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8. 23. 선고 2023가합42797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손해보험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주식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의 근로자이거나 근로자였던 사람들이다.

나.

피고의 임금피크제 도입

1)

구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 제19조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는 경우에는 그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위 법률이 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어 같은 법 제19조 제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19조 제2항은 "사업주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였는데, 위 개정 규정은 같은 법 부칙(제11791호, 2013. 5. 22) 제1호에 따라 피고에 대하여 2016. 1. 1.부터 적용되었다.

2)

피고의 취업규칙상 정년은 55세가 되는 해당 월의 말일이었는데, 피고는 위와 같은 법 시행에 맞춰 직원의 정년을 60세가 되는 해당 월의 말일로 연장하고, 대신에 직원 중 일반직, 지원직, D(성과에 따라 매월 변동급이 발생하는 성과형 연봉제 대상자는 제외) 직원들의 경우<1> 55세 해당 익월부터 60세 해당 월의 말일까지(이하 '연장된 근무기간'이라고 한다) '매년 적용연령 도달월 기준 연봉의 10%씩 감액<2>하되, 복리후생과 임금인상 및 경영성과급은 비대상직원과 동일하게 적용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고 한다)를 도입하기로 하였다.

3)

피고는 2015. 11. 10. 피고의 복수노동조합 중 교섭대표노동조합 지위를 보유하고 있던 'E 노동조합 F지부'와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고, 2016. 1. 1.부터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였는데, 당시 피고의 근로자 과반수가 소속된 노동조합은 존재하지 않았다.

4)

피고는 2015. 11. 13. 퇴직연금제도 및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을 위해 아래와 같이 '인사제도 변경 설명회'를 진행한다는 공지(이하 '이 사건 공지'라고 한다)를 하였다.

5)

피고는 2015. 11. 16.부터 2015. 11. 20.까지 5일간 지역별 합계 19개의 사업장을 돌며 설명회를 개최하였고, 2015. 11. 26. 본사에서 2차례 추가설명회도 개최하였다(이하 통틀어 '이 사건 각 설명회'라고 한다). 그리고 피고는 2015. 11. 16.경부터 2015. 11. 26.경까지 근로자 총 1,621명(3,184명 기준 약 50.9%)으로부터 이 사건 임금피크제도입에 관한 동의서(이하 통틀어 '이 사건 각 동의서'라고 한다)를 제출받은 다음, 2015. 12. 28.경 취업규칙을 아래와 같이 개정(이하 '이 사건 개정'이라고 한다)하고 2016. 1. 1.부터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실시하였다.

다.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 등

원고들은 모두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대상 직군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됨에 따라 피고는 각 연장된 근무기간 동안 원고들에게 개정된 취업규칙 제32조의 1 제3항에 따른 감액비율대로 임금을 감액하여 지급하였고, 퇴직급여 또한 감액된 임금을 기준으로 원고들의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제도 계정에 부담금을 납입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 함, 이하 같다), 을 제 1 내지 4, 11, 1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들 주장의 요지

1)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무효이다.

①

(절차적 하자) 피고는 이 사건 개정을 통해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는데, 이러한 취업규칙의 개정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으로, 피고의 근로자 과반수가 소속된 노동조합은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 따른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였다. 이러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는 근로자들이 모여서 찬반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며 집단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피고는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 사건 각 설명회 후 곧바로 근로자들로부터 이 사건 각 동의서를 제출받았는바, 이러한 동의는 유효한 동의라고 할 수 없다.

②

(실체적 하자)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제2호는 '사업주는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의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에 따라 감액된 임금을 지급하여 차별한 것이므로 위 규정에 반하여 무효이다.

2)

위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무효임에도, 피고는 이를 전제로 원고들에게임금을 감액하여 지급하였고, 퇴직연금 부담금도 감액된 임금을 기준으로 납입하였다.

