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군납 물자 및 장비와 동 부품에 대한 설계, 개조, 수리, 용역 및 군납품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다. 피고의 당초 상호는 ‘K 주식회사’였으며, 피고는 2015. 6. 29. ‘L 주식회사’로, 2016. 10. 10. 현재의 상호인 ‘J 주식회사’로 상호를 각 변경하였다.
원고들은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로 재직 중이거나 퇴직한 사람들이다.
피고의 임금피크제 도입 및 그 내용
피고는 당초 근로자들의 정년을 ‘만 55세가 되는 익월 1일’로 정하고 있었는데, 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구 고령자고용법’이라고 한다)이 개정됨에 따라 근로자의 정년이 만 60세로 늘어나게 되었으며, 2016. 1. 1.부터 피고의 사업장에 위와 같이 개정된 정년 규정이 적용되게 되었다.
이에 피고는 법 개정에 맞추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2014. 3. 14.경 그룹장과 팀장들에게 아래와 같이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2014년 임금조정 및 제도개선”안에 대하여 설명하였으며, 피고의 각 그룹장 및 팀장들은 피고의 위 “2014년 임금조정 및 제도개선”안에 대하여 부서원들에게 설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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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는 2014. 3. 24. 피고 근로자들로 구성된 노사협의회와 사이에,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만 55세 이후부터 5년간 전년 임금 기준의 10%씩 임금을 감액)를 도입하기로 하는 내용의 2014년도 임금조정 합의를 체결하였다.
피고는 2014. 3. 25.부터 2014. 4. 7.까지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 시행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취업규칙 변경안에 대한 동의의사를 취합하였고, 전체인원 1,739명 중 1,556명이 동의하였다(동의율 89.5%). 피고는 근로자들의 과반수 동의에 따라 2014. 6. 1. 정년을 ‘만 60세가 되는 익월 1일’로 연장하고 만 55세가 도래하는 날의 익월부터 임금피크제(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고 한다)를 도입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개정하고(이하 ‘이 사건 개정’이라고 한다) 2014. 7. 4. 취업규칙 변경신고를 하였으며, 2016. 1. 1.부터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실시하였다.
피고의 취업규칙 및 업무지원 매뉴얼 중 이 사건 임금피크제와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 등
원고들은 모두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대상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됨에 따라 피고는 각 연장된 근무기간 동안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른 감액비율대로 임금을 감액하여 지급하였고, 퇴직급여 또한 감액된 임금을 기준으로 원고들의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제도 계정에 부담금을 납입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 내지 7, 1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요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절차적 하자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취업규칙 개정은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므로, 개정을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3>에 따라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4>
그렇다면 피고는 피고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회의 방식에 의한 과반수 동의를 받았어야 하나, 이 사건 개정 당시 임금피크제 도입의 필요성이나 내용 등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근로자들 간에 집단적인 논의절차를 거치거나 찬반 의견을 교환할 기회도 부여하지 않은 절차상 위법이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이 개정된 취업규칙의 규정은 원고들에게 효력이 없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실체적 하자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오로지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하여 도입 목적의 타당성이 인정되지 않고, 임금피크제 적용 3년차부터는 휴업수당 이하의 임금을 받게 되는 등 근로자들이 입게 되는 불이익이 과다하며,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임금피크제로 인해 삭감된 재원을 신규 채용을 위해 사용하지도 않았으므로,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으로서 강행규정에 위배되어 효력이 없다.
임금 등 청구
위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무효임에도,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전제로 원고들에게 임금을 감액하여 지급하였고, 퇴직연금 부담금도 감액된 임금을 기준으로 납입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①미지급 임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구체적인 원고별 청구금액은 별지 1 ‘원고별 임금 청구액’표의 ‘청구액’란 각 기재와 같다), ②퇴직연금의 경우 미납입한 부담금에 해당하는 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각 퇴직연금 계정에 납입할 의무가 있다(구체적인 청구금액은 별지 2 ‘원고별 퇴직연금 추가 청구액’표의 각 연도별 ‘퇴직연금 추가납입액’란 각 기재와 같다).
