 2017. 1. 1.부터 피고 근로자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만 56세부터 만 60세까지의 임금을 일부 삭감하여 지급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여 시행하였다.
위와 같이 도입된 임금피크제는 2018년, 2020년 및 2022년에 2년 주기로 시행된 단체협약 과정에서 임금 감액 기간이나 감액율이 조정되는 과정을 거쳤다. 이에 따라 피고의 취업규칙 중 개정된 부분이 존재하는데, 2020. 8. 변경된 취업규칙에 따른 임금피크제의 적용 대상자는 1965. 1. 1. 이후 출생자이므로, 1961년 내지 1964년 출생자에 해당하는 원고들에게 적용되는 임금피크제는 그 이전 규정인 2019년 취업규칙에 의한다. 위 취업규칙의 내용에 따른 임금피크제(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1, 5,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요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효력이 없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라 감액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취업규칙 변경의 절차적 하자
근로기준법 제94조에 의하면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원고는 2016. 11. 22.자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며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당시 위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연령차별금지원칙 위반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원고들을 포함한 임금 피크제 적용 대상 근로자들을 차별하는 것이므로 고령자고용법의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판단
취업규칙 변경의 절차적 하자 존재 여부
관련 법리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하고, 이러한 동의를 얻지 못한 취업규칙의 변경은 효력이 없으며, 그 동의의 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 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를 요하고, 회의방식에 의한 동의라 함은 사업 또는 한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 부서별로 사용자 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도 허용된다. 여기서 사용자 측의 개입이나 간섭이라 함은 사용자 측이 근로자들의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로 명시 또는 묵시적인 방법으로 동의를 강요하는 경우를 의미하고 사용자 측이 단지 변경될 취업규칙의 내용을 근로자들에게 설명하고 홍보하는 데 그친 경우에는 사용자 측의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32362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피고가 2016. 11. 22.자로 취업규칙을 개정하며 도입한 임금피크제는 임금피크제적용 대상 근로자들에게 종전 정년인 만 55세까지는 기존 임금체계에 따른 임금을 그대로 지급하고, 정년이 연장된 5년의 기간에 한하여 직전 임금을 일부 감액하여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그렇다면 이는 정년이 연장된 기간에 대한 새로운 임금제도를 신설한 것이라 볼 수 있으므로 기존의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의 위와 같은 임금피크제 도입이 근로조건의 불리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을 제8 내지 1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는 2016년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 교섭 안건으로 '임금피크제도입(안)'을 상정하여 타사 동향을 참고한 세부적인 조건에 대하여 근로자 측과 논의한 점, ② 피고는 2016. 8. 18.과 2016. 8. 22. 전직원으로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개최하여 정년 연장의 법적기준 및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 등과 함께 임금피크제의 효과, 도입절차 등에 관하여 안내한 점, ③ 피고가 2016. 9. 22. 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서에는 임금피크제의 도입에 관한 내용이 존재하는 점, ④ 피고는 위 절차를 거친 후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하는 취업규칙 개정에 대하여 근로자들의 의견을 취합하였는데, 원고 전원을 포함하여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 이상이 '동의' 의견으로 서명한 점, ⑤ 이상과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피고 측이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을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된 취업규칙의 개정은 근로자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의견 집약과 취합과정을 거쳤으므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연령차별금지원칙 위반 여부
관련 법리
고령자고용법은 제4조의4 제1항에서 "사업주는 모집 · 채용(제1호),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제2호), 교육 · 훈련(제3호), 배치 · 전보 · 승진(제4호), 퇴직 ·해고(제5호)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제1항을 적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외의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 및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6 제1항, 제4조의7 제1항, 제23조의3 제2항, 제24조 제1항의 내용과 고용의 영역에서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여 헌법상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는 고령자고용법상 차별 금지 조항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서 이에 반하는 내용을 정한 조항은 무효이다.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 · 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1>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강행규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근로자의 정년 연령을 기존의 만 55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함과 아울러 정년이 연장된 기간 동안 고령에 이른 근로자들의 급여를 순차적으로 감액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며, 고령자의 고용안정성을 높이고 사용자인 피고는 근로능력이 있는 근로자에게 일할 기회를 추가적으로 부여함과 동시에 풍부한 경험과 숙련도를 갖춘 인력을 경제적인 인건비로 고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도입된 것이다.
고령자고용법은 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면서, 사업주로 하여금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하되(제19조),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하였다(제19조의2). 이는 정년 연장에 따라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이 증가할 것이 당연히 예상되므로, 정년 연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 · 신규 인력 채용의 감축 등의 반작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사업주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의무로도 규정한 것이다.
고용보험법령 역시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이 시행되기 전부터 정년 연장에 따른 근로자의 임금 삭감 제도를 예정하고 이에 대한 지원금 제도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었으며(고용보험법 제23조,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8조), 정년 연장이 시행될 무렵에는 고용보험법 시행령에 제28조의2를 신설하여,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55세 이후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2018. 12. 31.까지 일정한 지원금을 지원하도록 규정하였다.
이처럼 관련 법령에서는 법정 정년 연장에 대응하여 일정 연령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와 같은 임금체계 개편 조치를 이미 예정하고 있고, 정년을 연장하면서 정년 도래 5년 전부터 임금의 일부를 삭감하기로 하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의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의 합리적인 시행을 위해 도입된 조치로 정년 연장과 유기적 연관성을 가지므로, 비록 원고들의 정년 연장이 법률 개정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기대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에게 유리한 정년 연장의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임금 감액만을 이유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원고들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②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기존 정년인 만 55세까지는 기존 임금체계에 따른 임금을 그대로 지급하고, 정년 연장된 5년의 기간에 한하여 직전 임금의 80%, 80%, 80%,75%, 75%를 각 지급하는 내용으로, 정년 연장된 기간에 대한 새로운 임금제도를 신설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원고들은 임금피크제 기간 동안 임금인상률과 호봉상승분 등을 적용하지 않은 임금을 지급받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됨에 따라 기존 정년인 만 55세까지의 근무로 인한 임금이 삭감되지 않으면서도 그 이후 근로의 제공 및 임금 수령의 기회가 생겼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 이전보다'임금 총액' 측면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되었다. 또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른 임금 감액률은 5년간 합계 110%(연 평균 22%)로 보수의 삭감 정도가 크지 않고, 임금 피크제 적용 대상 근로자들에 대한 복리후생은 그대로 유지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이 사건과 같이 정년연장에 연계하여 임금피크제가 실시되는 경우 정년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고,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라고 볼 수 있는데,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근로자들에게 반드시 별도 직군을 부여하거나 업무강도를 경감하여 줄 법적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업무량이나 업무강도 등을 명시적으로 감소시키지 않았다거나 삭감된 임금을 근로자를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도입상 절차적 하자가 존재하거나 연령차별금지원칙 위반되어 무효라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구광현(재판장) 최오미 이승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