피고의 급여지급 시기는 매월 21일이고, 원고들이 2022. 7. 20. 피고에게 미지급된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해라 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는바, 원고들은 피고에게 이때로부터 역산하여 3년분에 해당하는 2019. 7. 21.부터 2022. 12. 31.까지의 기간에 대한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에 관한 지급을 구한다.

3)

따라서 피고는 청구취지와 같이 ① 원고들에게 미지급 임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하고, ② 퇴직급여의 경우 ㉮ 퇴직자에 대해서는 미납입한 부담금에 해당하는 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하고, ㉯ 재직자에 대해서는 미납입한 부담금에 해당하는 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각 퇴직연금 계정에 납입해야 한다.

나.

피고 주장의 요지

1)

이 사건 개정을 통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은 정년을 연장함에 따라 연장된 기간 동안의 임금을 정한 것으로 취업규칙을 근로자들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 따른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

2)

설령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더라도, 피고는 이 사건 각 동의서를 통해 총 근로자 3,184명 중 1,621명(약 50.9%)으로부터 적법·유효하게 동의를 받았으므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있었고, 그 과정에 하자는 없었다.

3)

이처럼 절차적으로 하자가 없고, 실체적으로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가 정하는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 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로서 연령차별 금지의 예외사유에 해당하고, 연령에 따른 차별적 처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유효하다.

3.

판단

가.

이 사건 개정과 관련한 절차위반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개정이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 따른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이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작성 또는 변경하여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다25322 판결 등 참조). 취업규칙의 개정이 근로자들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어느 근로조건의 변화와 함께 그와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는 다른 근로조건들의 변화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7. 8. 26. 선고 96다1726 판결 등 참조). 근로자에게 불리한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근로자 전체에 대하여 획일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것이고, 그 변경이 일부 근로자에게는 유리하지만 다른 일부 근로자에게는 불리할 수 있어서 근로자에게 전체적으로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단정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려운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취급하여 근로자들 전체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0다17468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기초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개정은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개정이 정당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 따른 동의가 필요하다.

(1)

이 사건 개정에 따른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은 취업규칙 중, ① 근로자의 정년을 55세가 되는 해당 월의 말일에서 60세가 되는 해당 월의 말일로 연장하는 제32조의 변경(이하 '정년연장 부분'이라고 한다)과, ② 직원 중 일반직, 지원직, D에 대하여 연장된 근무기간 동안 임금액을 매년 적용연령기준 10%씩 감액하는 제32조의1의 신설(이하 '임금감액 부분'이라 한다)로 구분되고, 그중 임금감액 부분은 임금면에서 연장된 근무기간 시작 전에 비해 근로자에게 저하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것에 해당한다.

(2)

이 사건 개정에 따라 근로자들은 연장된 근무기간 동안 근로를 추가로 제공하고 임금을 받을 수 있어 기존의 정년까지 근무하는 것보다 총액에 있어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새로운 이익이 발생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정년의 연장과 임금의 감액은 본래적 성질상 서로 대가관계에 있다거나 유기적·동종적 관련성이 있는 근로조건이라고 보기 어렵다.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정년의 연장과 임금의 감액은 그 기초가 다르고 산술적 비교도 불가능하여 그 변경이 전체적으로 불이익한지를 단정적으로 판단할 수도 없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개정이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는지는 여부는 정년연장 부분과 임금감액 부분을 개별적으로 판단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개정에 따른 정년연장 부분이 근로자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임금감액 부분까지도 불이익한 변경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

(3)

법률 규정에 의한 경우이든 노사 간 합의에 의한 경우이든 일단 정년을 연장하게 되면 이는 계속적 계약인 근로계약의 종기를 연장하여 갱신한 것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그 갱신된 기간에 대하여는 근로조건에 관한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갱신 전의 근로조건에 의하여 규율되는 것이 원칙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의 근로자들은 연장된 근무기간 동안 종전 기준, 즉 연장된 근무기간 시작 전임금을 기준으로 기득의 이익을 가지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임금감액 부분이 연장된 근무기간에 한하여 적용된다고 하여 이를 두고 임금에 관한 규정이 전혀 없던 상태에서 피고가 연장된 근무기간에 관한 임금규정을 신설한 것이기 때문에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이 아니라고 보기 어렵다.

