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판결

인천지방법원 2024. 9. 12. 선고 2023나55910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7,166,937원 및 이에 대하여 2021. 8. 26.부터 2024. 9. 12.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 중 70%는 피고가, 나머지 30%는 원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의 금전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C은 1992년경부터 ‘D’이라는 상호로 금형제조업을 하는 개인사업체를 운영하여 오다가 2014. 8. 27. 피고를 설립하였다. 피고는 C이 운영하던 위 D 사업장의 인적 근로계약관계를 그대로 인수받았다.

나.

원고는 2002. 10. 14. C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위 D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였고, 사업의 운영주체가 C 개인에서 피고로 전환된 이후에도 같은 사업장에서 계속 근로를 제공하였다.

다.

한편 C은 2008. 12. 31.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의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서(이하 ‘이 사건 신청서’라 한다)와 퇴직금 지급확인 영수증(이하 ‘이 사건 영수증’이라 한다)에 서명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고, 원고는 그 요청에 응하여 같은 날 이 사건 신청서와 이 사건 영수증의 각 신청인 란에 각 원고의 이름을 쓰고, 서명을 한 후 C에게 교부하였다.

라.

원고는 2021. 8. 11. 피고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고 같은 날 퇴직하였다.

마.

피고는 원고가 2002. 10. 14.부터 2008. 12. 31.까지의 퇴직금은 중간정산 받았음을 전제로 원고의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근속기간을 2009. 1. 1.부터 2021. 8. 10.까지로 하여 원고에게 지급할 퇴직금을 49,013,235원(소득세, 지방소득세를 공제하면 48,059,775원)으로 산정하고, 원고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2021. 9. 15. 40,000,000원, 2022. 1. 7. 12,287,072원을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6, 10 내지 17호증, 을 제2, 3, 4,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피고의 본안전 항변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의 주장

2002. 10. 14.부터 원고의 근속기간을 산정하여 퇴직금을 계산하여야 함을 전제로 미지급된 퇴직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2008. 12. 31. ‘중간정산 지급받은 퇴직금과 관련하여 향후 민, 형사상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확약한다’는 내용의 이 사건 신청서와 이 사건 영수증에 서명함으로써 중간정산 받은 퇴직금과 관련하여 부제소합의를 하였으므로, 이 사건 소는 부제소합의에 반하여 부적법하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장래 발생할 임금이나 퇴직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거나 사전에 그에 관한 민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특약은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어 무효이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반면에 이미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이나 퇴직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져 있으므로 근로자가 이를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이상(대법원 2019. 4. 23. 선고 2014다27807 판결 참조) 이에 관한 부제소합의는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경우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부제소합의는 당사자가 처분할 수 있는 특정된 법률관계에 관한 것으로서 그 합의 당시 각 당사자가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다(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0다65086 판결 등 참조).

