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을 초과하는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7,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3. 3. 15.부터 2025. 7. 22.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피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소송 총비용 중 1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2015. 10. 26.경 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인 피고와 사이에 임금은 월 3,000,000원으로 정하고, 근로계약기간은 정함이 없이 '인사, 노무, 총무'와 관련된 직무를 수행하기로 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 나. 원고는 C생으로,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 당시 만 63세였으며,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 이전에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적은 없다.
원고는 2015. 10. 26.부터 2023. 2. 28.까지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라 인사관리와 노동조합과의 교섭 등 노무관리 업무를 수행하다가 퇴직하였다.
피고의 취업규칙(이하 '이 사건 취업규칙'이라 한다) 제48조는 피고가 구정, 4월,6월, 8월, 추석, 12월(연 6회)에 전년도 입사자와 중도 입사자(중도 입사자의 경우 지급일의 전월 말 이전 입사자를 대상으로 일할 계산)에게 각 지급률 100%의 상여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3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3. 3.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사건정보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4나35745
판결선고
2025. 7. 22.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6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원고
피고는 원고의 근로기간 중 이 사건 취업규칙이 정한 바에 따라 연 6회 상여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에도 연 2회(구정과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상여금 중 소멸시효가 완성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즉 ① 2020년 8월, 12월, ② 2021년 4월, 6월, 8월, 12월, ③ 2022년 4월, 6월, 8월, 12월분의 상여금 합계 30,000,000원(= 월 3,000,000원 × 10회)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 당시 피고가 원고에게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합의하였고,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 제21조 제2항은 다른 사업장에서 근무하다가 정년퇴직한 고령자를 고용할 때에도 적용되므로, 피고가 원고를 고용하면서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것은 유효하다.
원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미 이 사건 취업규칙상 정년인 만 60세가 되는 해의 말일을 도과한 '퇴직자' 신분에 해당하였고, 원고는 이 사건 취업규칙이 정한 절차에 따라 채용된 것이 아니라 피고의 대표이사와의 간단한 면접만을 통하여 촉탁직으로 채용되었으므로 이 사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취업규칙 제48조가 규정하는 상여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원고는 위와 같이 피고로부터 상여금을 지급받지 않기로 합의하였고 그 내용이 근로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를 상대로 상여금의 지급을 구하는 것은 신의성실 또는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되지 않는다.
설령 피고가 원고에게 상여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2020년 8월분의 상여금 채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97조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하여는 무효로 한다.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따른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조건이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취업규칙에 최저기준으로서의 강행적 · 보충적 효력을 부여하여 근로계약 중 취업규칙에 미달하는 부분을 무효로 하고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따르게 함으로써, 개별적 노사 간의 합의라는 형식을 빌려 취업규칙이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종속적 지위에 있는 근로자가 감수하도록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는 원고의 근로기간 중 원고에게 이 사건 취업규칙 제48조에 따라 연 6회의 상여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가 피고와 사이에 작성한 근로계약서(을 제2호증)<1>에는 상여금 관련 문구가 삭선 처리되어 있고, 그 위에 원고와 피고의 인장이 날인되어 있으므로,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 당시 피고가 원고에게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합의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97조의 취지 및 강행규정성을 고려하였을 때, 원고와 피고 사이에 개별적으로 피고가 원고에게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합의 내용이 이 사건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인 '연 6회 지급률 100% 상여금 지급'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이상 근로기준법 제97조에 따라 위와 같은 합의는 무효이고, 무효로 된 부분은 이 사건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따라야 한다.
고령자고용법 제21조는 사업주에게 정년에 도달한 사람이 그 사업장에 다시 취업하기를 희망할 때 그 직무수행 능력에 맞는 직종에 재고용하도록 노력할 의무를 부과하면서(제1항), 사업주는 고령자<2>인 정년퇴직자를 재고용할 때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하여 「근로기준법」 제34조에 따른 퇴직금과 같은 법 제60조에 따른 연차유급휴가일수 계산을 위한 계속근로기간을 산정할 때 종전의 근로기간을 제외할 수 있으며 임금의 결정을 종전과 달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제2항). '그 사업장', '재고용', '종전의 근로기간', '임금의 결정을 종전과 달리할 수 있다' 등 위 규정의 문언 및 입법취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을 때, 고령자고용법 제21조는 고령자인 정년퇴직자가 근무하던 당해 사업장의 사업주가 정년퇴직자를 재고용하는 경우를 전제로 하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근로자가 정년퇴직 이후 당해 사업장이 아닌 다른 사업장에 취업하는 경
우에도 위 규정이 적용됨을 전제로 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가 피고와 사이에 작성한 근로계약서상에는 '취업규칙을 열람하고 적용받음에 동의한다', '본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은 근로기준법 및 취업규칙에 정한 바에 따른다'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는바, 원고에게도 이 사건 취업규칙이 적용됨을 전제로 이 사건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취업규칙 제49조 제4호 및 제50조는 '종업원의 정년은 만 60세가 되는 해의 말일로 하며, 종업원이 정년 연령이 되었을 때에는 퇴직시킨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규정을 들어 근로계약 체결 당시 이미 위 정년 연령에 도달한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관하여 이 사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배제한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없다.