(4)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는 2013. 5. 22. 구 고령자고용법이 개정되면서 신설된 조항으로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정년연장에 따라 임금 감액이 수반되는 것은 구 고령자고용법 개정 당시 예정되었던 부분이고, 임금 감액으로 통해 신규 채용을 유지할 수 있다는 등의 사정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들은 연령에 따라 임금을 차별하는 것이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 고려해야할 사항이지, 이 사건 개정이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이어서 절차적 측면에서 근로자들의 동의가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

(5)

임금감액 부분이 적용되지 않는 일부 근로자의 경우, 이 사건 개정에 따라 불이익한 부분이 없다고 할 수 있으나, 다수의 근로자들에게 임금감액 부분이 적용되므로 전체적으로 근로자에게 불리하다고 할 것이고, 이를 단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보더라도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취급하여 근로자들 전체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게 할 필요가 있다.

2)

피고가 근로자 과반수로부터 적법한 동의를 얻었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하고, 이러한 동의를 얻지 못한 취업규칙의 변경은 효력이 없으며, 그 동의의 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를 요하고, 회의방식에 의한 동의라 함은 사업 또는 한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 부서별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도 허용된다. 여기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라 함은 사용자측이 근로자들의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로 명시 또는 묵시적인 방법으로 동의를 강요하는 경우를 의미하고 사용자측이 단지 변경될 취업규칙의 내용을 근로자들에게 설명하고 홍보하는 데 그친 경우에는 사용자측의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32362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이 사건 개정 당시 피고의 근로자 과반수가 소속된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개정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2)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위한 요건인 과반수 근로자의 동의에 있어 '과반수 근로자'라 함은 기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 집단의 과반수를 말하는 것인데, 이 사건 개정과 관련한 동의 대상자가 총 3,184명이라는 사실에 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별다른 다툼이 없고, 피고가 이 사건 개정 전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이 사건 각 설명회를 열고 1,621명으로부터 이 사건 각 동의서를 제출받은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각 동의서를 받은 것을 두고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있었다고 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본다.

(3)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35, 40, 43호증, 을 제3, 4, 11, 12호증의 각 기재, 앞서 든 증거들,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1,621명으로부터 이 사건 각 동의서를 받아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 따른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얻은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①

이 사건 각 동의서와 같이 근로자들이 개별적으로 서명하는 방식의 집단적 동의도 허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식은 사용자의 개입이나 간섭을 손쉽게 하고 근로자들의 의견 교환을 저해하는 도구로 사용될 위험성이 있으므로, 그 동의 과정에서 사용자의 개입이나 간섭이 있었는지, 근로자들의 의견 교환을 통한 집단의사의 형성이 수반되었는지 여부 등을 신중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

②

피고가 이 사건 각 동의서를 제출받기 전에 이 사건 공지를 통해 '설명자료를 반드시 사전에 검토하고 숙지하라'고 알렸고, 첨부된 설명회 참석자료(갑 제35호증의 2)에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요지가 설명되어 있는데, 피고 회사의 근로자라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만한 내용이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피고가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듣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등의 내용(㉮ 참석자료 12쪽에는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 따라 취업규칙을 변경해야하고, 위 규정이 강행규정이라는 내용이 있고, ㉯ 참석자료 마지막 쪽에는 "상기 사항에 대한 설명을 잘 이해하였고, 취업규칙 제,개정에 동의하시는 경우 나눠드린 동의서에 서명하여 제출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까지 명확히 설명되어 있다.