원고가 2008. 12. 31. 이 사건 신청서와 이 사건 영수증에 서명을 하였고, 이 사건 신청서와 이 사건 영수증에 원고가 2002. 10. 14.부터 2008. 12. 31.까지의 중간 정산된 퇴직금에 대하여 향후 민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살피건대 이 사건 신청서와 이 사건 영수증에 기재된 위 부제소합의의 내용은 원고가 2008. 12. 31. 기준으로 퇴직금을 중간정산 받았고, 2002. 10. 14.부터 2008. 12. 31.까지 중간정산 받은 퇴직금과 관련하여 민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으로서 이는 구체적으로 산정 가능한 2002. 10. 14.부터 2008. 12. 31.까지의 중간정산 퇴직금에 관한 것이기는 하나, 아래 3의 나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① 이 사건 신청서와 이 사건 영수증은 원고가 원고의 필요에 의하여 퇴직금 중간정산을 요구하여 작성된 것이 아니라 C이 사업의 경영과 관련한 필요에 따라 작성을 요청하여 작성된 것인 점, ② 이 사건 신청서와 이 사건 영수증의 작성 당시 원고와 C이 2002. 10. 14.부터 2008. 12. 31.까지의 중간 정산된 퇴직금의 구체적인 액수를 산정하여 보았거나 산정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보이지 않고, 나아가 원고가 실제로 중간 정산된 퇴직금을 지급받았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③ C은 경영상의 필요에 기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신청서와 이 사건 영수증의 작성을 요구하였고, 원고 역시 계속 근무할 것을 전제로 형식상 작성하는 서류로 생각하여 이 사건 신청서와 이 사건 영수증에 서명한 것으로 보이는바, 이와 같은 이 사건 신청서와 이 사건 영수증 작성 경위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향후 실제로 퇴직하는 시점에 C이 2002. 10. 14.부터 2008. 12. 31.까지의 중간정산 퇴직금을 지급한 것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는 것까지 예상하고 그와 같은 상황에 이르더라도 C의 퇴직금 산정이 근로기준법,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반하는 것인지 여부를 다툴 수 있는 재판청구권을 포기한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신청서와 이 사건 영수증의 부제소합의는 당시 예상 가능한 구체적인 중간 정산 퇴직금청구권에 관하여 원고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위 부제소합의가 유효함을 전제로 하는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3.

본안에 대한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원고의 퇴직금은 2002. 10. 14.부터 2021. 8. 10.까지를 근속기간으로 하여 산정하여야 하는바, 위 기간을 기초로 산정한 원고의 퇴직금은 85,558,156원이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으로 53,251,818원만을 지급하였으므로, 미지급한 퇴직금 32,306,338원(= 85,558,156원 – 53,251,818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피고는 원고에게 발생한 68일분에 해당하는 연차에 관한 연차휴가수당 8,849,792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또한 연말정산을 통한 정산금 8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퇴직금, 연차휴가수당, 연말정산금 합계 41,956,130원(= 32,306,338원 + 8,849,792원 + 8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퇴직한 날 다음날인 2021. 8. 11.부터 14일이 경과한 2021. 8. 25.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의 주장

피고는 2002. 10. 14.부터 2008. 12. 31.까지 매월 임금에 포함하여 분할 계산된 퇴직금을 지급하여 왔고, 원고 역시 2008. 12. 31. 이 사건 신청서와 이 사건 영수증을 작성함으로써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은 것에 동의하였다. 따라서 원고의 퇴직금은 재직기간을 2009. 1. 1.부터 2021. 8. 10.까지로 하여 계산하여야 하고, 그 경우 원고의 퇴직금은 소득세 등 공제 후 48,059,775원인데, 피고가 원고에게 2021. 9. 15. 40,000,000원, 2022. 1. 17. 12,287,072원을 지급함으로써 위 퇴직금은 모두 지급되었고, 오히려 피고가 원고에게 4,227,297원을 초과 지급하였다. 설령 원고의 퇴직금을 2002. 10. 14.부터 기산하여 계산한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2002. 10. 14.부터 2008. 12. 31.까지 기지급한 퇴직금은 부당이득으로 반환되어야 하므로 기지급된 퇴직금 액수<1>만큼은 상계되어야 한다.

나아가 최근 3년간 발생한 연차일수 중 미사용 연차일수가 50.5일이라고 보더라도 연차휴가수당은 5,436,224원인데, 피고는 원고의 퇴직 직전인 2020년 12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원고에게 임금 외에 추가로 3,270,000원을 지급하였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퇴직금 명목으로 초과로 지급한 4,227,297원을 감안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7,497,297원(= 4,227,297원 + 3,270,000원)을 초과로 지급한 것이므로, 미지급한 연차휴가수당에서 위 초과 지급액을 공제하면 피고가 미지급한 연차휴가수당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피고가 원고에게 연말정산금 중 미지급한 돈도 없다.

나.

