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총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제1, 2항 기재와 같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변경 전 상호 K 주식회사)는 폐기물 처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2016년경 소속 근로자는 49명이며 근로자들의 노동조합은 존재하지 않았고, 당시 피고의 취업규칙에 따른 정년은 만 55세였다.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하는 내용으로 2013. 5. 22. 개정된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이 2017. 1. 1.자로 시행됨에 따라, 피고는 사내게시판에 ‘취업규칙 등 주요 규정 변경 설명회의 건’이라는 제목으로 2017년부터 시행되는 정년연장에 따른 취업규칙 관련 설명회 개최를 공고하였다.
2016. 6. 22. 대회의실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피고 소속 근로자 49명은 ‘2016. 6. 22.자로 제시된 취업규칙을 열람하고 동 규정의 변경내용(정년연령 및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충분히 숙지하고 이의가 없다’는 내용의 취업규칙 변경 동의서에 서명하였다. 라. 피고는 2016. 7. 12.경 피고의 취업규칙을 개정하여 만 55세부터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매년 10%씩 임금을 감액 지급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다.
위와 같이 개정된 피고의 취업규칙(이하 “이 사건 취업규칙”이라 한다)은 임금피크제(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 운영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원고 A는 E생으로 2009. 3. 1.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2022. 11. 6. 퇴사하였고, 원고 B은 F생으로 2002. 8. 24.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2022. 11. 15. 퇴사하였으며, 원고 C은 G생으로 2001. 7. 1.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2023. 8. 31. 퇴사하였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A에게 2,187,141원 및 이에 대하여 2022. 11. 21.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원고 B에게 1,014,698원 및 이에 대하여 2022. 11. 30.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원고 C에게 27,842,533원 및
그중 11,000,000원에 대하여 2022. 11. 22.부터 2023. 9. 14.까지는 연 12%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나머지 중 13,858,878원에 대하여 2023. 7. 12.부터 2023. 9. 14.까지는 연 12%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나머지 2,983,655원에 대하여 2023. 9.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항소취지
인정근거
당사자 사이에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1호증, 을 제1, 2, 4, 24 내지 26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음)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들의 주장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이 사건 취업규칙은 그 내용이 근로자들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된 것이므로, 취업규칙의 변경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사용자 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회의방식에 의해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거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취업규칙은 무효이다.
이 사건 취업규칙은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에서 정한 사업장 여건상 필요성이 없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이므로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무효인 이 사건 취업규칙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여 감액지급한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은 고령자고용법의 개정에 따라 정년이 60세로 연장된 것에 따른 것이므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이고, 이는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이 아니며, 이 사건 취업규칙의 개정에 대하여 근로자들에 대한 설명회를 거쳐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었으므로 절차적으로 유효하다. 또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그 도입에 합리적 이유가 있으므로 유효하다.
판단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의 절차적 하자 존부에 관한 판단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지 여부를 판단할 때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여러 요소 중 한 요소가 불이익하게 변경되더라도 그와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는 다른 요소가 유리하게 변경되는 경우라면 그와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8다255488 판결 등 참조). 한편,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때에는 근로자들의 회의 방식에 따른 과반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 회의 방식은 반드시 한 사업 또는 사업장의 전 근로자가 일시에 한자리에 집합하여 회의를 개최하는 방식만이 아니라 한 사업 또는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 부서별로 사용자 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상호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의견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도 허용된다고 할 것인데, 이때 사용자 측의 개입‧간섭이라 함은 사용자 측이 근로자들의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로 명시 또는 묵시적인 방법으로 동의를 강요하는 경우를 의미하고, 사용자 측이 단지 변경될 취업규칙의 내용을 근로자들에게 설명하고 홍보하는 데 그친 경우에는 사용자 측의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1다18322 판결 참조).
위 기초사실과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각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이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임금피크제는 근로자의 정년연장 또는 보장으로 고용안정을 도모하면서도 이에 따른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신규 채용을 증가시켜 청년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노사 간의 입장을 적절히 조율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만 55세로 규정하였던 기존의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하면서 도입된 것으로, 정년이 연장된 일부 기간 동안 고령에 이른 근로자들의 임금을 단계별로 일부 감액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바, 정년 연장 없이 기존에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정년을 보장해주는 것을 전제로 정년퇴직 전 일정 기간 동안 임금을 감액하는 이른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와 구별된다. 여기에다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도입된 경위 및 목적 등을 보태어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의 정년연장과 유기적 관련성을 가진 채로 도입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라고 봄이 타당하다.
