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판결

울산지방법원 2024. 4. 17. 선고 2022가단117445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 없거나, 을 제1호증, 을 제2호증의 1 내지 6, 을 제3호증, 을 제7호증의 1 내지 5, 을 제13호증, 을 제14호증의 1 내지 6, 을 제16호증의 1, 2, 을 제17 내지 1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한다.

가.

피고는 화학제품, 고무제품, 플라스틱제품과 동 가공품 또는 부산물의 제조, 매매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원고들<1>은 아래와 같이 피고의 근로자로 일하다가 만 60세가 되어 정년퇴직하였다.

나.

구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는 경우에는 그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3. 5. 22.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이 개정되어 같은 법 제19조 제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사업주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였다.

다.

피고는 고령자고용법의 시행일인 2017. 1. 1. 취업규칙 제47조를 개정하여, 일반직 사원은 만 58세, 생산직과 기능직 사원은 만 55세였던 정년을 모두 만 60세에 도달한 해의 말일로 연장하였다. 나아가, 피고는 2017. 5. 18. 취업규칙 제47조 제2호를 신설하여 만 57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서, 만 57세 도달년도 1월 1일부터 만 60세 도달년도 말일까지 전년 기본급 기준 10%를 감액 적용하도록 하였다(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고 한다).

라.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여 원고들에게 정년퇴직 시까지 별지 기재와 같이 임금을 감축하여 지급하였다.

2.

원고들의 주장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2> 후<3>에 도입한 것으로서 이미 연장된 정년에 대한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하는데,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서 원고들을 비롯한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는 직원들의 업무를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전과 동일하게 수행하도록 하였음에도 업무 성과 등에 관계없이 임금을 일률적으로 삭감하였고,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만한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이후 신규 직원 채용 등 임금피크제의 실질적인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 조치도 전혀 없었다. 결국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반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에 해당하여 무효이고, 또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규정한 취업규칙은 근로자들인 원고들에게 불이익한 변경인데,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관한 절차적 요건(노동조합이 없는 경우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동의)이 흠결되어 무효이다. 결국 원고들에게는 개정 전 취업규칙과 급여규정이 적용되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그에 따라 덜 지급한 별지 합계란 기재 각 돈과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쟁점에 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제2호는 “사업주가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의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사람을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4조의6 제1항, 제4조의7 제1항, 제23조의3 제2항, 제24조 제1항의 내용과 고용의 영역에서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여 헌법상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는 고령자고용법상 차별 금지 조항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서 이에 반하는 내용을 정한 조항은 무효이다.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인지 여부

앞서 든 증거들과 그에 의한 인정사실, 을 제5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하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들, 즉 ➀ 원고들은 고령자고용법이 개정되기 이전인 2010. 3. 1. 피고에게 고용되었고, 고령자고용법이 개정되던 2013. 5. 22. 무렵에 나이가 만 51세 내지 53세였던 점, ➁ 그때까지 원고들은 55세<4> 또는 만 58세<5>에 정년퇴직할 것이 예정되어 있었고, 자신들 또한 그렇게 받아들였을 것인 점, ➂ 고령자고용법의 개정과 이에 따른 취업규칙 개정으로 정년이 60세로 늘어났고, 그로부터 약 4개월 정도 지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도입되었는데, 그 짧은 시간적 간격에 비추어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은 서로 연계되어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고, 이를 별개의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➃ 한편,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가 법정 정년의 연장에 따른 사업주의 부담을 경감하려는 취지에서 임금의 조정, 삭감을 예정하고 있는 점, ➄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기존에 만 55세 또는 만 58세였던 법정 정년이 만 60세로 연장되는 것에 대응하여 인건비 상승 부담을 완화하고자 시행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법정 정년의 연장과 전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정년을 연장하면서 임금을 삭감하는 형태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인지 여부

(1)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됨으로써 연장된 정년퇴직일로부터 3년 이전의 시점에 달한 일정한 연령의 근로자들은 개별적인 업무성과 등에 관계없이 오직 근로자가 일정한 연령에 이르렀다는 사정만으로 임금이 감액되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에 관하여 차등을 두는 경우에 해당한다.