③

피고는 직원들에게 단순히 자료만 제공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각 설명회를 개최하여 구체적인 내용에 관하여 설명하였고, 1차로 정해진 설명회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2015. 11. 26. 본사에서 추가설명회도 개최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동의서를 제출한 사람들은 대부분 설명회에 참석하여 피고로부터 구체적인 설명까지 듣고 이 사건 개정에 동의한다는 의사로서 이 사건 각 동의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④

원고들이 제출한 사실확인서들(갑 제41호증)에 따라 보더라도, 이 사건 각 설명회 당시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관한 설명 이후 질의·응답시간이 있었고, 피고의 담당자들이 명시 또는 묵시적인 방법으로 동의를 강요하는 듯한 발언 등을 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 단순히 피고가 이 사건 설명회 당시 이 사건 각 동의서 양식을 이미 준비하여 비치해두었다는 사정 등만으로는 피고가 묵시적 방법으로 동의를 강요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⑤

원고들과 피고는 이 사건 각 설명회 당시 공식적인 토론시간이 있었는지관하여 다툴 뿐인데, ㉮ 피고는 이미 이 사건 각 설명회 이전에 이 사건 공지를 통해 근로자들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자료를 배포하였다는 점, ㉯ 특별히 피고만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구 고령자고용법에 개정에 따라 피고를 포함한 손해보험업계 전반적으로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도입된 것이라는 점, ㉰ 피고는 이 사건 공지나 이 사건 각 설명회 이전에 이미 피고의 복수노동조합 중 교섭대표노동조합 지위를 보유하고 있던 'E 노동조합 F지부'와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합의를 하였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노동조합의 조합원들 뿐만 아니라 조합원이 아닌 근로자들도 이 사건 각 설명회 이전에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을 예견하고 논의하였거나 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근로자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배경지식의 수준이나 관심 등에 따라 제도에 대한 이해의 정도 등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기준에 맞춰 이해하기에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고 설명 등을 하였다면 근로자들이 충분히 자율적으로 집단적 의사를 형성할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내용이 다른 손해보험회사들과 비교해 특별히 더 불이익하다고 평가할만한 내용이 아니라는 점에서 근로자들 사이에 별다른 이견이 없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설명회 당시 공식적인 토론시간이 부여되지 않았다고가정해보더라도 사용자인 피고가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을 하였다거나 이 사건 각 동의서를 두고 자율적으로 형성된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 의사가 아니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⑥

더 나아가, 이 사건 각 설명회에 참석하지 않고 동의서만 제출한 사람들이 일부 있었다고 하더라도, 설명회의 참석 여부를 고려하는 이유가 근로자들이 자신들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근로조건의 변경에 관하여 정확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고 볼 수 있고, 특별히 해당 근로자들이 이 사건 각 설명회에 참석하고자 하였음에도 피고가 업무 등을 이유로 불참을 강요한 상태에서 이 사건 각 동의서를 제출하도록 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앞서 본 사정들을 고려할 때 근로자들의 과반수의 동의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판단할 때 이러한 동의서들은 제하여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

⑦

특히 총 근로자 3,184명을 기준으로 이 사건 각 동의서의 제출률은 약 50.9%에 불과한데 사용자인 피고 측이 개입이나 간섭을 통하여 동의를 강요하였다면 나오기 힘든 낮은 수준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위와 같이 낮은 제출률(동의율)은 상당히 자유로운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이 사건 각 동의서의 제출여부를 결정하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 사정이라고 평가할 만한 요소이기도 하다. 이 사건 각 동의서 중 일부는 설명회 직후가 아닌 2~3일 정도 경과된 이후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다)

소결론

이 사건 개정은 근로자들에게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나 피고가 1,621명으로부터 이 사건 각 동의서를 받아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 따른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얻은 것으로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개정은 절차적 측면에서 유효하다.

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등을 위반하여 무효인지 여부

1)

관련 법리

고령자고용법은 제4조의4 제1항에서 '사업주는 모집·채용(제1호),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제2호), 교육 · 훈련(제3호), 배치·전보·승진(제4호), 퇴직·해고(제5호)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제1항을 적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외의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 및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6 제1항, 제4조의7 제1항, 제23조의3 제2항, 제24조 제1항의 내용과 고용의 영역에서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여 헌법상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는 고령자고용법상 차별 금지 조항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서 이에 반하는 내용을 정한 조항은 무효이다.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피고의 근로자들은 55세 도달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개별적인 업무성과 등에 상관없이 연장된 근무기간 동안 임금이 감액되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에 관하여 차등을 두는 경우에 해당한다.