판단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의 절차적 하자 인정 여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이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이란 사용자가 종전 취업규칙 규정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규정을 신설하여 근로조건이나 복무규율에 관한 근로자의 기득권ㆍ기득이익을 박탈하고 근로자에게 저하된 근로조건이나 강화된 복무규율을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1993. 8. 24. 선고 93다17898 판결 등 참조).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지 여부를 판단할 때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여러 요소 중 한 요소가 불이익하게 변경되더라도 그와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는 다른 요소가 유리하게 변경되는 경우라면 그와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1. 27. 선고 2001다42301 판결, 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8다255488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개정한 것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이 정당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 따른 동의가 필요하다.
피고는 정년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근로자들은 정년이 연장된 5년 동안 종전에 지급받을 수 없었던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감액되는 임금을 고려하더라도 근로자들이 정년까지 수령하게 되는 임금총액 자체가 증가된 측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근로자들은 정년까지 근로를 제공하고도 매년 일정 비율에 따라 감액된 임금을 수령하게 되므로, 임금 측면에서 보면 위와 같은 취업규칙 개정은 근로자들에게 저하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것에 해당한다.
이 사건 개정에 따라 근로자들은 연장된 근무기간 동안 근로를 추가로 제공하고 임금을 받을 수 있어 기존의 정년까지 근무하는 것보다 총액에 있어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새로운 이익이 발생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정년의 연장과 임금의 감액은 본래적 성질상 서로 대가관계에 있다거나 유기적ㆍ동종적 관련성이 있는 근로조건이라고 보기 어렵다.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정년의 연장과 임금의 감액은 그 기초가 다르고 산술적 비교도 불가능하여 그 변경이 전체적으로 불이익한지를 단정적으로 판단할 수도 없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개정이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는지는 여부는 정년연장 부분과 임금감액 부분을 개별적으로 판단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개정에 따른 정년연장 부분이 근로자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임금감액 부분까지도 불이익한 변경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
법률 규정에 의한 경우이든 노사 간 합의에 의한 경우이든 일단 정년을 연장하게 되면 이는 계속적 계약인 근로계약의 종기를 연장하여 갱신한 것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그 갱신된 기간에 대하여는 근로조건에 관한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갱신 전의 근로조건에 의하여 규율되는 것이 원칙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의 근로자들은 연장된 근무기간 동안 종전 기준, 즉 연장된 근무기간 시작 전 임금을 기준으로 기득의 이익을 가지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임금감액 부분이 연장된 근무기간에 한하여 적용된다고 하여 이를 두고 임금에 관한 규정이 전혀 없던 상태에서 피고가 연장된 근무기간에 관한 임금규정을 신설한 것이기 때문에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이 아니라고 보기 어렵다.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는 2013. 5. 22. 구 고령자고용법이 개정되면서 신설된 조항으로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정년연장에 따라 임금 감액이 수반되는 것은 구 고령자고용법 개정 당시 예정되었던 부분이고, 임금 감액으로 통해 신규 채용을 유지할 수 있다는 등의 사정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들은 연령에 따라 임금을 차별하는 것이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 고려해야할 사항이지, 이 사건 개정이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이어서 절차적 측면에서 근로자들의 동의가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
피고가 근로자 과반수로부터 적법한 동의를 얻었는지 여부
관련 법리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하고, 이러한 동의를 얻지 못한 취업규칙의 변경은 효력이 없으며, 그 동의의 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를 요하고, 회의방식에 의한 동의라 함은 사업 또는 한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 부서별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도 허용된다. 여기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라 함은 사용자측이 근로자들의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로 명시 또는 묵시적인 방법으로 동의를 강요하는 경우를 의미하고 사용자측이 단지 변경될 취업규칙의 내용을 근로자들에게 설명하고 홍보하는 데 그친 경우에는 사용자측의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32362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이 사건 개정 당시 피고의 근로자 과반수가 소속된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개정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위한 요건인 과반수 근로자의 동의에 있어 ‘과반수 근로자’라 함은 기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 집단의 과반수를 말하는 것인데, 이 사건 개정과 관련한 동의 대상자가 총 1,739명이었다는 사실에 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별다른 다툼이 없고, 피고가 위 동의 대상자 중 1,556명으로부터 이 사건 개정에 대한 동의서를 제출받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피고가 위 동의서를 받은 것을 두고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있었다고 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본다.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앞서 든 증거들과 을 제17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함에 있어 근로자 1,556명으로부터 동의서를 받아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 따른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얻은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반하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노동조합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던 피고는 2014. 3.경 노사협의회 성격을 지닌 M협의회와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논의를 하였고, 2014. 3. 14. 그룹장 및 팀장들을 대상으로 “2014년도 임금인상 및 제도변경”안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하였다. 위 설명회에서 피고 담당자는 임금피크제의 도입에 관한 설명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위 설명회에서 피고는 팀장 및 그룹장들과 질의응답시간을 가졌으며,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하여도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피고는 위 설명회에서 팀장 및 그룹장들에게 각 부서원 전체 대상으로 구두 설명 후 동의서를 회람하게 하고 개인별로 서명을 받게 하였다. 위 설명회의 설명자료에 의하면, 부서장이 먼저 부서원들에게 설명한 후 질문 및 토의시간을 가지는 등 회의방식으로 설명을 하도록 기재되어 있다.