판단

1)

미지급 퇴직금에 대하여

가)

2008. 12. 31.자 퇴직금 중간정산의 효력

구 근로기준법(2005. 1. 27. 법률 제73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근로기준법’이라 한다) 제34조 제3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에 당해 근로자가 계속 근로한 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 이 경우 미리 정산하여 지급한 후의 퇴직금 산정을 위한 계속근로연수는 정산시점부터 새로이 기산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퇴직금 중간정산 제도의 입법 취지와 퇴직금의 성격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반드시 근로자가 먼저 중간정산을 적극적으로 요구한 경우에만 퇴직금 중간정산 합의가 유효한 것은 아니며, 퇴직금 중간정산 합의가 개별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면 퇴직금 중간정산은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2다41045 판결 참조).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란 근로자의 개별성, 자의성에 근거한 것으로서, 퇴직금 중간정산이 유효하려면 근로자의 상황, 필요, 의사 등에 의해 근로자가 퇴직금 중 간정산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갑 제21호증의 1, 2, 을 제8, 9호증의 각 기재 및 당심 증인 E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 즉, ① D의 근로자 중 1인인 E 역시 2008. 12. 31. C의 요청을 받고 이 사건 신청서와 이 사건 영수증과 같은 형식의 퇴직금 중간정산신청서와 퇴직금 지급확인 영수증에 서명을 한 사실, ② 원고와 E이 2008. 12. 31. 각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아야 할 사정이 있었다거나 그 무렵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고자 하는 의사가 있었다고 볼 자료는 없는 점, ③ 피고는 이 사건 신청서와 이 사건 영수증을 받게 된 경위에 대하여 ‘2008. 12. 31.경까지 매월 임금에 퇴직금을 포함하여 분할하여 지급하여 왔는데, 노무사로부터 퇴직금 분할 지급이 위법하다는 조언을 받고 향후 퇴직금을 분할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기지급된 퇴직금에 관한 법률관계를 정리하기 위함이었다’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피고의 주장은 원고의 개별적인 사정에 기한 자발적인 퇴직금 중간정산 요청이 아님을 전제로 하는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은 원고의 필요에 의해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2008. 12. 31.자 퇴직금 중간정산은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나)

원고의 퇴직금 액수

퇴직금은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으로 산정되고(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1항), 평균임금은 이를 산정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3개월 동안에 그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을 말하며(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6호), 위와 같이 산출된 금액이 그 근로자의 통상임금보다 적으면 그 통상임금액을 평균임금으로 한다(근로기준법 제2조 제2항).

갑 제1 내지 6, 10 내지 15, 17 내지 20호증의 각 기재, 제1심법원의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인천북부지청에 대한 문서제출명령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가 퇴직 이전 3개월 동안 지급받은 임금 총액은 별지 퇴직금 계산표 기재와 같이 합계 11,913,608원이고, 위 3개월 동안의 임금 총액을 위 기간 동안의 총일수인 92일로 나누면 그 금액이 별지 퇴직금 계산표 기재와 같이 129,495.74원이 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원고의 위 기간 동안의 통상임금은 아래 2)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130,624원이므로, 원고의 1일 평균임금이 1일 통상임금에 미달하게 되어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산정하여야 한다.

원고의 1일 통상임금 130,624원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산정하면 원고의 퇴직금 액수는 별지 퇴직금 계산표 기재와 같이 73,822,243원임을 인정할 수 있다.

다)

미지급 퇴직금의 범위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퇴직금은 73,822,243원이고, 원고가 피고로부터 퇴직금으로 53,251,818원을 지급받았음을 자인하고 있으므로, 결국 피고가 원고에게 미지급한 퇴직금은 20,570,425원(= 73,822,243원 – 53,251,818원)이다.

