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25. 8. 28. 선고 2024가합46893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

피고는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의료법 및 R의료원 설립과 운영에 관한 조례가 정하는 바에 의하여, 지역주민의 진료와 질병 등에 대한 임상연구, 의료요원의 훈련을 통하여 주민의 보건향상에 기여하고 지역의료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특수법인이다.

○

원고들은 피고에 소속되어 근무하다 퇴직한 사람들이다.

나.

임금피크제 도입의 경과 및 시행

○

구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는 경우에는 그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위 법률이 2013. 5. 22. 개정되어 같은 법 제19조는 제1항에서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 그 제2항에서 '사업주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게 되었고, 위 제19조의 개정규정은 부칙 단서, 제1호에 의하여 상시 30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공기관, 지방공기업법 제49조에 따른 지방공사 및 같은 법 제76조에 따른 지방공단에 대하여는 2016. 1. 1. 시행되었다.

○

행정자치부장관은 2015. 9.경 '지방출자·출연기관 임금피크제 도입 권고안'을 통해 출자 · 출연기관의 인건비 부담 증가를 해소하고, 근로자의 정년연장 또는 보장을 통한 고용안정을 도모하며, 임금피크제 절감 재원으로 신규채용을 증가시키기 위해 피고에게 임금피크제 도입을 권고하였다.

○

피고는 2015. 12. 30. 피고 소속 근로자의 과반수 이상으로 구성된 S노조 T지부와 임금피크제(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를 시행하기로 하는 합의 및 부속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 '이 사건 부속합의'라 한다)를 하였고,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

피고는 이 사건 합의에 따라 취업규칙을 개정하여 직원의 정년을 만 57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하였고, 2016. 3. 1. 보수규정을 개정하여 아래 내용과 같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대상자의 보수 조항을 신설하였다.

○

피고는 2018. 12. 28. 공로연수 운영지침을 제정하였고, 아래와 같은 내용의 공로연수제도를 도입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8, 9호증, 을 제10, 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요지

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의 개정에 따라 2016. 1. 1. 이후 피고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정년은 만 60세로 보장되는 상황이었으므로, 2016. 1. 1.부터 시행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정년의 연장 없이 임금 삭감 조치가 수반된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한다.

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그 도입 목적이 분명하지 않고, 임금 삭감조치에 대한 대상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신규채용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사실상 임금만 삭감하는 것이어서,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원고들을 차별한 것이므로 강행규정인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제2호<1>를 위반하여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표 기재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없었더라면 지급하였을 임금과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에 따라 감액된 임금, 퇴직금의 차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유형

임금피크제는 기존의 정년을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동안 삭감하는 형태의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와 기존의 정년을 연장하면서 해당 기간 동안의 임금을 피크 임금의 일정 비율만큼 감액하는 형태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로 구분된다.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하면서 이와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특정 연령집단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형태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는 법정 정년의 연장에 따른 사업주의 부담을 경감하려는 취지에서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예정하고 있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 또한 기존에만 57세였던 근로자의 정년이 만 60세로 연장되는 것에 대응하여 인건비 상승 등의 부담을 완화하고자 시행된 것이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과 정년연장의 유기적 관련성이 인정된다.

○

원고들은 고령자고용법이 개정되기 이전 시점에 이미 피고에 고용된 상태였고,

그때까지 자신의 정년을 만 57세로 여기고 있었으나 고령자고용법의 개정 및 이에 상응하여 체결된 노사합의에 의하여 그 정년이 만 60세로 연장되었다.

○

개정 고령자고용법 시행일인 2016. 1. 1.부터 시행된 임금피크제라 하더라도 노사협의 하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시점을 기준으로 기존보다 정년을 연장하였다면 이를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에 반하여 무효인지 여부

1)

관련 규정 및 법리

고령자고용법은 제4조의4 제1항에서 '사업주는 모집 · 채용(제1호),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제2호), 교육 · 훈련(제3호), 배치 · 전보 · 승진(제4호), 퇴직 · 해고(제5호)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제1항을 적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외의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 및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6 제1항, 제4조의7 제1항, 제23조의3 제2항, 제24조 제1항의 내용과 고용의 영역에서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여 헌법상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는 고령자고용법상 차별 금지 조항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서 이에 반하는 내용을 정한 조항은 무효이다.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 · 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위 대법원 판결의 법리는 이른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한 것이나, 이 사건과 같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하여도 참고기준이 될 수 있다.

2)

구체적 판단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됨에 따라 일정 연령에 도달한 피고 소속 근로자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정년에 이를 때까지 종전에 비하여 삭감된 임금을 지급받게 되는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다. 그러나 아래 가) 내지 라)항 기재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한 것 으로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유효하다.