피고는 설명회 10일 뒤인 2014. 3. 24. 노사협의회와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합의를 하였고, 다음날인 2014. 3. 25.부터 2014. 4. 7.까지 근로자들로부터 이름을 기재한 ‘사원 동의서’를 제출받는 방식으로 임금피크제 도입 등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투표를 진행하였는바,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설명회가 있었던 2014. 3. 14.부터 찬반투표 동의서 제출 마지막날인 2014. 4. 7.까지의 24일의 경과기간을 두고 경험칙상 부족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근로자들 사이의 회의 및 집단적 의견 교환 절차가 준수되었다고 볼 수 있다.
찬반투표용 사원 동의서에 “본인은 2016년 정년 60세 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하여 회사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들었고, 이후 부서원과 토의를 거친 결과 다음과 같이 찬성 또는 반대 의견을 자필 서명으로 표시합니다.”라고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 근로자들은 어떤 내용의 취업규칙 개정에 관한 것인지에 대하여 부서원과 토의를 거친 후 찬반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개정 투표결과를 살펴보면, 전체 근로자 1,739명 중 약 10%인 175명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고, 투표 참여자 중 8명이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하여 반대하거나 기권하는 등으로 무표처리 되었으며, 일부 근로자들은 2개의 투표항목 중 ‘임금피크제 도입’만 찬성하고 ‘창립기념일 휴무폐지’는 반대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투표결과에 의하면 사용자 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들은 구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라 피고에게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할 의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찬반투표를 하였고, 피고가 이에 대하여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설명회 설명자료나 질의응답자료에 의하면 2016. 1. 1.자 정년연장 법개정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낀 세대’<5>에 대한 배려조치에 관한 내용이 상당부분 할애되어 있는 점, N계열사<6>의 ‘낀 세대’ 정년연장 문제가 뉴스기사화가 될 정도로 사내에서 이슈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당시 피고 근로자들은 법개정을 통하여 정년이 연장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의 근로자들은 2014. 4.경 이 사건 개정에 찬반투표를 한 이후 이 사건 소제기가 이루어진 2022. 12.경까지 약 8년 동안 이 사건 개정절차의 절차적 하자에 대하여 특별히 문제를 제기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하여 무효인지 여부
관련 법리
구 고령자고용법(2020. 5. 26. 법률 제173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의4, 제4조의6 제1항, 제4조의7 제1항, 제23조의3 제2항, 제24조 제1항의 내용과 고용의 영역에서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여 헌법상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는 구 고령자고용법상 차별 금지 조항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서 이에 반하는 내용을 정한 조항은 무효이다.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ㆍ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임금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구체적 판단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피고의 근로자들은 만 55세에 도달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개별적인 업무성과 등에 상관없이 연장된 근무기간 동안 임금이 감액되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에 관하여 차등을 두는 경우에 해당한다.
한편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년이 연장된 기간에 한하여 임금을 감액하는 이른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의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에 해당하여 연령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을 살펴보아야 한다.
