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이 사건의 경위
원고는 산림조합법에 따라 설립되어 산림경영 사업, 조합원을 위한 신용사업, 임업정책자금 등의 취급, 관리, 운용과 자체자금조성 및 운영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피고는 대통령령인「고용노동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제2조 제1항, 제23조 제4항, 같은 영 시행규칙 제12조 제1항 [별표 1]에 따라 강원 인제군을 관할하여 같은 영 제19조 제4호에 따라 근로기준법의 적용 및 위반에 대한 조치 등 근로감독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는 행정청이다.
원고와 매년 3. 1.부터 12. 31.까지 1년 미만의 일용근로자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들 19명(이하 ‘이 사건 근로자들’이라 한다)은 2023. 8. 21. 피고에게 원고가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주휴수당, 휴일근로수당, 연장근로수당, 연차유급휴가수당, 휴업수당,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근로기준법 제36조, 제46조 제1항,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는 내용의 진정을 제기하였다.
피고는 원고와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조사를 거쳐 2024. 4. 8. 다음과 같은 내용의 시정지시를 하였다(이하 ‘이 사건 시정지시’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시정지시는 원고에게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금전지급의무를 부과하는 명령으로서 강학상 하명의 일종에 해당하고, 원고가 이 사건 시정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근로기준법 등 위반을 이유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며, 이를 막기 위해 피고가 산출한 금액 전부를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지급할 경우 추후 과다지급이 확인되더라도 이를 돌려받을 수 있는 간명한 구제방법이 없어 원고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발생하며, 이 사건 시정지시의 처분성을 인정하여 행정소송을 통해 법적 불안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법치행정 원리에 부합하므로 이 사건 시정지시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
피고는 이 사건 시정지시를 하면서 행정절차법 제21조, 제23조, 제26조에서 정한 사전통지 및 이유제시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시정지시에는 절차상 하자가 있다.
원고는 매년 임도 사업을 시행하면서 해당 연도의 예정 공사 숫자 및 그 성격에 따라 일용직 근로자를 투입할 것을 계획하였고 그 숫자가 매년 달라졌기 때문에 원고가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하여 계속적 근로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기대를 형성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근로자들과의 근로계약은 1년 미만의 단기 계약이어서 원고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조 단서에 따라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또한 원고는 임도 개설, 보수, 산불 피해 복구공사 등의 수행을 위하여 이 사건 근로자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이 사건 근로자들은 임도 개설 등 임업사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어서 근로기준법 제63조에 따라 근로시간, 휴게, 휴일에 관한 근로기준법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나아가 근로기준법 제49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10조에 따라 임금채권, 퇴직금은 단기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됨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시정지시 기한인 2024. 4. 22.을 기준으로 3년 이전에 발생한 부분에 대해서까지 지급의무를 부과하였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피고가 한 이 사건 시정지시는 위법하다.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에 대한 판단
피고의 본안전항변의 요지
이 사건 시정지시는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제33조에 따라 접수된 근로기준법 위반에 관한 ‘진정사건’의 처리결과로서 원고에게 어떠한 권리, 의무가 부여되거나 변동 또는 상실되는 효력이 발생하지 않고, 수사절차를 거쳐 수사기관의 판단을 구할 수 있는 사안이므로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에서 정한 행정청의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
판단
이 사건 시정지시의 법적 성격
이 사건 시정지시는 근로감독관집무규정 제21조 제1항 본문, [별표 3]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하면, 행정청이 일정한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 사인 등 상대방에게 지도·권고·조언 등의 방법으로 일정한 행위를 하거나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비권력적 사실행위로서 그 자체로 일정한 법적 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다만 상대방의 임의적인 협력을 통하여 사실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행정지도(행정절차법 제2조 제3호)에 해당한다.
근로감독관집무규정 제21조 제1항 본문은 ‘근로감독관은 사업장감독 결과 확인된 위법사항에 대하여는 [별표 3]의 위반사항 조치기준에 따라 처리하고 본부에서 위반사항과 조치해야 할 내용 등을 고려하여 별도의 조치기준이 시달된 경우에는 이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별표 3]은 ‘사용자가 근로기준법 제36조를 위반할 경우 사용자에게 시정기간을 14일 이내로 정하여 시정지시를 한다. 사용자가 기한 내에 시정하지 아니하면 범죄인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등 관계법령에는 근로감독관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등을 위반한 사용자에 대한 범죄인지에 앞서 우선적으로 시정지시를 하도록 강제하는 조항이 없다는 점에서 시정지시는 사용자에게 스스로 위법사항을 시정할 기회를 부여하고 사용자의 임의적인 협력을 구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가 이 사건 시정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피고가 원고에게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규정이 없으므로 어떠한 제재도 예정되어 있지 않다. 근로기준법 제109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등에 의한 형사처벌은 근로기준법 제36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 제1항 위반에 대한 제재일 뿐, 이 사건 시정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고 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 사건 시정지시가 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 법리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추상적·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련성, 법치행정의 원리, 당해 행위에 관련된 행정청과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행정청 내부에서의 행위나 알선, 권유, 사실상의 통지 등과 같이 상대방 또는 기타 관계자들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일으키지 아니하는 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아니다(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4두43974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이 사건 시정지시가 행정지도에 해당함은 앞서 본 바와 같고,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시정지시는 원고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지위의 변동을 일으킨다고 볼 수 없으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임금,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는 근로기준법 제36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 제1항 등에 의하여 곧바로 발생하는 것이고, 근로감독관집무규정에 근거한 이 사건 시정지시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시정지시로 인하여 원고의 법률상 지위에 어떠한 변동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시정지시를 따르지 않는다고 하여 원고에게 어떠한 불이익조치도 예정되어 있지 않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에 따른 범죄인지, 수사개시 및 형사절차로의 이행은 위 법을 위반하였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이지 이 사건 시정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고 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또한 이 사건 시정지시를 이행하고 추후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임금, 퇴직금 등이 과다 지급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원고는 이 사건 민사소송 등을 통해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있으므로, 그러한 경우 구제방법이 없어 이 사건 시정지시가 사실상 불이익조치를 예정하고 있다는 취지의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는 이 사건 시정지시의 처분성을 인정하는 것은 형사사건을 통해 불필요한 우회절차를 거치지 않고 원고의 법적 지위 불안을 신속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 피고는 원고가 고의 또는 중과실로 주요 근로조건을 위반하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즉시 범죄인지 또는 과태료 부과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시정지시를 거치지 않고도 즉시 범죄인지 또는 과태료 부과를 할 수 있는 점(근로감독관집무규정 제21조 제1항 후문 제4호), ㉡ 임금, 퇴직금 등의 미지급에 대한 형사처벌 제도는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등 법률에 의해 정해진 것으로서 원고의 법적 지위 불안을 해소시키기 위한 부수적 절차가 아니고, 시정지시의 처분성을 인정하여 행정소송으로 대체할 성질의 절차도 아닌 점, ㉢ 이 사건 행정소송의 결과와 관계없이 원고에게 임금 등 지급을 청구한 근로자들은 직접 원고를 상대로 민사법원에 임금 등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으므로 이 사건 시정지시의 처분성을 인정한다고 하여 분쟁이 일거에 해결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시정지시의 처분성을 인정하여 행정소송을 통해 다툴 수 있도록 하더라도 원고의 법적 지위 불안이 신속하게 해소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의 주장도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병철(재판장) 정혜원 최윤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