가)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정당성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정년보장에 따른 임금체계의 개편으로서 고령자고용법의 목적에 부합하게 도입되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

○

피고는 상시 30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으로서 2016. 1. 1.부터는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근로자의 정년을 의무적으로 만 60세로 정해야 하였고, 그로 인한 인건비 상승 부담은 당연히 예상되는 상황이었으므로 피고로서는 정년연장에 따른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을 완화할 필요성이 있었다. 이러한 사정으로 도입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기존의 정년 연령을 만 57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함과 아울러 정년이 연장된 기간 동안 고령에 이른 근로자들의 급여를 순차적으로 감액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바, 노사 간의 합의를 통해 일정 연령을 기준으로 임금을 조정하고 소정의 기간 동안 고용을 보장함으로써 고령자의 고용안정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고령자고용법은 사업주로 하여금 정년을 만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하되(제19조),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는바(제19조의2), 이는 정년연장에 따라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이 증가할 것이 당연히 예상되므로, 정년연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 · 신규 인력 채용의 감축 등의 반작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사업주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의무로도 규정하였다.

○

고용보험법령 역시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연장이 시행되기 전부터 정년 연장에 따른 근로자의 임금삭감 제도를 예정하고 이에 대한 지원금 제도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었다(고용보험법 제23조,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8조).

○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법상 임금체계 개편조치 의무화'를 그 도입의 이유로 설명(갑 제1호증 제1쪽)하였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해 기존 정년인 만 57세를 만 60세로 연장한 점에 비추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은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에 해당한다.

나)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모아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서 정한 임금감액률에 따른 불이익은 실제 그 감액률보다 불이익의 정도가 더 적다고 보이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불이익이 과다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서 원고들을 포함한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들에게 상여금, 명절휴가비, 각종보조비의 지급뿐 아니라 복리후생 제도를 다른 근로자와 차이가 없이 적용해 온 것으로 보인다.

○

피고의 보수규정 제8조의2 제3호는 '여비, 일·숙직 수당, 직책수행비, 학비보조수당, 인센티브 성과급 그리고 의료원장이 인정하는 항목은 임금피크제에 따른 감액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정하고 있다.

○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임금조정기간은 3년,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3년간의 임금 감액비율(1년차 5%, 2년차 10%, 3년차 15%) 합계는 타 지방출자·출연기관의 임금피크제 평균 적용기간 2.7년, 임금 감액 비율(1년차 19.7%, 2년차 26,6%, 3년차 32.89%) 합계(갑 제1호증 제2쪽)와 비교해 보더라도 보수의 삭감 정도가 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 피고의 보수규정 제8조의2 제4항은 '임금피크제 적용기준일 이후 노사간 임금협상 및 승진에 따른 임금인상이 발생한 경우에는 임금피크제 최초 적용년도 직전 호봉을 기준으로 인상율을 적용하여 임금피크제 감액금액을 조정한다'고 정하고 있어 이 사건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들은 임금협약에 따른 임금인상율을 적용받을 수 있고 그에 따른 기본급 상승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임금 삭감에 대한 적정한 대상조치가 도입되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

○

피고는 이 사건 부속합의에서 정한 바와 같이 2018. 12. 28. 공로연수제도를 도입하면서 정년퇴직예정자를 대상으로 퇴직 이후의 재취업 활동이나 노후설계 등을 위하여 최장 6개월 기간 동안 출·퇴근 및 근로제공의 의무를 면제하여 주는 일종의 공로연수 방식의 특별휴가를 제공하였고, 실제 원고 I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은 공로연수제도를 통하여 6개월의 특별휴가를 사용하였는바, 이는 실질적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발생하는 불이익을 완화하는 대상조치로서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이후 업무경감 조치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이 정년연장에 연계하여 임금피크제가 실시되는 경우 정년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고,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라고 볼 수 있는데,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근로자들에게 반드시 별도 직군을 부여하거나 업무강도를 경감하여 줄 법적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에 따라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들의 업무량이나 업무강도 등을 명시적으로 감소시키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라)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여부

을 제1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합하여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 이전인 2014년, 2015년 피고의 신규채용 인원은 각 106명, 132명이었으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이후인 2016년부터 2022년까지 피고의 신규채용 인원은 최소120명에서 최대 208명으로 신규채용 규모가 점차 확대된 사실이 인정된다.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을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청년일자리창출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

소결론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하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모두 기각한다.

판사 이상윤(재판장) 박정미 길선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