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의 지위 등
피고 A 주식회사(상호가 2015. 6. 29. 'C 주식회사'에서 'D 주식회사'로 변경되었다가, 2018. 3. 23. 현재의 명칭으로 다시 변경되었다)는 항공기, 항공기 엔진 및 각종 정밀기계의 제작, 판매업 등을 영위하고 있는 회사로서, 2017. 7. 1.경 방산 부문, 에너지장비 부문, 산업용장비 부문을 물적분할하여 E 주식회사(2019. 1. 3.경 F 주식회사를 흡수합병한 다음 그 상호를 'F 주식회사'로 변경하였다, 이하 'F'라 한다), G 주식회사, 피고 B 주식회사(이하 '피고 B'라 한다)를 각 설립하였고, 이후 2018. 4.경 물적분할을 통하여 D 주식회사<1>를 설립하였으며, 2022. 11. 4. F를 흡수합병하였다(이하 2017. 7. 1.자 회사분할 전후를 구별하여 전에는 '구 D', 이후에는 '피고 A'라 한다). 피고 B는 각종 정밀기계 및 부품의 제작, 판매업 등을 영위하고 있는 회사로서, 위 물적분할을 통하여 구 D의 산업용장비 부문에 관한 모든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였다.
별지2, 3 표 기재 각 원고들은 피고 A의 근로자로 재직 중이거나 재직하다 퇴직한 사람들이고, 별지4, 5 표 기재 각 원고들은 피고 B의 근로자로 재직 중이거나 재직하다 퇴직한 사람들이다.
구 D의 임금피크제 도입
구 D은 당초 근로자들의 정년을 만 55세로 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이 개정됨에 따라 근로자의 정년이 만 60세로 의무화되었고, 위 정년규정은 2016. 1. 1.부터 구 D의 사업장에 적용되었다.
2015년 당시 구 D의 사업장 내부에는 기업별 노동조합인 H 노동조합(변경 전 명칭: I 노동조합, 이하 '이 사건 기업노조'라 한다)과 산업별 노동조합인 J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J노조'라 한다) 산하 K지회(이하 위 지회를 '이 사건 J노조 지회'라 한다) 등 2개의 노동조합이 있었다.
이 사건 기업노조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자격으로 2015. 12. 15. 구 D과 사이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면서 그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단체협약서 및 임단협 합의서를 작성하고 각 서명하였는바, 이 사건 단체협약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후 구 D은 이 사건 단체협약에서 정한 임금피크제에 관한 내용을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취업규칙을 개정하였다.
이후 이 사건 J노조 지회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자격으로 2021. 9. 8. 피고 A와 사이에 생산직 근로자들에 관한 임금피크 요율을 만 57세~58세 90%, 만 58~89세 80%, 만 59~60세 80%로 변경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를 하였다(이하 위 각 임금피크제에 관한 단체협약 내지 합의를 통틀어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3 내지 5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제2호는 '사업주는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의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고, 이는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아래와 같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동일한 가치의 노동을 하는 원고들을 차별한 것으로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을 위반하여 무효이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도입될 당시 피고의 근로자들의 정년은 고령자고용법의 개정에 따라 당연히 만 60세로 연장될 것이 예정되어 있었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사실상 기존 정년이 그대로 유지되는 상태에서 임금만을 삭감하는 형태의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이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인건비 절감 등 오로지 피고의 이익만을 위하여 도입된 것으로 그 도입목적이 정당하지 않고,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의 '사업장 여건에 따라 필요한 조치'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원고들에 대하여 과도한 임금삭감이 이루어지는 등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불이익이 지나치게 과도하다.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 후 기존과 동일한 수준의 업무를 수행하였고, 달리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에 따른 대상조치도 존재하지 않는다.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절감된 재원을 신규채용에 따른 인건비 등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되지 않았더라면 원고들에게 지급되었을 임금과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기지급된 임금의 차액, 즉 별지2 내지 5 청구금액표의 '청구금액'란 기재 각 금액 상당의 임금 내지 퇴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관련 법리
고령자고용법은 제4조의4 제1항에서 “사업주는 모집·채용(제1호),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제2호), 교육·훈련(제3호), 배치·전보·승진(제4호), 퇴직·해고(제5호)의 각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제1항을 적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외의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 및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6 제1항, 제4조의7 제1항, 제23조의3 제2항, 제24조 제1항의 내용과 고용의 영역에서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여 헌법상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는 고령자고용법상 차별 금지 조항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서 이에 반하는 내용을 정한 조항은 무효이다.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등 참조). 위 법리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관한 것이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효력을 판단할 때에도 참조할 수 있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무효인지 여부
앞서 본 기초사실에 의하면, 피고들의 근로자들 중 만 55세 이상의 공통직 근로자들과 만 57세 이상의 생산직 근로자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정년인 만 60세까지 개별적인 업무성과 등에 상관없이 오직 근로자가 일정한 연령에 이르렀다는 사정만으로 임금이 감액되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에 관하여 차등을 두는 경우에 해당하기는 한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에다가 앞서 든 증거들, 을 제22, 2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차등 처우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위반된다거나 반사회적 법률행위라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만 55세로 규정하였던 기존의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하면서 도입된 것으로, 정년이 연장된 일부 기간 동안 고령에 이른 근로자들의 임금을 단계별로 일부 감액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바, 정년 연장 없이 기존에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정년을 보장해주는 것을 전제로 정년퇴직 전 일정 기간 동안 임금을 감액하는 이른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와 구별된다. 여기에다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도입된 경위 및 목적 등을 보태어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의 정년연장과 유기적 관련성을 가진 채로 도입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라고 봄이 타당하다.
