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방법원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25. 2. 18. 선고 2024가합33771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종합 뉴스프로그램의 제작 및 공급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이다. 원고들은 만 55세 이상으로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들이다.

나.

피고의 임금피크제 도입 경위 및 내용

1)

피고는 2006. 1. 1. 노동조합과의 협약을 통하여 근로자의 정년을 만 55세에서 만 58세로 상향하면서, 만 54세의 연봉을 피크임금으로 하여 만 55세 때는 그 80%, 만 56세 때는 그 70%, 만 57세 때는 그 60%를 각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다. 그러던 중 피고는 2013. 4.경 보수규정을 개정하여 근로자의 연봉을 피크임금에서 동결하여 정년까지 적용하기로 함에 따라 연장된 근로기간 동안 연봉이 삭감되는 형태의 임금피크제를 사실상 폐지하였다.

2)

구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 제19조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는 경우에는 그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위 법률이 2013. 5. 22. 개정되어 고령자고용법 제19조 제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19조 제2항은 “사업주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였으며, 위 개정 규정은 같은 법 부칙 제2호에 따라 상시 30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인 피고에 대하여는 2016. 1. 1.부터 시행되었다.

3)

앞서 살핀 바와 같이 피고는 종전까지 근로자의 정년을 만 58세로 정하고 있었는데, 위와 같은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 개정으로 2016. 1. 1.부터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했다. 이에 따라 피고는 2017. 2. 3.자 단체협약(임금피크제 관련 조항의 경우 2016. 1. 1.로 소급하여 적용), 2023. 6. 9.자 단체협약을 통해 아래와 같은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여 시행하였다(이하 원고들이 적용받았거나 받고 있는 임금피크제를 통칭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

다.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

피고는 원고들의 나이가 만 55세가 도래한 이후부터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라 조정된 임금을 지급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1, 2, 9, 10, 1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 주장의 요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효력이 없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라 감액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가.

피고는 2016년경 노동조합과의 협의를 통하여 2017. 2. 3.자 단체협약을 맺음으로써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시행하였으나, 그 당시 대다수의 임금피크제 적용대상자 및 예정자들은 물론 원고들도 위 조합의 조합원이 아니었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에는 절차적 부당성이 존재한다.

나.

피고는 언론사로서 연령과 생산성 사이에 직접적 상관관계가 없으며,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은 고령자고용법에 따른 법적 의무가 발생해서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원고들의 정년이 연장된 것이라 볼 수 없다. 만약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도입 목적의 부당성, 대상 근로자의 불이익, 대상조치의 부존재,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의 사용처 등을 고려할 때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 근로자들을 차별하는 것이므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에 반한다.

3.

판단

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의 절차적 하자 존재 여부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을 제8, 1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피고는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 개정으로 인하여 2016. 1. 1.부터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했고, 이에 따라 2016. 1. 1.자 보수규정 제21조에서 이미 이 사건 임금피크제와 동일․유사한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모든 사원에게 적용하기로 하였는바, 노동조합의 조합원에만 한정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로 한 것은 아니다. 또한 피고가 노동조합과 2017. 2. 3.자 단체협약을 맺으며 2016. 1. 1.로 소급적용하는 형태의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그 내용으로 삽입한 것은 사실이나, 그 외에도 피고는 2016. 9. 7. 사내 공지를 통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와 관련한 설명회를 개최하였고 2017. 2. 1.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포함한 사규 개정 시행을 공지하였으므로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아니더라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과 시행 과정에 대하여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 피고가 단체협약을 맺은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아님에도 임금피크제를 적용 받는 근로자가 존재한다거나, 그 근로자에 원고들이 포함된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에 절차적 부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성격

살피건대, 피고가 2016. 1. 1.자 보수규정, 2017. 2. 3.자 단체협약 등을 통해 도입한 임금피크제는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 근로자들에게 종전 정년인 만 58세까지는 기존 임금체계에 따른 임금을 그대로 지급하고, 정년을 2년 연장하며 연장된 기간에 한하여 직전 임금을 일부 감액하여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그렇다면 이는 정년이 연장된 기간에 대한 새로운 임금제도를 신설한 것이라 볼 수 있으므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연령차별금지원칙 위반 여부

1)

관련 법리

고령자고용법은 제4조의4 제1항에서 “사업주는 모집ㆍ채용(제1호),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제2호), 교육ㆍ훈련(제3호), 배치ㆍ전보ㆍ승진(제4호), 퇴직ㆍ해고(제5호)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제1항을 적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외의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 및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6 제1항, 제4조의7 제1항, 제23조의3 제2항, 제24조 제1항의 내용과 고용의 영역에서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여 헌법상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는 고령자고용법상 차별 금지 조항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서 이에 반하는 내용을 정한 조항은 무효이다.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1>

2)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강행규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

가)

도입 목적의 타당성

①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근로자의 정년 연령을 만 60세로 연장함과 아울러 정년이 연장된 기간 동안 고령에 이른 근로자들의 급여를 순차적으로 감액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며, 고령자의 고용안정성을 높이고 사용자인 피고는 근로능력이 있는 근로자에게 일할 기회를 추가적으로 부여함과 동시에 풍부한 경험과 숙련도를 갖춘 인력을 경제적인 인건비로 고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도입된 것이다.

②

고령자고용법은 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면서, 사업주로 하여금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하되(제19조),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하였다(제19조의2). 이는 정년 연장에 따라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이 증가할 것이 당연히 예상되므로, 정년 연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ㆍ신규 인력 채용의 감축 등의 반작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사업주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의무로도 규정한 것이다.

고용보험법령 역시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이 시행되기 전부터 정년 연장에 따른 근로자의 임금 삭감 제도를 예정하고 이에 대한 지원금 제도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었으며(고용보험법 제23조,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8조), 정년 연장이 시행될 무렵에는 고용보험법 시행령에 제28조의2를 신설하여,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55세 이후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2018. 12. 31.까지 일정한 지원금을 지원하도록 규정하였다.

이처럼 관련 법령에서는 법정 정년 연장에 대응하여 일정 연령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와 같은 임금체계 개편 조치를 이미 예정하고 있고, 정년을 연장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정년 도래 2년 전부터 임금의 일부를 삭감하기로 하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의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적용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의 합리적인 시행을 위해 도입된 조치로 정년 연장과 유기적 연관성을 가지므로, 비록 원고들의 정년 연장이 법률 개정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기대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에게 유리한 정년 연장의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임금 감액만을 이유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원고들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②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기존 정년인 만 55세까지는 기존 임금체계에 따른 임금을 그대로 지급하고 만 55세부터 만 58세까지는 피크임금을 동결하여 지급하며 그 이후 만 60세까지는 일부 임금을 삭감하여 지급하는 내용으로, 정년 연장된 기간에 대한 새로운 임금제도를 신설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원고들은 임금피크제 기간 동안 임금인상률과 호봉상승분 등을 적용하지 않은 임금을 지급받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됨에 따라 기존 정년까지의 근무로 인한 임금이 삭감되지 않으면서도 그 이후 근로의 제공 및 임금 수령의 기회가 생겼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 이전보다 ‘임금 총액’ 측면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되었다.

다)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이 사건과 같이 정년연장에 연계하여 임금피크제가 실시되는 경우 정년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고,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라고 볼 수 있는데,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 근로자들에게 반드시 별도 직군을 부여하거나 업무강도를 경감하여 줄 법적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업무량이나 업무강도 등을 명시적으로 감소시키지 않았다거나 삭감된 임금을 근로자를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도입상 절차적 하자가 존재하거나 연령차별금지원칙 위반되어 무효라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구광현(재판장) 최오미 이승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