라)

원고가 중간정산 받은 퇴직금의 존부

구 근로기준법은 제34조 제1항에서 “사용자는 계속근로년수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제도를 설정하여야 한다. 다만 근로년수가 1년 미만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제3항 전문에서 “사용자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에 당해 근로자가 계속 근로한 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법조항의 “퇴직금”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 제공에 대한 임금 일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축적하였다가 이를 기본적 재원으로 하여 근로자가 1년 이상 근무하고 퇴직할 때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서, 본질적으로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지니는 것이므로(대법원 2007. 3. 30. 선고 2004다8333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퇴직금의 지급청구권은 퇴직금 중간정산이 유효하게 성립하는 경우가 아닌 한 근로계약이 존속하는 동안에는 발생할 여지가 없다. 따라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구 근로기준법 제34조 제3항 전문 소정의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구 근로기준법 제34조에 위배되어 무효이고(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0다27671 판결, 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7도4171 판결 등 참조),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한편, 구 근로기준법 제18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원으로서,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하고 그 지급에 관하여 사용자가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관행 등에 따라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1999. 9. 3. 선고 98다34393 판결, 대법원 2006. 12. 8. 선고 2006다48229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근로관계의 계속 중에 퇴직금 분할 약정에 의하여 월급이나 일당과는 별도로 실질적으로 퇴직금을 미리 지급하기로 한 경우 이는 어디까지나 위 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것인바, 그것이 위와 같은 이유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사용자는 본래 퇴직금 명목에 해당하는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었던 것이 아니므로, 위 약정에 의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구 근로기준법 제18조 소정의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이처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법 제18조 소정의 임금 지급으로서의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다면,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위 금원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취지를 감안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것인바,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당해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8다9150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원고와 피고 사이에 2002. 10. 14.부터 2008. 12. 31.까지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하고, 원고가 피고로부터 위 기간 동안 실제로 지급받은 분할 퇴직금이 있어 이를 원고의 퇴직금에서 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본다. 살피건대 앞서 든 각 증거들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가 작성한 이 사건 신청서나 이 사건 영수증의 기재만으로는 매월 분할 지급된 퇴직금이나 2002. 10. 14.부터 2008. 12. 31.까지 지급된 퇴직금의 액수를 확인할 수 없는 점, ② 원고는 2002. 10. 14.부터 2008. 12. 31.까지 분할 지급된 퇴직금의 액수를 확인할 수 있는 월급명세서 등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원고가 제출한 급여이체내역에서 급여와 구분되는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확인할 수 없는 점, ④ 2008년도와 2009년도에 원고에게 지급된 급여액이 2,500,000원으로 동일한 바 이는 2008. 12. 31.까지만 분할 퇴직금을 지급하여 왔다는 피고의 주장에 반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을 제1 내지 1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를 모두 종합하여 보더라도, 원고와 피고 사이에 2002. 10. 14.부터 2008. 12. 31.까지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하였고, 이에 기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실제로 퇴직금을 분할 지급하여 왔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의 실질적 퇴직금 분할 약정에 기해 지급된 분할 퇴직금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퇴직금에서 중간정산 받은 분할 퇴직금을 공제하여야 한다고 볼 수 없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2)

미사용 연차휴가수당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본문은 “사용자는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어야 하고, 그 기간에 대하여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통상임금 또는 평균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연차휴가기간에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보아 지급되어야 하는 연차휴가수당은 취업규칙 등에서 산정 기준을 정하지 않았다면, 그 성질상 통상 임금을 기초로 하여 산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근로자가 연차휴가에 관한 권리를 취득한 후 1년 이내에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아니하거나 1년이 지나기 전에 퇴직하는 등의 사유로 인하여 더 이상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경우에 연차휴가일수에 상응하는 임금인 연차휴가수당을 청구할 수 있는데, 이러한 연차휴가수당 역시 취업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다면 마찬가지로 통상임금을 기초로 하여 산정할 수당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19. 10. 18. 선고 2018다239110 판결 등 참조).

한편 월급 금액으로 정한 임금의 시간급 통상임금은 그 금액을 ‘월의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 수’로 나누어 구하는데, ‘월의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 수’는 1주의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 수(주의 소정근로시간과 소정근로시간 외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을 합산한 시간)에 1년 동안의 평균 주의 수를 곱한 시간을 12로 나눈 시간을 의미한다(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2항 제4호). 월급 금액에는 주휴수당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시간급 통상임금은 월급액을 월소정근로시간과 주휴일에 해당하는 근로시간수를 더한 시간으로 나눈 금액으로 산출되고, 결국 월급여액을 209시간으로 나눈 금액이다.