원고가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의 근로자로 근무한 이상 정규 채용 절차 중 일부를 생략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당해 사업의 근로자 전체에 통일적으로 적용될 근로자의 복무규율과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을 규정한 것인데(대법원 1999. 5. 12. 선고 97다501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취업규칙은 근로기준법 제93조에 따른 의무적 기재사항<3>이 기재된 유일한 취업규칙이고, 피고가 정년 이후 입사한 종업원 내지 촉탁직으로 고용된 종업원의 근로조건을 정하는 취업규칙을 별도로 마련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이 사건 취업규칙은 원고를 포함하여 피고의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 전체에 통일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원고가 이 사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고의 항변 등에 관한 판단
신의성실 또는 금반언의 원칙 위반 여부
관련법리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안된다는 추상적 규범을 말하는 것인바, 사적자치의 영역을 넘어 공공질서를 위하여 공익적 요구를 선행시켜야 할 사안에서는 원칙적으로 합법성의 원칙은 신의성실의 원칙보다 우월한 것이므로 신의성실의 원칙은 합법성의 원칙을 희생하여서라도 구체적 신뢰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비로소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고(대법원 2000. 8. 22. 선고 99다62609, 99다62616 판결 참조),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강행규정보다 신의칙을 우선하여 적용할 것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하여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고자 하는 근로기준법 등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21. 3. 11. 선고 2017다259513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 당시 상여금을 지급받지 않기로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를 상대로 상여금의 지급을 구하는 것이 신의성실 또는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
근로기준법 제97조는 근로자와 사용자의 우열 관계를 고려하여, 근로계약에서 개별적으로 정한 근로조건이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취업규칙에 최저기준으로서의 강행적 · 보충적 효력을 부여하여 근로계약 중 취업규칙에 미달하는 부분을 무효로 하고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는 점은 앞서 살핀 바와 같다.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하여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켜야 한다는 근로기준법의 입법 취지는 공공질서를 위한 공익적 요구이고, 근로관계의 규율은 노사간의 개별적 근로계약이라는 사적자치의 영역을 넘어 위와 같은 공익적 요구를 선행시켜야 하는 영역에 해당한다.
원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 당시 상여금 미지급 부분에 대하여 동의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원고에게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점에 관하여 신의를 가지는 것이 객관적으로 정당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할 수 없고, 합법성의 원칙을 희생하여서라도 피고의 신의를 법적으로 보호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라고 볼 수도 없다.
원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 중 이 사건 취업규칙에 미달하는 부분인 상여금 부분의 무효를 주장하고 사용자인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취업규칙에 정한 바에 따른 상여금의 지급을 구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다면 근로기준법 내지 동법 제97조의 위와 같은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
소멸시효 완성 여부
피고는 2020년 8월분의 상여금 채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근로기준법에 따른 임금채권은 3년의 단기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고(근로기준법 제49조), 원고는 2020년 8월분 상여금 채권이 발생한 2020. 8. 31.경부터 3년이 경과한 이후인 2023. 9. 15.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음은 기록상 명백한 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020년 8월 분 상여금 채권은 시효로 소멸하였고,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에게 지속적으로 상여금의 지급을 요구하였으므로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결 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상여금 중 시효로 소멸한 2020년 8월분을 제외한 나머지 27,000,000원(30,000,000원 - 3,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다음날인 2023. 3. 15.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5. 7. 22.까지는 피고가 원고와 체결한 근로계약은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므로 상법이 정한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근로기준법 제37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17조에서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 중 위 인정금액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 부분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피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정도성(재판장) 제갈창 송영환
각주1) 원고와 피고는 원고가 입사한 후 1년이 지난 시점에 근로계약서를 1번만 작성하였다.
각주2) 고령자고용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각주3) 1. "고령자"란 인구와 취업자의 구성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연령 이상의 사람을 말한다.
각주4) 고령자고용법 시행령 제2조(고령자 및 준고령자의 정의)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이하 "법"이라 한다) 제2조제1호에 따른 고령자는 55세 이상인 사람으로 한다.
각주5)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조에 따라 설정된 퇴직급여, 상여 및 최저임금에 관한사항(제5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