(2)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과 그에 의한 인정사실, 을 제4, 6, 8 내지 12, 1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하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연령차별에 해당하고,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이 아니라고 봄이 타당하다.

(가)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①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령을 기존의 58세 또는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함과 아울러 정년이 연장된 기간 동안 고령에 이른 근로자들의 급여를 순차적으로 감액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고령자의 고용안정성을 높이고 사용자인 피고는 풍부한 경험과 숙련도를 갖춘 인력을 경제적인 인건비로 고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도입된 것으로, 그 목적의 타당성이 인정된다.

②

고령자고용법 제19조에서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하는 한편, 제19조의2를 신설하여 “제19조 제1항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말한다)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을 두었다.

이는 정년 연장의 법적 의무화를 계획할 당시부터 근로자의 정년 연장에 따라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이 증가할 것을 예상하고, 정년 연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 신규 인력 채용의 감축 등과 같은 부작용을 방지 또는 완화하기 위하여 사업주가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사업주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의무로도 규정한 것이다.

③

고용보험법령 역시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이 시행되기 전부터 정년 연장에 따른 근로자의 임금 삭감 제도를 예정하고 이에 대한 지원금 제도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었고(고용보험법 제23조,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8조<6> 참조), 정년 연장이 시행될 무렵에는 고용보험법 시행령(2015. 12. 4. 대통령령 제26690호로 일부 개정된 것)에 제28조의2<7>를 신설하여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55세 이후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2018. 12. 31.까지 일정한 지원금을 지원하도록 규정하였다.

④

이처럼 관련 법령에서는 법정 정년 연장에 대응하여 일정 연령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와 같은 임금체계 개편 조치를 이미 예정하고 있고, 특히 고용보험법령은 임금피크제 등으로 인해 정년이 연장된 근로자의 임금이 감액될 수도 있음을 예상하고 있었다.

(나)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의 합리적인 시행을 위해 도입된 조치로 정년 연장과 유기적 연관성을 갖는다. 따라서 비록 원고들의 정년 연장이 법률 개정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기대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에게 유리한 정년 연장의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임금 감액만을 이유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원고들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하다고 평가하고, 정년 연장은 배제한 채 이 사건 임금피크제만 따로 떼어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처럼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②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종전 정년인 ‘58세부터 연장된 2년 합계 3년’ 또는 ‘55세부터 연장된 5년 중 3년’의 기간에 한하여 직전 연령이 만료되는 날 기본급의 90%를 적용하여 지급하는 내용으로, 정년 연장된 기간에 대한 새로운 임금제도를 신설하였다고 볼 수 있다. 원고들은, ⅰ)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됨에 따라 기존 정년인 만 55세 이후 만 60세까지 5년간 근로의 제공과 임금 수령의 기회가 생겨 총 409.51%(= 만 56세 100% + 만 57세 90% + 만 58세 81% + 만 59세 72.9% + 만 60세 65.61%)의 임금을 더 지급받게 되었거나, 최소한 ⅱ)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됨에 따라 기존 정년인 58세의 임금이 10% 삭감되게 되었으나, 58세 이후 근로의 제공과 임금 수령의 기회가 생겨 정년퇴직 전 4년간 총 109.51%(= 만 57세 90% + 만 58세 81% + 만 59세 72.9% + 만 60세 65.61% - 100% - 100%)의 임금을 더 지급받게 되었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 이전보다 ‘임금 총액’ 측면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되었다.

③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른 임금 감액률은 임금피크제 적용 1년차(만 57세)에는 90%, 2년차(만 58세)에는 81%, 3년차(만 59세)에는 72.9%, 4년차(만 60세)에는 65.61%로 보수의 삭감 정도가 크지 않고,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들에 대한 복리 후생은 그대로 유지되거나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다)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이 사건과 같이 정년연장에 연계하여 임금피크제가 실시되는 경우 정년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고,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라고 볼 수 있으므로, 업무량이나 업무강도 등을 명시적으로 감소시키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다.

소결론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위반하여 무효이고,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관한 절차적 요건이 흠결되어 무효’라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나머지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이준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