살피건대, 앞서 본 기초사실에 더하여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앞서 든 증거, 을 제8 내지 1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로 연령차별을 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으며,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나머지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피고는 당초 소속 근로자의 정년을 ‘만 55세가 되는 익월 1일’로 정하고 있었으나, 법정 정년을 만 60세 이상으로 연장하는 개정 고령자고용법이 시행되는 2016. 1. 1.부터는 근로자의 정년을 의무적으로 만 60세로 정해야 했다. 이에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하여 정년을 ‘만 60세가 되는 익월 1일’로 연장하였으므로, 그로 인한 피고의 인건비 부담이 상승할 것임은 당연히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피고의 입장에서는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있었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 목적은 피고 직원들의 정년을 연장함으로써 근로능력과 의지가 있는 고령자의 고용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정년 연장에 따라 사용자인 피고가 부담하게 될 막대한 규모의 추가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는 것으로서, 그 도입 목적의 타당성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정년이 연장된 것이 아니라 구 고령자고용법의 개정으로 정년이 연장된 것이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 그 자체는 ‘고령자고용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른,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 유지ㆍ촉진을 위한 지원조치’에 해당하지 않아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고령자고용법 및 고용보험법 등 관련 법령의 제ㆍ개정 경위와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 및 관련 법령 개정에 따라 도입된 정부의 임금피크제 지원금 제도 등은 모두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을 위하여 이루어진 조치로서, 위 구 고령자고용법 제19조 개정에 따른 법정 정년 연장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특정 연령집단인 고령 근로자의 고용 유지ㆍ촉진을 위한 지원조치’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한바,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구 고령자고용법은 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면서, 사업주로 하여금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 하되(제19조),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다(제19조의2). 이는 정년연장에 따라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이 증가할 것이 당연히 예상되므로, 정년연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ㆍ신규 인력 채용의 감축 등의 반작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사업주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의무로도 규정한 것이다.
고용보험법령 역시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연장이 시행되기 전부터 정년연장에 따른 근로자의 임금 삭감 제도를 예정하고 이에 대한 지원금 제도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었으며(고용보험법 제23조,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8조<7>), 정년연장이 시행될 무렵에는 구 고용보험법 시행령(2015. 12. 4. 대통령령 제26690호로 일부 개정되어 2015. 12. 31. 대통령령 제268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제28조의2<8>를 신설하여,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55세 이후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2018. 12. 31.까지 일정한 지원금을 지원하도록 규정하였다.
원고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및 대상 조치의 적정성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근로자들에게 과도하게 불이익한지에 관하여 보건대, ①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장된 근무기간에 한하여만 임금이 감액되는 점, ②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 시 매년 10%씩 누적적으로 임금이 감액되어 1년차는 90%, 2년차는 81%, 3년차는 73%, 4년차는 66%, 5년차는 60% 등 피크임금(100%) 기준으로 5년간 370%의 임금을 지급받게 되는데, 기존 정년인 ‘만 55세가 되는 익월 1일’에 정년이 도래하였다면 위 임금을 전혀 받을 수 없었던 점, ③위와 같은 감액률이 다른 회사들에 비해 특별히 과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④복리후생의 적용은 이전과 동일하므로 실질적인 감액률은 앞서 본 비율에 이르지 않는 점, ⑤퇴직연금을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하여 임금피크제 도입 직전 연봉을 기준으로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을 수 있게 하여 퇴직연금 수령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근로자들에게 과도하게 불이익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함에 있어 원고들의 연장된 근무기간 동안 업무량이나 업무강도를 낮추기 위한 대상조치를 특별히 시행한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 사건 임금피크제와 같이 정년 연장에 연계하여 연장된 기간에 한하여 임금피크제가 실시되는 경우 정년 연장 자체가 임금 감액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라는 점,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라고 볼 수 있는 점,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른 임금의 실질감액률이 원고들이 정년 연장으로 얻을 수 있는 혜택에 비해 과다하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감액된 재원의 사용처
이 사건과 같이 정년연장에 연계하여 임금피크제가 실시되는 경우 정년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고,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라고 볼 수 있다.
위 법리에서 제시한 판단기준 중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여부는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정년이 5년 연장되었고, 임금피크제 적용 기간인 5년 동안 피크임금의 370%의 급여를 받게 되는바, 그렇다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으로 임금피크제 시행 이전보다 더 많은 임금을 수령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피고에게 감액된 재원이 존재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소결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들을 차별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유효하다. 따라서 이에 반하는 원고들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은경(재판장) 김주형 안성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