고령자고용법이 2013. 5. 22. 개정되면서 신설된 제19조의2 제1항에 의하면, 고령자고용법 제19조 제1항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는 정년 연장에 따라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이 증가할 것이 당연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년 연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신규 인력 채용의 감축 등의 반작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사업주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의무로 규정한 것이다.
나아가 고용보험법령 역시 고령자고용법의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이 시행되기 전부터 정년 연장에 따른 근로자의 임금 삭감 제도를 예정하고 이에 대한 지원금 제도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었다(고용보험법 제23조<2>,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8조 제1호<3> 참조). 특히 정년 연장이 시행될 무렵인 2015. 12. 4.에는 대통령령 제34048호로 고용보험법 시행령의 개정을 통하여 제28조의2<4> 조항을 신설함으로써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55세 이후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2018. 12. 31.까지 일정한 지원금을 지원하도록 규정하였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 또한 위와 같은 고령자고용법의 개정에 따라 피고들의 근로자에 대한 정년을 연장함과 아울러 그에 따른 임금제도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시행된 것으로서,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에서 규정한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의 일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비록 원고들의 정년 연장이 고령자고용법의 개정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기대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유리한 정년연장의 측면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임금의 감액만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그 목적의 타당성이 인정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연장의 합리적인 시행을 위해 도입된 조치로 정년연장과 유기적 연관성을 가지므로, 원고들에게 유리한 정년연장의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임금 감액만을 이유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원고들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나아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에도 기존 정년까지 피고들의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변동이 없고, 특히 생산직 근로자들의 경우에는 기존 정년 이후에도 만 57세까지 2년간은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지 않으므로, 피고들의 근로자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임금 총액의 측면에서는 더 많은 액수의 임금을 지급받게 되었는바,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인하여 원고들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권리가 제한되거나 원고들이 적극적인 경제적 손실을 입는 등의 불이익을 입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기존의 임금과 비교하더라도, 임금피크제 적용 기간 동안의 평균 임금 감액률은 최대 연 26% 정도<5>인바, 이는 피고들과 이 사건 기업노조 등 노동조합이 자율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범위 내의 비율로 보이고, 그것이 임금피크 대상 근로자들에게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일방적인 불이익을 강요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또한 피고들은 임금피크 대상 근로자들에 대하여도 복리후생에 관한 사항을 종전과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고, 가족수당, 현장기능수당, 조정수당, 자격수당 등 제수당을 감액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며, 임금피크 대상 근로자들 중 피고 사업장 소속 공통직 근로자들에 대하여는 임금인상 및 연봉등급에 따른 성과인상율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는 불이익이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와 같이 정년 연장에 연계하여 연장된 기간에 한하여 임금피크제가 실시되는 경우, 정년 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고,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라고 보인다. 나아가 피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DB형 퇴직연금을 최초 임금피크 적용시점에 DC형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도록 하여 퇴직급여에서의 불이익을 방지하였고, 공통직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피크 적용 무렵 보직 해임을 실시하기도 하였다. 또한 피고 B는 정년퇴직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생애설계를 위한 교육을 실시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그 대상자들이 입게 될 수 있는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이고, 업무량이나 업무강도 등을 명시적으로 감소시키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에 의하면 '이 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하는 경우'는 연령차별금지의 예외에 해당한다. 정년연장을 위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에 대한 사용자의 인건비 부담을 경감시켜 사용자에 의한 고령자 조기퇴출 시도를 억제하고 연장된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고령자의 고용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므로, 고령 근로자 집단의 고용유지를 위한 지원조치로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의 연령차별금지의 예외에 해당하는 성질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절감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는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오로지 신규채용 근로자들의 인건비 확충만을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라고 할 수는 없으며, 달리 피고들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절감된 재원을 본래의 목적에 반하여 사용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나 자료는 찾을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절감된 재원이 본래 목적대로 사용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에 위반되어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미지급 임금 내지 퇴직금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윤정(재판장) 남승우 김나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