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방법원판결

창원지방법원 2024. 11. 27. 선고 2022가단127538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피고는 발전설비, 석유화학설비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하고 있는 회사이고(기존 상호는 ‘Z 주식회사’였으나, 2022. 3. 29. 현재의 상호로 변경되었다), 원고들은 피고에게 고용되어 기술직 근로자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사람들이다.

한편 AA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은 금속산업 분야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하여 설립된 전국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이 사건 노동조합 내 AB 지회에는 피고의 근로자 과반수가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다.

나.

피고는 당초 기술직 근로자들의 정년을 만 56세로 정하고 있었는데, 피고의 기술직 근로자들은 정년을 연장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에 피고는 2012. 7. 3.경 이 사건 노동조합과 사이에 기술직 근로자들의 정년을 만 58세로 연장하되, 그 연장된 정년기간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1>

다.

이후 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고만 한다)이 개정됨에 따라 근로자의 정년이 만 60세로 의무화되었고, 위 규정은 2016. 1. 1.부터 피고의 사업장에 적용되었다. 이에 피고는 2013. 8. 27.경 이 사건 노동조합과 사이에 기술직 근로자들의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하되, 그 연장된 정년기간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라.

그 후 피고는 2014. 12. 30., 2016. 12. 15., 2017. 8. 17. 및 2018. 8. 27. 각각 이 사건 노동조합과 사이에 임금체계 개편 내지 임금피크제 개선 등을 내용으로 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하는데, 각 단체협약 중 임금피크제와 관련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이하, 피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 사이에 체결된 위 각 단체협약 중 임금피크제에 관한 합의내용을 통틀어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고만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1, 2, 3, 5, 6, 7, 9, 1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원고들을 차별하는 것이므로, 강행규정인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라 감액함으로서 미지급한 임금 차액 및 이를 토대로 재산정한 미지급 퇴직금 차액을 합한 금액에 해당하는 별지 표기재 ‘청구금액’란 기재 각 해당 금액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1)

고령자고용법은 제4조의4 제1항에서 “사업주는 모집ㆍ채용(제1호),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제2호), 교육·훈련(제3호), 배치·전보·승진(제4호), 퇴직·해고(제5호)의 각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제1항을 적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외의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 및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6 제1항, 제4조의7 제1항, 제23조의3 제2항, 제24조 제1항의 내용과 고용의 영역에서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여 헌법상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는 고령자고용법상 차별 금지 조항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서 이에 반하는 내용을 정한 조항은 무효이다.

2)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위 법리는 이른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한 것이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과 같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하여도 하나의 참고 기준이 될 수 있다.

나.

구체적 판단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만 57세 내지 만 60세에 도달한 피고의 기술직 근로자들은 정년인 ‘만 60세가 되는 해의 12월 31일’까지 개별적인 업무성과 등에 관계 없이 오직 근로자가 일정한 연령에 이르렀다는 사정만으로 상여금(생산성향상수당, 복지향상지원금)이 감액되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에 관하여 차등을 두는 경우에 해당하기는 한다.

그러나 위 기초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을 제11 내지 1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들 내지 사정들을 위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이나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위반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이와 달리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강행규정에 위반되어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1)

고령자고용법이 2013. 5. 22. 개정되면서 신설된 제19조의2 제1항에 의하면, 고령자고용법 제19조 제1항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는 정년 연장에 따라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이 증가할 것이 당연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년 연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신규 인력 채용의 감축 등의 반작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사업주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의무로 규정한 것이다.

나아가 고용보험법령 역시 고령자고용법의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이 시행되기 전부터 정년 연장에 따른 근로자의 임금 삭감 제도를 예정하고 이에 대한 지원금 제도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었다(고용보험법 제23조<2>,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8조 제1호<3> 참조). 특히 정년 연장이 시행될 무렵인 2015. 12. 4.에는 대통령령 제34048호로 고용보험법 시행령의 개정을 통하여 제28조의2 제1항<4>을 신설함으로써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55세 이후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2018. 12. 31.까지 일정한 지원금을 지원하도록 규정하였다.

2)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만 56세가 되는 해의 12월 말’로 규정하였던 기존의 정년을 ‘만 58세가 되는 해의 12월 31일’로 연장하고, 다시 ‘만 60세가 되는 해의 12월 31일’까지로 연장하면서, 정년이 연장된 일부 기간 동안 고령에 이른 기술직 근로자들의 임금 중 상여금(생산성향상수당, 복지향상지원금)에 한하여 단계별(만 57~58세, 만 59~60세)로 일부 감액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 목적은 피고의 기술직 근로자의 정년을 기존의 만 56세에서 만 58세, 나아가 만 60세로 연장함으로써 근로능력과 의지가 있는 고령자의 고용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정년 연장에 따라 사용자인 피고가 부담하게 될 막대한 규모의 추가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노동조합의 정년 연장 요구 및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라 근로자들의 정년을 연장해야 했던 피고로서는 그에 따른 재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임금피크제를 실시할 필요가 있었고, 나아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근로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 사건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 체결된 것으로서 그 절차상 위법한 사항도 없었다.

이와 같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내용 및 도입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을 요구한 이 사건 노동조합과의 자율적 합의 또는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에서 정년 연장에 따라 예정하고 있는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그 목적의 타당성이 인정된다.

3)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의 합리적인 시행을 위하여 도입된 조치로서 정년 연장과 유기적 연관성을 가지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한다. 따라서 비록 원고들의 정년 연장이 고령자고용법의 개정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기대되었다 하더라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사실상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와 동일하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들에게 유리한 정년 연장의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임금 감액만을 이유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원고들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4)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에도 기존 정년까지 원고들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변동이 없으므로, 원고들을 비롯한 피고의 기술직 근로자들은 정년 연장과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모두 도입되지 아니하였을 때와 비교하면 임금 총액의 측면에서 더 많은 액수를 지급받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기존의 임금과 비교하더라도 상여금(생산성향상수당, 복지향상지원금)에 대하여만 일정 비율 감액된 금액을 지급받을 뿐 나머지 임금은 그대로 지급되었기 때문에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른 임금 삭감의 정도<5>가 특별히 과도하다고 보이지는 않고,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이후 이 사건 노동조합과의 지속적인 단체협약을 통하여 임금피크제 대상 연령을 높이는 한편, 대상 근로자들에 대하여도 호봉 승급 및 기본급 인상을 적용한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원고들을 비롯한 대상 근로자들에게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일방적인 불이익을 강요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5)

이 사건과 같이 정년 연장에 연계하여 임금피크제가 시행된 경우 정년 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고,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업무량이나 업무강도 등에 관한 명시적인 저감 조치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6)

피고는 2014. 12. 30.자 단체협약을 통하여 정년퇴직을 앞둔 기술직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퇴직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 시행하기로 하는 등 임금 삭감에 대한 보상조치를 마련하였고, 그에 따라 실제로 정년퇴직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인생설계를 위한 위탁교육을 실시하였다. 또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들에 대하여 그 적용 직전에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고, 기존과 동일한 복리후생을 유지하는 등 대상 근로자들에 대한 불이익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신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