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반도체소자 조립, 테스트 관련 제품의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운영하는 주식회사로, 1991. 6. 19. 설립되었다. 원고는 C생으로 1991년 D에 입사한 후 1998. 7. 1. 고용관계 승계에 따라 피고의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2023. 1. 31. 퇴사하였다.
피고의 임금피크제의 도입 경위
구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고령자고용법') 제19조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는 경우에는 그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3. 5. 22. 고령자고용법이 개정되어 같은 법 제19조 제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사업주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였다. 위 개정 규정은 같은 법 부칙(제11791호, 2013. 5. 22) 제1호에 따라 피고에 대하여 2016. 1. 1.부터 적용되었다.
피고는 근로자의 정년을 57세로 정하고 있었는데, 위와 같이 개정된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2016. 1. 1.부터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했다. 이에 피고는 2015. 5. 29. 피고 노동조합과 2016. 1. 1.부터 정년을 60세로 하고, 56세 이후부터 단계적으로 임금을 삭감하되(기본급 기준 56세 이후 90%, 57세 이후 81%, 58세 이후69%, 59세 이후 59%), 고정성 수당 및 복리후생적 비용은 현행유지하는 내용의 임금 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는 2016. 1. 1.부터 아래와 같은 내용의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을 제정하여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였다(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
이후 피고는 2021. 7. 8. 이 사건 운영규정 중 제10조를 다음과 같이 개정하였다.
원고에 대한 임금피크제의 적용
원고는 기존 정년인 57세가 되던 해인 2019년부터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대상자가 되었고, 2019. 1. 8. 피고로부터 근로조건 변경 및 임금피크제 적용에 동의할 것을 요구받아, 다음과 같은 내용의 동의서에 합의하였다.
원고는 위 근로조건변경안내서에 기재된 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년도인 2018년 기준급여 월 6,132,031원에서 매년 90%, 81%, 69%, 59%씩 감액된 급여를 지급받던 중, 2021년부터는 개정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에 따라 기준급여에서 매년 93%,86%, 78%, 70%씩 감액되는 기준을 적용받았다. 원고에게 실제 적용된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른 임금의 감액비율은 아래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3, 4, 을 1, 2, 3, 5~9,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요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사업주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는데, 위 규정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피고의 경영상태와 인력구조에 비추어 도입의 필요성과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으며, 퇴직 전 4년간 삭감되는 임금의 폭이 과도했던 반면, 이를 보전할 적절한 대상조치는 전혀 시행하지 않았으므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한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 근로자들을 차별하는 것이어서 위 규정에 반하여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라 감액된 임금 64,089,570원(원고가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기 직전 년도인 2018년 지급받은 총 급여 92,063,680원에서 위 기준급여에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원고가 실제 수령한 급여를 공제한 차액의 합계)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관련 법리
고령자고용법은 제4조의4 제1항에서 "사업주는 모집 · 채용(제1호),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제2호), 교육 · 훈련(제3호), 배치 · 전보 · 승진(제4호), 퇴직 ·해고(제5호)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제1항을 적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외의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 및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6 제1항, 제4조의7 제1항, 제23조의3 제2항, 제24조 제1항의 내용과 고용의 영역에서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여 헌법상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는 고령자고용법상 차별 금지 조항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서 이에 반하는 내용을 정한 조항은 무효이다.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 · 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관한 것이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효력을 판단할 때에도 참조할 수 있다.
구체적 판단
앞서 본 인정사실에 따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됨에 따라 정년퇴직일로부터 일정 시점에 도달한 연령의 근로자들은 그러한 사정만으로 임금이 감액되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에 관하여 차등을 두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강행규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근로자의 정년 연령을 기존의 57세에서 60세로 연장함과 아울러 정년이 연장된 기간 고령에 이른 근로자들의 급여를 순차적으로 감액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며, 고령자의 고용안정성을 높이고 사용자인 피고는 근로능력이 있는 근로자에게 일할 기회를 추가적으로 부여함과 동시에 풍부한 경험과 숙련도를 갖춘 인력을 경제적인 인건비로 고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도입된 것이다.
2013년 개정된 고령자고용법은 제19조의2 제1항에서 정년 연장 조치와 아울러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의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에게 그 사업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하였다. 이는 정년 연장에 따라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이 증가할 것이 당연히 예상되므로, 정년 연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신규 인력 채용의 감축 등의 반작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사업주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등의 의무로도 규정한 것이다.
고용보험법령 역시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이 시행되기 전부터 정년 연장에 따른 근로자의 임금 삭감 제도를 예정하고 이에 대한 지원금 제도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었으며(고용보험법 제23조,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8조), 정년 연장이 시행될 무렵에는 고용보험법 시행령에 제28조의2를 신설하여,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55세 이후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2018. 12. 31.까지 일정한 지원금을 지원하도록 규정하였다.
이처럼 관련 법령에서는 법정 정년 연장에 대응하여 일정 연령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체계 개편 조치를 예정하고 있는바, 정년을 연장하면서 정년 도래 3년 전부터 임금의 일부를 삭감하기로 하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의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의 합리적인 시행을 위해 도입된 조치로 정년 연장과 유기적 연관성을 가지므로, 비록 원고의 정년 연장이 법률 개정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기대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에게 유리한 정년 연장의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임금 감액만을 이유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원고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원고에게 적용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57세에서 60세로 연장하면서 피크임금 대비 56세의 임금을 90%, 57세의 임금을 81%, 58세의 임금을 78%, 59세의 임금을 70%로 감액하는 것으로 원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임금 총액의 측면에서는 더 많은 액수를 지급받게 되었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임금의 감액 비율과 속도가 완만하여 그 방법·정도가 적정한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고, 기본급과 기본급에 연동되는 수당 이외에 원고에 대한 고정성 수당 및 복리후생적 비용복지혜택은 그대로 유지되었으며,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임금피크제 직전 연봉을 기준으로 퇴직금 중간정산을 진행한 뒤 임금피크제 적용 시점부터 퇴직연금을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으로 변경 가입하도록 하여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인한 퇴직금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하기도 하였다.
한편, 원고는 임금 삭감에도 불구하고 임금피크 기간 동안 업무량이나 업무 강도 등이 저감되지 않았거나 오히려 증가하였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들의 업무량이나 업무 강도를 조정한다는 내용이 없기는 하다. 그러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의 업무량이나 업무 강도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이후 실제로 증가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데다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 배경이 된 정년 연장 자체가 근로자에게는 근로하면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추가적인 기회를 제공받는 가장 중요한 대상조치에 해당하는 점을 고려하면, 업무량이나 업무 강도 등에 관한 명시적인 저감조치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이 사건과 같이 정년 연장과 연계하여 임금피크제가 실시되는 경우 정년 연장 자체가 계속 재직하기를 희망하는 근로자들에게는 근로하면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추가적인 기회를 제공받는다는 점에서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고,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라고 볼 수 있으므로, 업무량이나 업무강도 등을 명시적으로 감소시키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무효라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유현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