한편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정년이 연장된 기간에 한하여 임금을 감액하는 이른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의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에 해당하여 연령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을 살펴보도록 한다.

나)

기초사실에 더하여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35호증, 을 제9, 15, 18호증의 각 기재, 앞서 든 증거들,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로 연령차별을 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등을 위반하여 무효라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구 고령자고용법은 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면서, 사업주로 하여금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 하되(제19조),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다(제19조의2). 이는 정년연장에 따라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이 증가할 것이 당연히 예상되므로, 정년연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신규 인력 채용의 감축 등의 반작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사업주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의무로도 규정한 것이다.

고용보험법령 역시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연장이 시행되기 전부터 정년연장에 따른 근로자의 임금 삭감 제도를 예정하고 이에 대한 지원금 제도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었으며(고용보험법 제23조,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8조<3>), 정년 연장이 시행될 무렵에는 구 고용보험법 시행령(2015. 12. 4. 대통령령 제26690호로 일부 개정되어 2015. 12. 31. 대통령령 제268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제28조의2<4>를 신설하여,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55세 이후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2018. 12. 31.까지 일정한 지원금을 지원하도록 규정하였다.

이를 종합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55세가 되는 해당 월의 말일'로 규정하였던 기존의 정년을 '60세가 되는 해당 월의 말일'로 정년을 연장하면서, 정년이 연장된 기간에 한하여 기존의 임금(피크임금, 적용연령 도달월)을 기준으로 일정비율로 감액(경영성과급 등은 제외)하는 방법으로 임금을 감액한 것이므로 이러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위 법 제19조의2 제1항의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그 목적의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2)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근로자들에게 과도하게 불이익한지에 관하여 보건대, ①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장된 근무기간에 한하여만 임금이 감액되는 점, ② 그 적용 시 매년 10%씩 누적적으로 임금이 감액되어 1년차는 90%, 2년차는 81%, 3년차는 73%, 4년차는 66%, 5년차는 59%를 지급받게 되는데, 이러한 감액률이 손해보헙업계의 다른 회사들에 비해 특별히 과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③ 금융업종에 해당하는 손해보험업계의 임금 수준이 해당 연령대 다른 업종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이 비해 높은 것으로 보이고, 감액된 임금을 기준으로 보아도 적은 금액이라 보기 어려운 점, ④ 복리후생의 적용이나 성과급 지급은 이전과 동일하므로 실질적인 감액률은 앞서 본 비율에 이르지 않는 점, ⑤ 피고의 복리후생 기준에 따라 원고들이 연장된 근무기간 동안 수령한 금액도 상당한 것으로 보이는 점<5>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근로자들에게 과도하게 불이익하다고 보기 어렵다.

(3)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와 함께 중간정산 효과가 있는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였으나, 원고들의 연장된 근무기간 동안 업무량이나 업무강도를 낮추기 위한 대상조치는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 사건 임금피크제와 같이 정년 연장에 연계하여 연장된 기간에 한하여 임금피크제가 실시되는 경우 정년 연장 자체가 임금 감액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라는 점,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라고 볼 수 있는 점, 앞서 본 실질감액률이 원고들이 정년 연장으로 얻을 수 있는 혜택에 비해 과다하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원고들은 '임금피크제가 적용된 후 노동강도가 더 강해지고, 인사평가에 있어서도 불이익한 대우를 받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증명할만한 증거는 전혀 제출되지 않았고, 오히려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과 함께 인사고과 중 최하위 등급인 'BG(Below Grade)등급'을 폐지하여 인사평가에 따른 근로자들의 불이익을 줄이고자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피고의 대상조치로 평가할 수 있다.

다.

소결론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 사건 개정에 절차적 위반이 있다거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등을 위반하여 무효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하는 원고들의 청구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현석(재판장) 안성민 장용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