고령자고용법이 2013. 5. 22. 개정되면서 신설된 제19조의2 제1항에 의하면, 고령자고용법 제19조 제1항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는 정년 연장에 따라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이 증가할 것이 당연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년 연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ㆍ신규 인력 채용의 감축 등의 반작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사업주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의무로 규정한 것이다. 나아가 고용보험법령 역시 고령자고용법의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이 시행되기 전부터 정년 연장에 따른 근로자의 임금 삭감 제도를 예정하고 이에 대한 지원금 제도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었다(고용보험법 제23조,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8조 제1호 참조). 특히 정년 연장이 시행될 무렵인 2015. 12. 4.에는 대통령령 제34048호로 고용보험법 시행령의 개정을 통하여 제28조의2 조항을 신설함으로써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55세 이후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2018. 12. 31.까지 일정한 지원금을 지원하도록 규정하였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 또한 위와 같은 고령자고용법의 개정에 따라 피고들의 근로자에 대한 정년을 연장함과 아울러 그에 따른 임금제도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시행된 것으로서,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에서 규정한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의 일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비록 원고들의 정년 연장이 고령자고용법의 개정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기대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유리한 정년 연장의 측면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임금의 감액만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개정된 법률을 따른 것이라는 이유로 정년 연장이 특별히 유리한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면서 연장된 정년 전의 임금 삭감만을 불리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정년 연장 및 그에 수반되는 임금체계 개편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기존 정년인 만 55세 이후에 적용되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피고의 근로자들이 기존 정년까지 지급받는 임금에는 변동이 없다. 피고의 근로자들은 이후 5년간 근로를 연장하면서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된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라 임금은 감액되나 감액되는 임금은 매년 10% 수준이고, 제수당, 상여금, 복리후생비는 감액되지 않으며 임금피크제적용 직전의 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금 중간정산도 가능하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이 피고의 근로자들에게 불이익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취업규칙에 대하여 2016. 6. 22.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었으므로 이 사건 취업규칙은 유효하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고령자고용법 위반 무효 여부에 관한 판단
고령자고용법은 제4조의4 제1항에서 “사업주는 모집ㆍ채용(제1호),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제2호), 교육ㆍ훈련(제3호), 배치ㆍ전보ㆍ승진(제4호), 퇴직ㆍ해고(제5호)의 각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제1항을 적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외의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 및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6 제1항, 제4조의7 제1항, 제23조의3 제2항, 제24조 제1항의 내용과 고용의 영역에서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여 헌법상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는 고령자고용법상 차별 금지 조항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서 이에 반하는 내용을 정한 조항은 무효이다.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ㆍ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기초사실에 의하면, 피고들의 근로자들 중 만 55세 이상의 근로자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정년인 만 60세까지 개별적인 업무성과 등에 상관없이 오직 근로자가 일정한 연령에 이르렀다는 사정만으로 임금이 감액되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에 관하여 차등을 두는 경우에 해당하기는 한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에다가 앞서 든 증거들을 포함하여 제출된 증거들에 비추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원고들을 차별한 것으로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앞서 3. 가의 2)에서 자세히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에서 규정한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의 일환이므로 그 목적의 타당성이 인정된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와 같이 정년 연장에 연계하여 연장된 기간에 한하여 임금피크제가 실시되는 경우, 정년 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피고의 근로자들이 기존 정년까지 지급받는 임금에는 변동이 없다. 기존 정년 이후 5년간 임금피크제에 따라 임금이 감액되나 감액되는 임금은 매년 10% 수준인바, 임금피크제를 도입, 운영하고 있는 다른 기업들의 사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감액 폭은 크지 않다. 또한 제수당, 상여금, 복리후생비는 감액되지 않으며 피고는 2017년 이후 근로자들에 대한 복리후생지원을 확대하였다. 다음으로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근로자들은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의 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금 중간정산도 가능하다.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에 의하면 ‘이 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하는 경우’는 연령차별금지의 예외에 해당한다. 정년연장을 위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에 대한 사용자의 인건비 부담을 경감시켜 사용자에 의한 고령자 조기퇴출 시도를 억제하고 연장된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고령자의 고용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므로, 고령 근로자 집단의 고용유지를 위한 지원조치로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의 연령차별금지의 예외에 해당하는 성질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절감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는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오로지 신규채용 근로자들의 인건비 확충만을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라고 할 수는 없으며, 달리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절감된 재원을 본래의 목적에 반하여 사용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나 자료는 찾을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절감된 재원이 본래 목적대로 사용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에 위반되어 무효라거나 이 사건 취업규칙이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원고들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소결
이 사건 취업규칙이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한 제1심 판결은 부당하므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장욱(재판장) 이정현 하정훈
사건정보
창원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4나109641
판결선고
2025. 4. 17.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