앞서 든 각 증거들과 제1심법원의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인천북부지청장에 대한 문서제출명령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의 월 통상임금은 3,412,500원(= 기본금 2,612,500원 + 고정수당 800,000원)인 사실, 원고의 퇴직일 기준으로 원고가 미사용한 연차휴가일수는 50.5일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의 시간당 통상임금은 16,328원(= 월 통상임금 3,412,500원/209시간)이고, 원고의 1일 통상임금은 130,624원(= 16,328원 × 8시간)이므로, 미사용 연차휴가수당은 6,596,512원(= 130,624원 × 50.5)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자신이 이미 원고에게 초과지급한 임금, 퇴직금이 있어 그 초과지급금을 공제하면 미지급된 연차휴가수당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피고가 제출한 모든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피고가 원고에게 위 주장과 같이 초과로 지급한 임금 또는 퇴직금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미지급 연말정산금에 대하여

근로소득세액의 연말정산에 의한 환급금은 당해 연도에 이미 원천징수하여 납부한 소득세가 당해 종합소득산출세액에서 소득세법에 따른 세액공제를 한 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액을 당해 근로자에게 소득세법 시행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환급하는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 제36조에 정한 ‘그 밖에 일체의 금품’에 해당하여 근로자에게 귀속되어야 할 것이나, 원고에게 1년치 연말정산금 800,000원이 발생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4)

소결론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퇴직금 20,570,425원과 미사용 연차휴가수당 6,596,512원을 합한 27,166,937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지연손해금의 기산일에 대하여 보건대, 연차휴가수당에 대한 지연손해금은 재직기간 중인 경우 연차사용 가능기간이 종료된 이후의 급여 지급기일 다음 날에, 퇴직시에는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후에 기산하고, 근로기준법 제37조,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17조에 따라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후부터 근로기준법상의 지연손해금률이 적용된다. 또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하 ‘퇴직급여법’이라 한다) 제9조 제1항에 의하면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하므로, 퇴직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은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때부터 발생한다.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퇴직으로 발생한 퇴직금 및 연차휴가수당에 대한 지연손해금은 원고의 퇴직일인 2021. 8. 11.부터 14일이 경과한 다음날인 2021. 8. 26.부터 발생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가 퇴직한 날인 2021. 8. 11.부터 2021. 8. 25.까지 상법이 정한 연 6%의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부분의 원고 주장은 이유 없다.

그리고 근로기준법 제37조 제1항, 제2항,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17조, 제18조 제3호의 각 규정에 의하면, 사용자는 임금 및 퇴직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한 경우 그 다음 날부터 지급하는 날까지의 지연일수에 대하여 연 100분의 20의 이율에 따른 지연이자를 지급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 지급이 지연되고 있는 임금 및 퇴직금의 전부 또는 일부의 존부를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서 다투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사유가 존속하는 기간에 대하여는 위와 같은 이율에 따른 지연이자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대법원 2021. 7. 21. 선고 2021다225845 판결, 대법원 2021. 6. 10. 선고 2021다212771 판결 등 참조).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원고가 퇴직한 날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다음날인 2021. 8. 26.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 및 퇴직급여법이 정한 연 20%의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나, 원고의 퇴직금 및 연차휴가수당 청구가 일부만 인정되어 피고가 퇴직금 및 미사용 연차휴가수당의 존부 및 범위를 다투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되므로, 2021. 8. 26.부터 이 법원 판결 선고일인 2024. 9. 12.까지는 상법에서 정한 연 6%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적용하여야 하고, 이를 초과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27,166,937원 및 이에 대하여 2021. 8. 26.부터 2024. 9. 12.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판결 중 위에서 지급을 명한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여 피고에게 위 금액의 지급을 명하고,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민영(재판장) 박정운 권성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